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사람

꽃의 매력에 빠진 아우.....

이쁜준서 2009. 6. 10. 06:32

 

 

                                                                                                                       무늬행운목

 

한쪽 불에는 나물을 데치고 있고, 한쪽 불에는 참깨를 볶고 있던 중이었다.

인터폰이 울리기에 받았더니 이웃의 아우가 " 희야 다리 아프나? " 한다.

"내가 내려 가께" 하면서 내려 갔더니 큰 편인 행운목이며, 그 밖에도 5개의 꽃을 사고, 화분도 사왔다.

행운목을 심겠다고 화분이라기보다는 작은 콩나물 시루에 가까운 플라스틱 화분도 사 왔다.

 

금방 올라 올 것이라고, 데치던 나물은 찬물에 건져 넣고 뽂던 참깨는 불을 끄고 내려 갔기는 해도,

들에 가 마늘을 뽑아 왔기에 팔목도, 팔도,엉덩이도 무겁디 무거워 얼른 저녁을 먹고는 쉴 생각이었는데,

화분갈이 하는 것을 도와 주어야 할 형편이 되었다.

준서할미가 없으면 이젠 혼자서도 잘 심는데, 사람을 쳐다 보고 꽃을 산 이야기, 쳐다 보고 이야기 하면서 심는 즐거움...

그래서 꽃을 사 오면 준서할미를 부르는 것이다.

꽃을 사 온 줄도 모르고 내려 갔는데, 꽃을 사와서 심자고  불렀던 모양이다.

내려 갔더니 1.5톤 화물차 뒷문은 열어 두고 비가 약간 오던 때라 열어 둔 차 문에 잇대어 일산까지 펴 놓았었다.

분에 심기를 아우는 차에 올라가 하고 나는 일산 밑에서 마주 보고 했었다. 

 

     

같이 사온 제라늄들

 

전혀 꽃이라는 것은 키울 엄두도 내지 않았던 사람이 오일장에서 파는 조화를 몇게 방에 두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어 아주 작은 포트의 것들을 한개나 두개 사오더니 점점 포트가 커지고 한참에 네다섯개씩 사오더니

드디어 25,000원 하는 행운목까지 사게 되었다.

저번에 심을 때만 해도 겨울이면 실내로 들이기에 많은듯 해 이제 그만 사도 되겠다 했더니,

본인도 그만 산다하더니 사던 중 돈 제일 많이 들었다며 각각의 도기 화분까지 사 온 것이다.

 

이 아우는 먹고 사는데 지장이 있는 일과 지장이 없는 일로 갈래 지어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화분이 20개는 넘었고, 30여개 정도가 되어 가지 싶다.

꽃을 모르고 사가지고 오니 거의 겨울이면 실내로 들여야 하는 것을 사 왔다.

 

"희야 내가 와 이러는지 모르겠다.

꽃을 보면 이쁘고 그만 산다 해 놓고는 또 사게 되고....."

오일장에 청과물 장사를 30여년이 훨씬 넘게 해온 베테랑 장삿꾼인 아우가 평소 지론대로라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일인데,

꽃에 빠진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분갈이를 해서 화분까지 씻어서 제 자리에 놓을 때까지 동무 해주는데, 어제는 저녁도 해야하고,

저녁을 먹고 빨리 쉬고 싶어서 끝까지 동무를 해 줄수 없었다.

어제 사다 심은 꽃들이 뿌리 내리는데 도움이 될 비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