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봄나물이 속속 나온다.
흙속에서 올라오는 것도 나오는 것이고, 그 봄나물을 채취해서 시장으로 팔러 오는 것도, 사 먹는 준서할미에겐
나오는 것이다.
친정, 외갓집쪽으로는 쌈을 좋아 했다.
준서할미도 쌈을 좋아해서 한여름 상추도 없고, 얼갈이도 없는 그런 때는 미역귀 말린것의 잎을 두서너개 손바닥에 맞추어
놓고 밥을 얻고 고추장을 약간 얹어(미역귀가 짜니까) 그 오도옥 오도독 씹히는 맛으로 밥맛을 찾기도 했었다.
그러니 생채소 쌈도 먹었지만, 채소를 데쳐서 쌈으로 먹었다.
취나물등의 산나물도, 머구, 미나리등의 들나물도,얼갈이 배추도, 양배추 살짝 데친것, 깻잎, 호박잎 찜솥에 찐것,
묵은 씨래기도 삶아서 쌈으로도 하고 나물로도 무쳐 먹었다.
한겨울에는 알이 차지 않은 배추를 소금물에 백김치 담듯이 해 놓았다 쌈으로 먹기도 했다.
케일 돋나물
적색상추는 잎이 보다 부드럽고, 녹색상추는 잎이 조금 도탑고 아삭거리고 단맛이 더 하다.
같은 상추라도 잎을 돌려가며 따 먹는 맛과 포기채로 도려서 먹는 맛은 다르다.
이 채소들이 위의 사진에서보다 조금 더 자라면, 준서의 쌈거리가 되었다.
각종 양념을 넣고, 고추장, 된장을 넣고, 조무락거린 나물의 맛과는 달리,데친 나물을 쌈으로 먹으면 그 나물만의 맛이 살아 난다.
아침에만 해도 어제 저녁 미나리 고갱이는 생재래기로 해 먹고, 남은 것을 살짝 데쳐서 돌돌 말아 고추장에 찍어 먹었더니
미나리 줄기의 달콤한 맛과 질기게 씹히는 맛에 바로 이 맛이야라 미소 지었으니까.
어울린 나물 위에 하얀 쌀밥을 얹어 먹어야 나물의 맛이 살아 난다.
생채소의 어울린 맛에서는 사각사각 씹히는 맛과 어울린 단맛과 쌉스레한 맛의 조화....
안 먹어 본 사람은 절대 맛을 알 수 없는 솔잎같은 초봄 애벌부추 쌈의 달착하면서도 알싸한 쌈의 맛을....
준서할미가 중학교 다닐 때까지 시골에서는 명절이 되어야 동네에서 어울려 소를 잡았다.
각 나누는 집이 열 다섯 집이라면 열다섯 무데기로 나눈다.
각 부위별로 열다섯으로 나누어 그렇게 무데기를 만들고, 다시 한무데기로 두집이 가르기도 했다.
그 때야 명절이어야 쇠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돼지고기는 잔치, 초상등의 큰일이 있어야 잡았으니 또 그 때 맛을 보았다.
아이들이야 자기집에 큰일이 아니면 돼지고기 수육의 맛을 볼 수도 없었다.
그 한무데기 고기를 샀다고 해야 고기를 구워 먹지는 않았다.
설이면 떡국에 넣었고, 추석 명절이면 쇠고기 국을 끓이고, 산적을 했을 뿐이다.
물론 제사상에 올리는 탕국에도 쇠고기가 들어 가기도 했었다.
그러니 쇠고기 자체의 맛이나, 달착한 맛이 감도는 쇠고기 불고기의 맛은 일부 부유층만이 알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고기 맛을 안다- 는 말이 맞았을 것이다.
이젠 - 나물을 먹어 본 사람안이 나물의 미묘한 맛을 안다 - 란 말을 해야 하는 세월이다.
프림이 많아서 달아서 입에 맞지 않았던 믹스 된 거피, 먹어도 깔끔하지는 않지만, 대다수가 믹스된 커피를 먹는다.
비단 커피뿐만 아니가 먹거리가 평준화 된 맛이다.
양념을 적게 넣어 재료 자체의 맛을 아는 미각이 둔해져 가는 것이다.
자라는 세대들이 산나물, 들나물은 쓰기만 해서 맛 없다는 말도 나오지 싶다.
할미가 해 주는 밥을 먹었던 준서는 청국장도 잘 먹었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두끼니 이상은 먹지는 않았지만, 풋고추도, 날 된장도, 새우젓갈도, 장아지도
상치쌈도, 호박잎 찐것이나 양배추 찐것의 쌈도 잘 먹었던 준서가 바쁜 에미와 살면서, 유치원 급식을 먹어면서
입맛이 변해 가는 모양이다.
아직도 밥 먹을 때 김치를 잘게 썰어 다른 반찬에 곁들여 먹기는 하는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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