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음식을 하고, 빨래를 삶기에, 늘 수증기가 생기는 곳이다.
도배를 하고, 몇년이 지났으니, 그냥 있으면 있겠고, 별스레 쳐다보면 우중충해, 도배를 했다.
주방 한칸만 하면 되는데, 도배일도 수월하지 않지만, 덩치 큰 물건들을 들어 내는 일도 만만하지 않은 일이였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도배일을 거의가 손수 집에서들 했다.
예전 한옥은 방이 넓지 않아, 아이들이 자라서는 방 두칸 벽을 트는 공사를 했더니 길이가 16자, 폭이 9자가 넘는 큰방이 되었다.
그래도 그 때는 두루말이 벽지가 나와 수월하다 생각하며 그 큰 방을 준서외할아버지와 할미가 도배를 했다.
두루말이 벽지 그 앞전에는 종이 지질이 좋지 않으니 낱장을 붙여 나가는 벽지도 있었다.
그 시절에는 어느집이라도 손수 도배를 했었다.
50년대엔 부산에는 판자집에 신문지로 벽지를 바르고 장판은 시멘트 포대로 바르기도 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벽지를 뜯어 내고, 쫄대는 닥아내고, 페인트 칠하고, 예전 한옥보다는 높은 천정을 바르고,
고개 넘은 몸은 무거워 삼각사다리에 오르고, 내리고는 혹여 다칠세라 조심조심 둔하기만 하고,
몇년 전쯤만해도, 삼각사다리쯤이야 맨 밑 한계단 쯤은 훌쩍 넘어 오르락내리락 했을텐데, 나이는 못 속인다.
준서외할버지는 일꾼이고, 준서할미는 도우는 일만 했지만, 도우미도 수월한 것은 아니였다.
남자들은 다 그런지는 몰라도 준서외할아버지는 수평 감각이 뛰어나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 나면 전문가에게 시킨것에 비해도 손색없이 잘 된다.
우리가 아직도 이렇게 잘 할 수 있구나란 그런 기쁜 맘도 있고,
참 오랫만에 한 도배였지만 예전처럼 잘 되었다.
오늘 전문가가 와 바닥재를 깔것이고, 나왔던 주방물건들이 다 들어가면 끝이 난다.
맏집이다 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집이라 주방기구도 큼직 큼직하고, 홑집보다는 많다.
화분도 크기가 크다.
내 나이가 건수하기엔 모든것이 많다, 그리고 크다.
도배는 힘도 들지만 재미나기도 한다.
길이대로 도배지를 재단해 한장 한장 붙여 나가면 고운색으로 살아나는 그 분위기와, 둘이서 맞잡아 일하는 재미,
다하고 나면 확 바뀐 분위기
그런 재미를 해보아야만 알 수가 있다.
도배도 그만 해야 겠다.
펌프로 인공적으로 물이 냇물을 만들어 흐르는곳에
작은 물웅덩이라 저 물고기들은 흐르는 물의 맛을 안다.
할미의 합시다란 말로 시작 된 일에, 준서외할아버지가 몸 고생을 많이 했다.
고생도, 뿌듯함도 둘이 같이, 둘이 같이 하는 일이라,
일 하는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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