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손국수

이쁜준서 2008. 7. 13. 18:32

친정 엄니께서 만두를 참 맛나게 하셨다.

그것을 먹었으니, 결혼을 해 와 처녀적에는 내 손으로는 하지 않았던 만두를 먹었던 입맛을

기억해 만들었다.

파는 만두피는 두꺼워서 만두피도 직접 반죽을 해 밀어서 하는데, 처음에는 그 피를 밀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만두를 터지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시엄니께서는 평생 만두 하는것도 못 보셨다 하셔서 내가 밀어 드리는 그 얇고 작은 만두피가

손에 걸리작거리기만 하지 만들어 지지 않으셨고,

그럭 저럭 세월이 가니 동서가 만두를 쌀 수 있게 되었고, 준서에미가 초등학생 고학년이 되면서

쌀수 있게 되어, 김장 때의 배추고갱이를 모아서, 또는 시동생네 가족들도 모이는 그런 집안 행사시엔

만두를 만들게 되었다.

하면 많이도 자시던 준서외할아버지, 사는것이 훨~씬 맛나는데, 맛도 없는것을 만들었다고, 핀찬을 했다.

 

손국수를 내 손으로 밀어 본적이 없이 시집을 왔고, 와서도 시엄니께서 밀어 국수를 준비하시면,

도와 드리기만 했었다.

준서에미를 낳고서도 그랬다.

한번은 시어머니 친구분께서 오셔서, 어딘가에 가자고 하시고, 저녁에 국수를 할려 한다며, 내일

가자고 하시니, 국수도 못하는 새댁이 어디 있느냐면서 맡겨 놓으면 다 한다며 어거지 소리를 하셨다.

듣는 나도 오기가 나 제가 할게요. 다녀 오셔요라 했었고, 주물닥, 주물닥해서 하옇튼 솥에서 국수가

삶겨져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고, 마침 그 때 그 친구분과 함께 돌아오셨다.

손국수는 그렇게 오기로 배웠다.

준서외할아버지는 뜨거운 음식을 싫어해서 손국수를 해서도 따로 건진국수로 해야한다.

건진국수라는게 마른 국수처럼 물에 한번 건지면 식게 되고, 국물은 그 때 형편따라 식힌것이거나,

그 국수를 삶았던 국물을 붓거나 그렇다.

그 손국수도 해 주면, 맛도 없는 것을 그냥 시장에 파는것으로 하지 그랬다고 싫어 했다.

잘 자시면서도 그랬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게으름이 나 덜 하게 되었고, 또 준서가 오면서는 딱 한번인가 하고

하지 못했다.

실상은 맛이 없어 그랬던 것이 아니고, 마눌이 힘들게 하는 것이 보기 딱해 그랬던 것이었고,

나도 그럴것이다라 생각은 했었다.

 

어제는 마침 애동호박 반개, 감자가 있어 손국수를 할까요? 라 했더니, 엄지 손가락으로 좋다는

표현을 했다.

밀가루, 콩가루가 없어 들깨가루 아주 조금, 감자가루, 도토리가루를 섞어서 반죽을 해 건진국수로

상을 채려 주고는 나머지를 끓여서 이웃 친구네 집에도 가져다 주었다.

국수발의 색이 메밀 국수 같았고, 이웃집 아저씨도 특별한 맛이라 했다 했다.

 

그래서 오늘은 친구네 집에 있는 콩가루를 가지고 오라해서, 반죽을 해 두집에 나누었다.

음식도 노나 먹고, 일도 노나하고, 서로간 아무런 부담이 없이 지내는 사이이다.

냉장고에서 숙성시켜 내일 점심 때 손국수를 하면 면발도 좋고, 맛있는 국수가 될것이다.

콩가루를 넣었으니 더 얇게 밀어 건진국수로 만들면  더 맛난 국수가 될 것이다.

 

내가 먹겠다고는 하지 않을 음식을 준서외할아버지와 이웃 친구네를 위하여는 하게 된다.

이 염천에도.

 

예전 소 멕이고 돌아오면, 붉으레한 햇밀가루로, 감자, 애동호박 썰어 넣은 손국수가 저녁이면

얼마나 좋았던지!

국물에 약간의 건지가 있는 손국수 국물을 장독대에 얹어 놓았다 마당의 덥석에서 놀다 먹는

그 맛도 좋았다.

간간한 풀 같은 그 맛이 뭐에 그리 맛났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