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사람

"상놈이 양반 부려 먹기도 하는 세상아인교...."

이쁜준서 2009. 6. 4. 09:57

감자가 한 상자에 12,000원을 해서 지난 장보다 아주 많이 헐해서 일곱상자를 얹고(구입해서 차에 실었다는 표현)

팔다 남은 상추와 콩나물 한봉지를 가지고 온 이웃 아우의 말이 시작 되었다.

그렇게 감자, 오이, 풋고추, 상추, 가지,미나리를 합해서 21상자를 얹고,

양파 큰것 한자루에 8,500원을 해서 아홉자루를 얹고,

잔파를 50단 , 대파를 여덟단을 얹고,

크지 않은 무를 두 자루 얹고,

배추 3,500원 하는 것은 5단, 약간 진딧물이 있는 배추 12단을 단에 2,000원을 주고  얹고,

 

한군데서 다 사는 것이 아니고, 이곳 저곳 가격을 물어 보고  돈이 되겠다 싶은 것을 산다고 했다.

간혹 식당에서 나와서는 상자로 사 가는 사람이 있긴해도, 거의 1,000원, 2,000원, 3,000원 단위로 소쿠리에 담아 판다고 했다.

불경기라 해도 채소가 헐해졌으니, 잘 팔려서 상추 한상자, 원가가 3,500원이었던 배추 4단, 미나리 3단이 남았지

다 팔렸다면서, 이문은 20만원정도 남았다 했다.

그러면서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고, 이때까지는 몸이 아픈적이 없었는데, 장사 갔다 와 몸이 아픈것은 처음이라.

돈을 보아도 기쁘지 않다면서 한참을 이야기 하다 갔다.

그 많은 물건을 팔려면 소쿠리에 담아야 하고, 돈도 받아야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팔아야 할텐데, 언제 봉지에 담아 주고,

언제 돈 받고 또 팔 물건 소쿠리에 담았느냐? 물었다.

 

돈은 딸기 담아 파는 플라스틱 그릇 같은 곳에 담아 두고 가라하고, 자기가 담아 가라고 한다 했다.

그러면 장사가 배짱으로 손님 일시킨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물론 서로간 농담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사는 사람은 양반님들이고, 파는 우리들은 상놈아인교. 옛날에는 양반이 상놈 일시켰지만,

요새는 상놈이 양반 일 시키기도 하는 세상아인교..."

"내 바쁜 것을 보고는 손님들이 담아 가시고, 5,000원이나 10,000원을 내고 거스름돈도 손님들 보고 가지고 가라하고 장사 한다.

혼자 손에 어짤건데..."

"돈을 벌었으니 오늘은 아프니 쉬고 내일은 돈 쓰러 갈꺼다" 한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칼치 한상자를 사서 없어서 칼치는 엄두도 못내는 교회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에게 갈라 줄라꼬...."

"성가대 복을 빨아야해서 자루에 담겨 있는 것이 보여서 나도 한번은 빨아 주어야지 하고 세탁기에 넣고 빨았더니 구김살이 가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니 늘어 놓으면 두꺼워서 그 무게로 주름살이 없어진다 해서 널어 놓고 왔다" 라 한다.

 

그제의 일이고 어제는 인퍼폰을 눌린다.

"히야 빨리 내려 오거라"

내려 갔더니 화분 일곱개와 포트에 꽃 여섯개를 흙도 파다 놓았고, 거름도 사다 놓고는 심는데 보아 달라고 했다.(준서할미가 뿌리낸 목베고니아를 주고)

식물은 키우다 죽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던 사람이 오일장 중에 하루만 가니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이웃에 텃밭 친구와 준서할미가 꽃을 많이 키우고 있고, 또 준서할미가 준 꽃도 잘 커고 있고, 그러다보니 올해 사다 심은 꽃들이

근 스므개가 다 되어 간다.

준서할미더러 보아 달라 했던 것이다.

준서할미가 없으면 혼자 심고, 준서할미가 있으면 내려 오라고 인터폰을 한다.

 

정말 순수하게 하느님 말씀대로 살려고 하는 이웃 아우이다.

내내 건강하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