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깡, 꾀, 타협으로

이쁜준서 2022. 11. 14. 08:57

국보 제 16호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가장 오래 되고, 가장 큰 전탑

신라시대 전탑


어려서부터 병약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부산에서 변두리로 이사를 갔고, 마을에서 읍내에 있는 학교까지는
5리쯤 되었습니다.
전학 간 날은 엄니와 함께 갔었고, 그 다음 날부터는 혼자서 학교에 갔는데,
오가는 길에 한 동안은 두번을 쉬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초등 고학년 신학기가 시작 되는 첫날 전학 서류를 학교에 접수 시키고,
그 때부터는 십리길을 걸어 다녀야 했는데, 학교를 마치고 한 반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은 거뜬 했습니다.
학교 다녀 와서는 소 풀 뜯기러 들에 나가야 했고,
제 건강은 그 생활에 적응 할 만큼 좋아 졌습니다.
중학교도 십여리 길이였어도 잘 다녔고,

내 고향 쪽의 신라의 3층 석탑

시골생활에서 건강해진 것이 그 후 부산 생활에서도 잘 견디였지만,
결혼 해서는 처음 6식구의 빨래가 큰 다라이에 겨울이었으니, 미지근한 물을 붓고,
빨래판을 놓고 치대어서 받아 놓은 물로 몇번을 행구어서 빨래줄에 너는 그런 생활이었는데,
그 신혼의 첫날부터 늘 깡으로 견디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도 제 힘대로는 못하고, 반은 꾀고, 반은 깡입니다.

작년부터는 건강이 더 나빠졌으니 꽃을 키운 것이 부담이라고 말릴려고 여든다섯인
이모님께서 오시겠다고 하셨고, 외사촌 언니도 너무 일을 많이 한다고.
꽃이 뭐가 잘 못 된 듯이 했습니다.

그분들은 일을 하지 않아서 기운이 더 빠지고,
일을 하면서 일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올 해 건강검진에서 몇가지 걱정 되는 것이 있다고 해서 초음파 검사를 다시 다섯가지를 했고,
결과는 1년 뒤 검사를 다시 하자고 했고, 어느 한 가지는 3개월 뒤 검사를 해도 결과가 호전 되지 않았으면
약물치료를 하자고 해서 그래도 조직 검사 해 보자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다 했습니다.

그냥 집안 일은 쉬어가면서 하면 됩니다.
올 봄은 정말로 분갈이를 할 수 없는 형편이었고, 분갈이를 하지 않으면 올 해 는 그럭저럭 지나도
내년은 꽃을 정리 해야 하는 거다 싶어서,
6월까지도 거실에 자리를 깔아 놓고, 전기요를 깔아 놓고, 일 하고 쉬는 동안은 따뜻한 자리에 누워서
지내다 또 집안의 일은 잠깐 잠깐하고 눕고 하면서 일을 다 할 수 있었고,
가을이 되면서 저가 느끼는 건강의 기는 더 있는데, 줄어 든 체중이 늘어 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체중이 늘어 나는 것에는 미련을 두지 않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기력이 더 있으면 되는 것이다라 생각 합니다.

부여정림사지 5층 석탑

급기야 올 해 김장은 하지 않는다로 남편이 정 했습니다.
제 입에 사 먹는 김치가 맞을리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김치도 아직도 무지 좋아 합니다.
김치가 익었을 때 김치 잎으로 따뜻한 밥을 덮어서 먹는 것도 아직 좋아 하고,
밥 맛이 아주 없을 때는 멀쩡한 묵은지를 씻어서 잎은 쌈으로 먹고,
줄기는 채 썰어서 들기름 넣고 깨소금 넣고 무쳐서 먹는 것도 좋아 합니다.

남편이 그럴 때 그러면 되지라 했습니다.
남편이 하늘이 집으로 갔을 때 김장은 할 겁니다.

이웃 친구가 폰으로
CCTV  확인하면
다 보일 것인데 했지만,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라 확인 해 볼려 하지 않을 겁니다.

남편이 부재 중에 저 혼자 김장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니 남편은
무심코 갈 것이고,
저는 김치 포기를 줄이고, 해마다 이웃 친구와 같은 날 절이고, 하는 등등을 하루 뒤에 절이기로 했고,
어찌어찌 해결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젊은 날부터 깡으로 일을 하고 살았습니다.
작년부터는 일 하다 벌려 놓고 쉬었다 하기도 합니다.
깡과 꾀와 현실과 타협이 섞인 것이지요.

내년은 장담을 못하지만 올 해는 할 일 벌려 놓고 쉬었다 하면서도 다 했습니다.

깡,
꾀,
타협이라 했는데, 타협에는 기도하는 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을 가서 석탑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탑에서 기도 하는 맘이였을까
하게 됩니다.


2022년 봄 분갈이를 해 주었고,
꽃들은 이렇게 아름답게 꽃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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