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밥 퍼는 순서

이쁜준서 2008. 4. 18. 22:29

 

내가 한 1년을 집을 비우고, 객지에 있은적이 있다.

준서외할아버지가 삼형제라 삼동서이다.

바로 아랫동서는 네살차이고, 막내 동서는 15살이나 차이가 난다.

두 동서가 손 잡고 일을 해 왔고, 막내는 일이 서툴러서 마음 놓고 맡길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인데, 바로 밑의 동서가 안산에 살고 있는데, 나는 그 당시 식당을 하고 있어서  점심 장사를'

하고 경기도에서 왔으니 거의 전은 끝나고 왔었다.

점심 장사를 하고 왔고, 멀리서 와 몸이 고단해서, 제사를 모시면서 밥을 뜨는데, 종일 제사 준비 한

바로 밑 동서에게 밥을 뜨라고 했더니 시어머님 정색을 하시고 나무라신다.

에미가 해라 그런 법은 없다라고.

 

친정 엄니께서 시집을 보내면서, 언제나 어른밥 먼저 뜨야한다 하셨다.

밥 퍼는 순서대로 저승도 먼저 가는 것이라면서.

시아버님은 돌아가셨고, 시어머님은 아들들 밥을 먼저 퍼라 하셨지만, 늘 시어머님 밥 먼저 퍼고

그 다음 순서대로 펐다.

 

준서가 음식의 맛과 냄새에 민감한 아이였다.

후후 불어서 먹으면서도 금방 한 밥을 좋아했고, 뜸이 푹 들었는 고슬고슬한 밥을 주면

"밥이 마시(맛이) 잇따" 고 했다.

준서외할아버지 밥 한그릇을 퍼고나면 그 고슬고슬한 밥이 없어진다.

그래서 늘 준서밥을 먼저 펐다. (푹 한 숟가락도 덜 되는 준서밥을.)

나는 할미라서 괜찮다 머리속으로 되뇌이면서 그렇게 밥을 펐다.

 

대 식구가 있는 예전에는 밥주걱을 쥘수 있는 것도 권리였다.

맏며느리가 할 수 있는 권리였다.

자라는 아이들은 생활에서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보고 자랐다.

 

배 고프던 시절에는 식사 시간이며, 밥이 그리도 중요한 것이였다.

이젠 아침은 먹지 않고, 먹는다고 해야 빵, 우유로 떼우는 맞벌이하는 젊은 엄마들이 많고,

그냥 먹어주는 것이 엄마에게 베푸는 모습으로 된 가정이 많고, 점심은 모두들 밖에서 해결되고,

저녁도 다 큰 아이들은 학원이나 학교에서 급식으로 해결되고,.....

 

공부라면 붙들고 가르치기도 할 수 있지만, 생활에서 은연중에 배워야 할 이런 근본적인 도리는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어린 준서가 외할아버지와 싸울 때는" 니는 저리가, 니가 카메레온이다" 라고 했지만,

날씨가 추워지고, 머리 감는것이 불편해서 목욕하자면 싫어 싫어라 하다 했다.

하루는 준서외할아버지가 먼저 목욕을 하러 들어가시기에, 쫓겨나가지 않으실려고 목욕하신다

했더니 정색을 하고 할머니 너무하는거 아니가? 라 했다.

세식구만 달랑 살았어도, 외할아버지는 섬겨야 할 분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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