그제부터 고추 35근을 꼭지를 따고 물행주로 닦았다.
청양고추 태양초인데, 정말 곱다.
저 매운 고추의 꼭지를 하나 하나 따면서 저 빛깔에 맘이 쏠렸다.
나이가 들면 태양초를 잘 말렸구나.... 가 아닌,
잘 자라 작은 고추꽃이 결과되어 햇빛에 수분에, 바람에 익어 갔을 것도 생각나고,
햇빛에 정성으로 빛깔 곱게 말리신 분의 정성도 생각난다.
여기는 재래시장이 가까이 있고, 직접 농사 짓는 동네에서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필요한 것을 부탁하면 동네에서 구해 오신다.
하루전 부탁해서 구한 것이다.
도시에서 이렇게 부탁해 구할 수 있는 인심이 언제까지 계속 될런지.....!
저 고추의 빛깔이 정말 자연이 만든 보석같다.
사흘째 하는 일인데, 중간에 고추 30근을 방앗간에서 빻아 왔다.
보통으로 빻은 것은 600g 한근에 400원이고, 고추장거리는 600g 한근에 1,000원의 삯이였다.
친구가 30근, 준서할미가 30근을 갖고 갔기에 그래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친구는 들깨 거피를 하는 것을 5되나 하기도 했는데, 고추를 빻고, 참기름을 짜고, 깨를 씻고, 깨와 콩을 뽁아내고
세사람이 일을 하면서 복합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예전의 방앗간은 거의가 빻을 거리를 기계에 넣고는, 단단한 나무로 빻을거리를 골고루 펴어 주었는데, 요즈음 기계는 한번 부어주면
자동으로 내려 오는 것이 많았다.
볶는 것도 넣어 놓고 타임을 맞추어 놓으면 다 되면 타임벨이 울리고 그러면 사람이 처리를 하면 되었다.
참기름 짜는 기계도 다 되면 벨이 울리도록 해 놓고는 한꺼번에 이일 저일 뛰어 다니며 한다.
기계소리는 시끄럽고, 고추를 빻은 기계 4대가 한꺼번에 돌아가니 고추 기계를 보는 사람도 바쁘다.
그 바쁜 와중에 그곳에 있으면 우리들도 귀가 멍멍하고 코는 맵고 한 해 한번 하는 일인데, 그러면서도 기분은 좋다.
예전에는 방앗간이라면 떡을 하는 곳이고, 고추를 빻는 곳이고, 미숫가루를 하는 곳이였는데, 지금은 예전의 미숫가루보다는
더 고급으로 하면서 이제는 선식이라 부른다.
그런 선식을 하기에 검은깨을 볶고, 검은콩을 볶고, 검은쌀을 볶고, 갈 때에는 수입 하수오도 넣어서 같이 빻는다.
그러니 보통 기다리는 사람도 5~6명정도는 된다.
준서할미가 빻아 놓은 고추가루를 사지 않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힘은 들어도 연례행사 같은 이 일이 싫지가 않다.
어제는 주문했던 찹쌀과 멥쌀이 예천에서 배달 되었다.
준서에미가 쓰던 방이 고방이 되었다.
아직도 단독주택에 살면서 우리 어머니들이 해 오시던대로 살림을 한다.
봄이면 장을 담고, 가을이면 김장을 하고, 동짓팥죽을 끓이고 그렇게 지내는 이 생활이 좋은 것이다.
체력이 없으면 도저히 못할 생활모습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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