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나무이다.
어김없이 새 봄이면 딱딱한 가지에서도 새 잎을 피우는 모과 나무이다.
꽃이 피면 화사하기까지 하지만 저 연녹색의 잎이 피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요즈음 아프면 병원을 가고, 적절한 치료을 받을 수 있고, 먹걸이도 충분하고, 오래 산다.
친구들이 몇몇이 자원봉사를 다닌다.
수지침, 노숙자 밥하기, 여성회관에서 독거노인 반찬하기를 다닌다.
노숙자 밥하러 왜관으로 다니는데, 어느날 누가 보아도 부티가 나는 아들들을 앞세우고, 칠순이
되셨다면서 노인분이 오셨다 한다.
아들들이 칠순잔치 하자는 걸 그 돈을 여기에 보태어 드리겠다면서.
그 노인 하시는 말씀이, 나도 낮이면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인데, 매일 따뜻한 밥과 국과 반찬
몇가지의 이 밥이 집에서의 밥보다 훨 맛이 있어 이 분들께 속으로 미안은 했지만 여기서 먹었다면서.
인천 준서네에서 집으로 오다 마침 점심 때였는지, 줄을 서서 밥을 받아서 잔듸밭으로, 벤취로들
자시고들 있었다.
몇사람씩 모여서, 또는 혼자서.....
친척 중 한분께서는 70대초반에만 하셔도 나는 경노당에 놀러 가지 않을 것이다라 하셨다.
공원에 나가 옆에 할매들이 앉으시면 냄새가 나 싫다고 하시면서.
양쪽 무릎 수술을 하시고, 어느정도 회복이 되시고는 경노당으로 다니셨다.
가시면 아흔이 넘는 분, 팔순이 넘으신분 들이 계시고, 팔순을 꽉 채워 가시는 연세이신데도
비슷한 연배가 두분 뿐이시라 했다.
집안 일도 예전처럼 못하겠고, 다 나가고 나면 집 청소해 놓고, 점심 한술 일찍 먹고, 가시면
하루 해가 언제 지나가는지 시간 떼우기가 좋다 하셨다.
집에서 감자도 쪄 가져 가시고, 호박도 싹싹 긁어서 전도 해가시고, 국수도 삶아 가시고, 수제비도
해 갖고 가신다고 했다.
맞벌이를 한다고 어린아이들 건사도 옳게 못하는 자식세대들이 부모님들께 제대로 음식을
따습게 해 드리지도 못하지만, 조근조근 이야기하면서 맘을 나눌수도 없다.
이 세월이 말이다.
경노당에 가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맘도 나누고, 작은 음식이라도 같이 먹고, 한켠에서는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면서도 열이 올라 싸우기도 하고, 그래도 사람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앞으로의 과제는 오래 사는 노인들의 복지일 것이다.
이런 글을 적으면서도 아직은 자식들이 필요로 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나이이지만,
서글픔이 인다.
준서에미가 그랬다.
동료중에 큰애는 시집에 맡기고, 작은 아이는 친정에 맡기고, 주말이면 다 데려다 보고,
다시 양쪽에 맡기고, 아이들 친할아버지가 우리집 곁으로 이사 오너라 하니 큰 애를 맡고
있는 친할머니가 안된다고 한다 했다.
아이 하나는 데리고 꼭 가야할 곳은 다닐 수 있는데, 둘은 그럴 수 없어 안된다 한다면서.
시아버지, 시어머니 맘 쓰심이 그렇게 틀린다고 (하하하......?)
하하하 서글픈 웃음이다.
다 바뀐 이 세상 인심이다.
예전엔 부모를 모실 수 있는 것도 복이고, 맏자식의 특권인 시절이었기도 했는데......
환갑이면 상노인이던 그 시절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노인분들이 죽음복을 탈려고, 지장경을 읽고 또 읽어 외우시면서도 그 책장은 넘기시니,
너덜너덜해진 책장을 놓고, 밤이고, 새벽이고 지장경을 외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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