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적에도 사람이 부닦이는 그런 모습이 좋을 때가 있었다.
부산에 살았으니 울적할 때엔 자갈치 시장을 가거나, 국제시장이란 도매시장 가기를 좋아했다.
자갈치시장의 비릿한 생선냄새와 세월에 닦여서 거세진 아지매들의 "사소, 좀 사소"란 소리로,
시장을 한바퀴 돌고나면 내 맘은 가벼워 지곤했다.
이번 부산길에도 기장시장에 들렸을 때, 생선비린내도 났지만, 모두들 살자고 애 쓰는 시장 분위기는
또한 사람냄새가 나 좋았다.
반건조 생선을, 횟감 활어를, 활어가 아닌 생선을, 부산의 특유의 떡 쑥에 기피고물을 무친 쑥개떡을,
사람이 다니는 시장통엔 활어들에서 물이 흘러 군데군데 질퍽하기도 했고,
오늘은 전복죽을 먹으러 대변항을 지나치고, 기장을 지나 송정 근처였지 싶다.
말린 생선을 파는 사람들도, 바다를 등지고, 천막 가게들이 다 그나름의 상호를 붙이고,
장사를 하는 그런집에 갔다.
전복죽이 끓여질 동안 작고 납작한 비닐 채반에 멍게, 해삼, 개불, 낙지를 담아 내 온다,
물론 주문을 한거였지만 그곳 풍경은 그랬다.
천막에 유리창처럼 바다가 보였고,여섯개의 앉을뱅이 상이 놓여 있고, 2인분이라고 작은 솥에
끓여 주는 전복죽은 세사람이 먹고도 남을 정도이다.
둘이서 온 사람들은 담을 그릇을 찾아 덜어 내어 놓고 먹기도 했다.
주문을 하면 국수 파는 아지매가 배달을 오는지, 비빔국수를 가져온 아지매는 선불입니다 하고
돈을 받아 갔다.
제대로 된 집도 아니고, 천막속에서 먹는데도, 제주도에 가서 큰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죽이 더 진했다.
소라를 넣지 않고, 전복만 사용한다고 했고,
동생네도 서울 손님을 모시고, 오늘 그 집으로 오면 서울가서도 인사 전화가 온다고 했다.
먹고, 부닦이는 사람사는 맛이 있는 그런 집이였다.
오전중에 비가 오면 장사가 철시가 된다 했다.
전복, 해삼, 개불, 해삼, 낙지, 문어등등이 빗물이 들어가면 다 상하기에 그날은 철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작은 배들이 들어오는 어항인지라 어항의 축제가 있는 때엔 또 철시를 한다했다.
그리고 장사를 할 때에도 관광차의 단체손님은 받지를 않는다고 했다.
축제 때나 관광차의 손님은 가게 세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했다.
그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고, 서로서로 조화롭게 장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주차장은 차도 제멋대로 주차해 있는 질서라곤 전혀 없는 그런 모습에, 주차장 차 들 속에서
생선말린것, 미역귀 말린것, 미역등을 매대에 얹어 놓고 팔고 있었다.
군데 군데에 말이다.
기장시장에서나 오늘 간 작은 어항에서나 작은 고깃배들이 잡아오는 가자미들이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기장시장에서도 큰 반건조 가자미가 없었다.
참가자미와 포항가자미가 있었는데, 맛은 참가자미가 좋을 것이다.
가격은 기장시장에 물건이 모여 드는 곳이라 더 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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