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봄 우리 옥상의 꽃
오늘이 기축년 정월 대보름이다.
오곡밥에, 아홉가지 나물에, 비린내 덜 한 생선을 국물 짤박하게 해서 먹는 그런 것도, 우리네의 음식문화이다.
우리 아이들도 객지에 있으니, 보름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냥 넘어 갔을 것이다.
아홉가지 나물은 아니었지만, 파란 나물을 곁들여 여섯가지 나물을 하고, 오곡의 밥을 하지 않고, 찹쌀만으로 찜통에서 밥을 찌고,
찰기장은 아니어도 기장쌀을 찌고, 명태찌개를 만들고 김은 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보름을 넘겼다.
아이들이 있었다면 아홉가지 나물을 구색 맞추어 했을 것이고, 각각을 찌던지 아니면 섞어서 밥을 하던지 오곡밥도 했을 것인데,
그냥 하루 아쉽지 않을만큼 적당하게 보름 음식을 했을 뿐이다.
준서할미가 -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그런 젊은날이 지나 가버린 것이다.
예쁜 커피잔도 사고 싶고, 예쁜꽃 구경 간다면서 화사한 봄꽃이 갖가지 피어 있는 원예 도매시장으로 갔다가, 화분을 사들고 오고,
가을이면 야생화 전시회를 다니고, 음식박람회 구경을 다니고, 또 뭔가를 배우러 다니고,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것은 나이에 관계 없이 내 마음이 젊어 그랬던 것이다.
무릎을 다치기 전만 해도 내 마음은 젊었고, 뭣이던 배우면 할 것 같았고, 산이던, 운동이던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눈에 핏발이 서 안과에 갔더니 실핏줄이 터져서 그렇다고, 이유 없이도 피곤하면 그럴 수 있다 했다.
다리는 아직도 덜 나았고, 속보로 걸으면 30분이 걸리던 거리를 50여분이나 걸리고,
아직도 꽃은 안산다 안산다 해도 일년에 대여섯개의 화분을 산다.
언제부터 예쁜 커피잔을 사야지... 하면서도 없는 것이 아니어서 사지 않았다.
몸이 시원치 않으면서 마음이 늙는 것인지 , 아니면 마음이 늙으면서 몸도 늙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앞 뒤 가리지 않고, 하고야 마는 그 때가 젊은 것이다.
오늘은 블로그를 새롭게 단장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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