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게 피어나는 장미 -
연지 찍고.....
사람이 기계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 손으로만 할려면 하루에 얼마 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정식 탁구대을 사주었다.
어느날 준서외할아버지가 퇴근길에 탁구대를 샀는데, 배달을 간다 했으니 나보다 먼저 갈지 모른다는 전화가 왔었다.
준서할미는 망연자실이고, 다행이 탁구대 배달보다 준서외할아버지가 먼저 들어 왔다.
가리개도 없이 한옥 마당에 놓아야 할 형편인데, 떠억하니 사왔으니, 거금을 주고 사 왔을테고, 비, 바람, 햇빛은 어쩔것인데,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젊었을 때라 잔소리를 하면 싸움이 일어 날테고, 참는 속은 울음바다였다.
두 판으로 되어 있고, 접을 수도 있었는데, 사 온지 몇일 후에 비가 왔다.
접어서 낑낑 처마 밑으로 올려도, 우산을 받아도 아랫도리를 다 젖는 것처럼 아랫 부분은 젖었다.
동네엔 없었지만 서문시장이란 도매시장 가까운 곳에 천막을 만드는 곳을 찾아가 커버를 만들어 왔다.
그 다음날에 찾아 왔었고. 그것도 그것대로 거금이였다.
준서에미가 중학생일 때였는데, 자주 하지도 않고, 폈다 다시 접어 커버를 씌우고, 제사 때 형제들이 모이면 다시 펴고, 밤이면 다시 접어 커버를 씌우고,
준서할미에겐 버거운 일거리였다.
그러다 이 집으로 이사를 와서는 옥상에 올렸다.
이 집 옥상에서는 몇번 하지도 않았고, 커버를 씌웠다고 안심하고 두었는데 강한 햇빛에 커버에 구멍이 나고, 군데 군데 얼룩이 지고 썩었기도 했다.
그 후 윗 상판은 다 떼어 버리고,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양철판넬로 상판을 교체하여 늘 펴 두었다.
상판 밑에 비 맞으면 안되는 그런 물건들을 넣기도 하면서, 건조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것도 몇년이 지나니 이젠 다리가 흔들 흔들 했다.
무거워 둘이서 겨우 만져 나사를 풀고, 다리는 떼고 상판을 펴고, 화분들을 얹었다.
앉아서 일하다 일어서서 뭣을 가지고 와야 할일이 있으면 가까운 곳은 기어서 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준서할미 오늘 하루 종일 먹은 밥이 식당 밥 그릇의 반도 못 먹었다.
준서외할아버지의 자식 사랑으로 사온 탁구대,
또 한번은 방학 때 친정에 갔다오니 긴 마당에 붉은 색 페인트로 점을 길게 찍어 두었던것 / 걸음걸이를 예쁘게 하는 목적,
준서에미가 철봉에 메달려 하는 것을 못한다하니 마당 한켠에 철봉을 만들었다, 그네를 메어 주기도 했었고,
밤으로만 물이 나와 겸사 겸사 만들었지만 아이들 물놀이를 했던 긴 시멘트 수조,
그 수조는 벽돌로 만든 것이 아니었고, 집일 하면서 뜯어낸 세멘트 덩어리를 망치로 다 깨어 세멘트 가루와 섞어 거푸집을 만들어 부어 콩크리트 수조였다.
준서에미나, 준서이모에겐 어떻게 기억 되는 일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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