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어느 팔순의 부부

이쁜준서 2024. 2. 29. 08:37


07시30분즈음에 수술을 마치고  우리 병실로 팔순의 수술환자 할아버지와   그 아내인
지팡이를 짚으신 할머니와 아들이 왔다.

환자가   80대이시고  2시간  수술을 받으셨으니  중하시고, 간호사가 일단  병실 침대에 옮겨 눕게
하고 이따만한 기계도
들어오고 잠시 분주하더니 환자가 주무시면 안된다는 주의를 주고 갔다.

병실은 아침식사를
먹고 있는데,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깨운다고   일어나~아.
하다하다 안되니
나하고 눈 맞추자~~~아
듣는 사람들은 그 연세에 콧소리 애교로 들려서 모두  웃음을
웃음 참아야  했다.
할머니는 절박 하셨을
것이라서.
세살 아기에게 달래듯이
하는 말로 듣겼다.
보호자가 앉을수 있는 의자는 한 개인데  그것도 아들 앉으라고 침대 끄트머리에 엉덩이만
살짝 걸쳐 앉았던 할머니는 걱정이 되어
지팡이 짚으시고 팔순의
둔한 몸으로 입으로는 계속 할아버지를 눈 뜨라고 달래는 말을 하시니
할아버지께서는   자장가쯤으로 들으시고,
아들이 큰소리로 부르면 조금의 반응이 있다가
또 눈을 감으시고,
2시간여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많이 지치신 듯해서  내가  알고 있는  쇼파 2개가 있는 곳으로 안내 해 드렸다.

내가 모시고 가면서
할아버지께 어떻게 그렇게 잘 하십니까?
하니 우리 할배는 손가락으로 높게 가르치면서  높은 사람이라 했다.
할머니께는 높은 분이신지는 몰라도
동감은 안되었다.

옛말에 남편과 싸우면
할머니들께서 하늘 같은 남편에게 대든다고 막 나무라시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영감님과  60년을 살아 오셨을터인데도
영감님이 하늘 같은 사람으로 손주 귀한듯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
그 할머니가 대단하게 보였다.

내가 남편에게  달래듯이 말 했던가?
그냥 부탁할 일도,
혼자서 할 일도 이러이러
하다는 설명을했을 뿐이다.

오늘 퇴원해서  집에오니
낮 12시경이 였다.
손을 씻고 바쁘게 미역국을 끓일 국물을 한다고  북어 한마리 넣어 물을 끓이고, 미역을 담구고,  
냉동 소고기를 물에 담그고,
쌀을 씻어 백미밥을 짓고,
점심을 오후1시에 먹을 수 있었다.
이웃친구와 어제 전화 통화시에 내일 퇴원할 수있지 싶다 했더니,
비는 오고 찬 실내에 들어서서   서글프다고
호박죽을 냄비채로,
호박  전을 구울 반죽을 해서 따근따근한 호박죽과  호박전거리
반죽 담은 통을 가져다 주었다.

어찌나 고마운지
우리 딸들이 같은 도시에 산다고 해도 바쁘서
챙기지도 못할 것을
친구가 챙겨 주었다.

이만하면 비 오는 날 두 이야기가 따스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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