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 들녘
이젠 억새도 피고 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소리도 난다.
이틀전에만 해도 땀이 났는데, 오늘은 땀이 나질 않았다.
가을은 짧은 계절인데, 올 해는 가을이면서도 여름처럼 더웠다가,
갑작스레 낮시간대까지 선선해지니 쓸쓸해 지기도 한다.
아기들과 꽃들은 처음부터 좋아했다.
옆집의 친구가 큰며느리를 손녀 둘을 볼 때까지 데리고 있다 살림을 내어 놓고, 다시 둘째 아들을 장가
보내어 둘째 며느리에게서 손주 둘을 볼 때까지 데리고 살았다.
우리 준서를 낳기 전이어서 그집 손녀 둘과 또 첫째 손주를 많이 예뻐했다.
그집의 첫 손주는 서지도 못할 때도 동네 친구들이 놀러가면 나를 보면 팔을 쭉~ 뻗었다.
안아 달라는 표현이었다.
다른 할머니 친구들은 안아 준다해도 오지 않았고, 그냥 안아도 빠져 나가면서 나에겐 그렇게 안겨 있었다.
그 아기 아빠가 어느 날인가 하는말이 " 아지매 큰 따님 결혼해 아기 낳으면 우리 채원이보다 더 좋아하겠지요? " 라고,
내가 대답하기를 애착이 다르긴 하지만 이뻐하는 맘은 같지 않을까...? 였다.
50대 초반에는 30대 아기엄마들이 아기를 업고, 안고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아기엄마도 아기처럼 예뻤다.
그 때의 인연으로 그 아기들 중에 어떤 아기 엄마는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내기도 한다.
그런데 준서를 돌보면서 준서하고의 생활이 늘 체력의 한계라 달라졌다.
아기들을 보면 예쁘다. 그냥 꽃을 보는 듯 예쁘지만, 안고 어르고는 하지 않는다.
디카를 들고 나가면 들에는 예쁜 들꽃도 보이고, 산에 가면 또 산에서도 나의 눈을 끄는 꽃들이 많다.
그러니 이즈음엔 자연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체력도 한계가 있어 몸도 아껴야 하니 덥석 덥석 남의 아이를 안아 주지 못하기도 한다.
이젠 준서외할아버지와 내가 건강하게 사는 것이면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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