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後제

이쁜준서 2009. 2. 13. 09:28

 

-후제 : 뒷날의 어느 때 (사전적 의미)

 

어제 블방나들이에서 본 단어이다.(하비님의 댓글 중에서)

참 오랫만에 들어 보는 단어이다.

준서할미가 살아온 세월에서는 - ...후제 하자, ....후제 해주께 -  대부분 이루어 지지 않는 약속을 많이 듣고 자랐다.

해 주고 싶은데, 아이는 해 달라고 하는데,  당장은 못 해주고, 가까운 장래에도 해 줄 형편이 아니니 -....후제 란 말을 했었던 것이다.

해 달라고 떼쓰고 울고 하다가도 어머니나 할머니께서

- 후제 해주께로 달래면 그래도 울음을 그쳤다. 해 줄 수 없다는 걸 알아서 포기를 했던 것이고,달래는 말씀에 안타까움이 묻어 있어 맘을 주저 앉혔던 것이다.

 

준서할미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우리집에서 학교까지는 5리 정도였고, 그 때 잔병치례가 잦았던 나는 그 해 초등 1학년이었는데, 하교 길에는 한번이나 두번을 쉬어서

집으로 올 정도였다.

장도 학교가 있는 곳이었지만, 아마도 5일장이었지 싶은데, 엄마 혼자 장을 다니셨다.

병아리가 키우고 싶어서 병아리 사달라고 하면  장에 다녀 오신 엄마는 병아리 장사가 없더라고, -후제 병아리 장사가 오면 사주마고 하셨다.

병아리는 끝내 사질 못했다.

병아리를 키우고 싶었던 어린이였던 내가, 변한 세월에 -후제란 말은 하지 않지만, 준서할미가 되었다.

후제 사주신다는 울엄니 병아리도 사주시지 않고, 이젠 저 세상으로 가셨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명확한 약속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다음 언제라고  확실한 약속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후제- 뒷날의 어느 때 - 라고는 기다리지 못한다.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후-  긴듯하게 발음하고, 를 짤막하게 하는 그런 발음도 , 낱말도, 그 뜻도 모르고 자라는 세상이 되었다.

 

당장 마트에서 스티카를 사면 계산대에 가기까지도 기다리지 못하고 속의 스티가를 빼내 주어야 한다.

하고 싶은대로 해 주어야 하나?  빼 주고도 계산을 할 수 있으니 그냥 준서가 해 달라는 대로 주어야 하나를 망설인다.

아직은 어리니 속의 것은 준서를 주고, 바코드로 계산을 하는데, 조금 더 크면 기다림도 가르쳐야 할 것이다.

하고 싶은것, 하기 싦은 것을 다 참아 낼 수 있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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