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팔순을 넘게 사셨던 어른들....

이쁜준서 2008. 10. 8. 10:22

 

 

 

 

 

친정엄니께서는 일흔여덟에  되신던 해 생신을 지내고 여름에 돌아 가셨다.

참으로 다정한 성품이시고,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시는 분이셔서 들에도 가시면 젊은 당신의 며느리보다 더 나물을 많이 뜯어시기도 했다.

봄철의 들나물을 띁어 환으로 만들어 우리들에게 주시기도 했고, 해운대쪽의

사람의 출입이 적은 바닷가에 칼치 머리를 준비해 가셔서, 작은 게를 한통씩

잡아 오시기도 했었고, 환갑 나이에 성경학교를 졸업하시어, 병원, 교회에서 자원봉사도 하셨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부모님을 따라 만주에서도 잠깐 사셨고, 그 후 다시 일본에서 자라셔서 결혼도 일본에서 하셨다.

그 때 사셨던 곳이 일본 동경이어서 그 연세에도 일본사람이 와 통역할 사람이 없는 난처한 경우에는 통역도 하셨다.

일본에서 젖먹이 동생을 건사해야 해서 다니던 국민학교 졸업을 마치지 못하셨던데도. 일본글을 읽어 셨고, 일본말을 하실 수 있으셨다.

 

참으로 적극적으로 사셨고, 기독교를 진실하게 믿으셨고, 연사 배라는 칭호도

받으셨는데도, 자존심이 참으로 강하셨던 분이셨다.

음식에는 탁월할 정도의  솜씨를 가지신 분이셨다.

 

 

 

 

 

 

 

 

 

 

 

 

시백모님께서는 여든넷이 되시는 해에 돌아가셨다.

처음에는 말문을 닫으셨고, 그 다음은 하루 이틀씩 정신이 혼미하셨고,

그래도 딱 기저귀 한장 적시셨지,

눈빛, 손짓으로 의사전달을 해 평소 요강 대용으로 쓰시던 것에 소변을 보실 정도로

돌아기시는 길에서조차 깔끔하신 분이셨다.

사시는 동안 백내장 수술을 두번이나 하시고, 

가시기 전 두어 해는 보청기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사셨어도, 

당신의 빨래 당신이 해 입으시고,

앉아서 당신의 방과 거실을 걸레로 청소하실 정도로 부지런도 하셨다.

 

늘 죽음 복을 달라 부처님께 기도하시면서 지장경? 을 다 외우시면서도,

책장을 넘기시면서 아침 저녁으로 경을 읽어 셨다.

평소의 바램대로 죽음복을 타셔서 병원에 가 고생도 않으시고, 

짚불 끼지듯 조용하게 일생을 마치셨다.

젊어서는 참으로 미인이셨다 했다.

 

 

 

 

 

 

 

 

 

시고모님께서는 정확한 연세는 모르겠고,

가신 연세에 두어해을 보태면 구순이 되실 때 쯤인 작년에 돌아 가셨다.

늘 담배를 피우셨다.

아들이 같이 담배를 하고 있어 며느리에게 담배 냄새로 구박 받을 일이 없어,

어떤 면에서는 그 아들이 효자 노릇을 한지도 모른다.

아들이고, 딸이고, 며느리고 큰소리 한번 하시지 않고 지내신 분이셨다.

음식 솜씨가 있으셨다. 뭣을 하셔도 맛이 있었다.

내가 처녀적 준서외할아버지를 만나러 대구에 왔더니 그 시고모님댁으로 나를 데리고

갔는데, 음식들이 맛이 있었다.

나를 내 세우신 적이 없이 평생 그렇게 사셨던 분이셨다.

젊어서는 참으로 미인이셨기도 했다.

 

 

 

 

 

시엄니께서는 생존해 계신다.

올 해 일흔 아홉이시다.

경노당에 가셔서는 양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셔서, 앉았다 일어

나실 때는 아직도 힘이 드시는데도,

경노당 점심밥을 책임지신다 하셨다.

다른 사람하고 돌려서 하시지요? 라 했더니, 다른 사람이 하면 음식을 괴상망측하게 해 된장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 하셨다.

다른 사람 밥 해 먹이는 것도 공덕이라 하신다.

 

불교를 진실되게 믿으신다.

이젠 세상사에서 초탈하신 듯하다.

사는 날동안 당신 한몸 책임 질 수 있고, 죽음복을 달라는 기도를 매일 매일 경을 보면서 하신다 했다.

막내 아들네에 손녀가 둘이 있는데, 큰손녀 산후구완 하러 가셔서, 며느리가 대학에 나가니 아이들 키우고 살림 맡고 사셨다.

처음 시집와 고등어 조림도 못하는 나를 하시는 말씀은 퉁명스러우셔도,이날까지 얼굴 붉힌적 없이 살아왔다.

언제 누구에게나 온유하신 분이시다.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시는 분이시고, 사람의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겠지로 돌리시는 분이시다.

상대 때문에 가슴이 허허로울실 때는 저도 세월 살아보면 알것이다 하셨다.

 

가신 분들이나, 생존해 계시는 시어머님이나 다 참으로 맑은 정신으로 사셨던 분들이시다.

당신들께서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셨지, 한입 먹을 음식에도 욕심을 내시지 않으셨다.

우리 부모대가 그랬더니 밥세끼도 실컨 먹지 못하시고, 잠자는 몇시간을 빼면 일로서 사셨던, 결코 편하게 살아오신 분들이 아니시다.

그런 삶의 모습으로 살아오셔서 가실 때까지 맑은 정신으로 사셨지 싶으다.

 

 

 

욕심을 커피필터처럼 그렇게 맑게 걸러 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신이 맑아서 치매는 안 올까....?

그래서 명심보감에 있는 말씀엔 늙어서 경계해야 할 것은 욕심이라고 선현들이 말씀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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