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서 찍은 와룡산이다.(옥상에서)
아카시아가 만발했고,창문을 열면 바람에 아카시아 향이 실려오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아카시아 향이 자스민향을 싣고 빠져 나간다.
저렇게 사진을 찍었지만 집에서 제법 멀다.
옥상의 페인트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벽은 옅은 회색, 바닥은 녹색으로 할 생각인데, 어제는 계단부터 옥상까지의 벽을 칠했다.
바람은 약간 있었고, 햇빛은 간간이 나오더니 오후에는 구름이 잔뜩 하늘을 가려져 벽만으로
끝냈다.
사용했던 그릇들 중 버릴것은 버리고, 붓만 몇개 신나에 �는 준서외할아버지가 고단해 보였다.
뭔가 말을 걸기라도 해 주고 싶어서,
혼자 하기보다 낫지요?
말이라고, 곰이라도 있으면 나을텐데.....
일을 끝내고 거실에 들어 왔을 때는 오후 2시였다.
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고, 날씨가 좋아 옥상 바닥이 마르면 바닥을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침을 맞으러 가야겠다.
감기 기운도 있고, 오른쪽 무릎이 고장났다.
직접 붓과 작은 로라로 일도 했지만, 무거운 신나를 배합할 때 바가지를 들어주기도 해야하고,
도와 주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니 준서네 가 있는 동안에는 비가 연일 오지 않았는데도 혼자 엄두가 나질 않아 못했던 거다.
칠하기보다는 칠 할 수 있도록 바닥 정리가 더 시간이 걸린다.
시어머님께선 통화를 하거나, 오시거나 그러시면, 늘 꽃도 좋지만 골병든다, 몇개만 키워라 하신다.
이젠 그렇게 못하지만, 옥상에서 이쁘게 피어나는 화분을 배에 붙이고는 현관 앞으로 내린다.
우리집 옥상 계단은 꺽어지게 되어 있어 계단 높이가 그렇게 높지가 않지만, 폭은 넓지 않다.
준서외할아버지가 하면 아무래도 꽃나무가 크면 꽃도 떨어지고, 잔가지도 꺾기고 그래서.
이젠 못한다. 그냥 옥상의 꽃은 옥상에서 보고, 현관 앞에는 겨울에 실내로 들이는 화분들만,
내어 놓는다.
생각해보면 준서할미가 미련곰탱이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