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시골집에서는 광이 있는 집도 있고, 없는 집도 있었다.
우리 고향집은 안채와 사랑채가 따로 있었고, 삽작문을 들어오면서 오른편에 또 칙간과 방앗간이
있는 또 다른 한채가 있었다.
안채는 안방, 대청마루방, 건넛방, 정지간으로 되어 있었다.
사랑채는 방이 한칸이고, 큰 가마솥을 걸어 놓고, 아침, 저녁으로 쇠죽을 끓여서 통나무를
길게 판 나무통에, 그 역시 나무를 파고,자루를 있게 만든 나무 바가지로 쇠죽을 퍼 주었고,
사랑채엔 겨울밤이면 동네 아재들이 모여서 새끼를 꼬기도하고,
놀다 신이나면 참새도 잡아 먹고, 그런 동네 남정네들의 모이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바깥 노인들이 계시는 집은 사랑채에 계시기에 우리집으로들 모였다.
우리동네엔 집집마다 다 디딜방앗간은 있었다.
떡쌀도 콩닥콩닥 디딜방아로 빻고, 고추가루도 디딜방아로 빻고, 아무리 사람이 귀해도 혼자서는
못하는게 디딜방아였다.디딜방아는 두사람이 밟게 되어 있는데, 그것은 한사람이 밟아도 되었지만,
콩닥콩닥 찧어지면서 밖으로 튀어나오기에 사람이 지켜 앉아 쓸어 넣고, 까불고, 치고 등등의
일을 했다.
그런데 광은 없었다.
그러니 엔간한 것은 겨울에 건넛방에 들였다.
겨울밤에 제일 많이 먹은 것은 고구마였다.
가마니로 손가락을 넣어 구멍을 크게 만들어 내어 먹었다.
다 고구마 가마니는 아이였지 싶은데, 가마니는 천정까지 쌓여 있었다.
칼을 가지고 깎아 먹는 것도 아니고, 그 가마니에 쓱쓱 문대어 먹었다.
그런데 우리 외갓집엔 광이 있었다.
안채는 대동소이 했고, 소를 키우지 않으니 소외양간을 했었던 곳이 자잘구레한 농사용 도구를 넣어
두고
닭들이 알을 낳을 장소도 만들어 주고, 닭들이 밤이면 올라 앉을 횟대도 만들어 져 있었다.
그 옆에 광이 있었다.
광엔 거의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광엔 큰독들이 몇개가 있고, 선반이 있고, 가정살림에 사용하는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어떤 독엔 잡곡들이, 어떤 독엔 곶감등등 먹거리가, 어떤 독엔 양념류들이 들어 있었다.
쌀도 독에 채워져 있었다.
외할머니께서는 우리가 가면 광에 들어가셔서 이것 저것 챙겨서 주셨다.
외할머니만의 특권이 있는 공간이었다.
광이란 말보다, 도장이란 말이 더 듣기가 좋다.
국어사전에도, 검색을 해도 사투리중에 사투리인지 도장이란 말은 없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년, 4월 8일은..... (0) | 2008.04.09 |
---|---|
친구의 선물 (0) | 2008.04.09 |
그 옛날...... (0) | 2008.04.08 |
이젠 옛날이 된 이야기..... (0) | 2008.04.06 |
좋은 대학이 있나? (0) | 2008.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