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설겆이

이쁜준서 2021. 10. 30. 10:41

 

사위가 전화를 하면서, ( 참 오랫만)

저녁 식사를 했는가?

녜 저녁 먹고 설겆이 하고 전화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앞 뒤 없이 잘 않되던데요라 했다.

전화 한다는 것이 어렵더라는 말이다 싶었고,

괜찮네라고, 

(지금 내 나이가 된 엄마들은 선의로 해석하는 일에서는

선무당보다 훨씬 이해도가 높으니)

 

앞으로는 저희들에게 이야기 하셔야 한다고,

딸들에게 코로나도 있고,

그렇게 위험할 정도로 아니고,

가을에 우리가 한번 갈께라 하던차에 무릎이 아프게 되었고,

첫째가 엄마가 아프시면 나는 우리들 곁으로 모시고 올거다라 한다고.

둘째는 작년부터 사는 집 그냥 두시고, 

강화도로 와서 사시라고, 그래도 저희들 곁에 계시면 좋지 않느냐고.

(강화도에 살지 않아도 가까우니까.)

숨을 쉰다는 것은 우선은 코로, 

그 다음은 생각으로,

그 다음은 온 몸을 담고 살았던 것에 대한 몸 감각으로,

 

 

남편이 한참 있다가 거실로 나와서는 누구와 통화 했노?

잘 있다 하더냐?

저녁 식사하고 설겆이 하고 전화 한다 하던데라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이 폭풍 같은 웃음을 웃었다.

그제서야 무심하게 들었던 사위의 저녁 식사하고 설겆이 하고....

하는 말이 남편도 저녁 식사하고 설겆이 하고 안방으로 들어 갔었으니

우스웠겠다 싶어졌고,

두 사람 다 형편에 밀려서 하는 것이지 집안 일 하지 않고, 살아 왔으니.

 

 

자식세대들은 다들 맞벌이를 하고,

사회에서도 여자들도 남자와 차별 없이 책임 진 일을 하고,

또 승진을 하고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주중에 퇴근 시간을 넘기고 일을 하고,

즈그들 더 젊었던 시절과는 다르게 이제는 집안 일을 남녀 차별 없이 해야만 하고,

 

아직도 절대로 설겆이 한번 하지 않은 남편들도 있겠지만,

세월이 가면서 변화하게 되었고,

남편들이 형편에 밀려서 설겆이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내가 아프지 않던 때에 딸들 집에 가면 제 손으로 하지 않고도 

엄마표 밥 먹어라 싶어서 밥도 하고 설겆이도 한다.

봄에 둘째네 집에 갔을 때,

밥 먹고 사위와 이야기 하는데, 딸 아이가 상을 치우면 내가 설겆이 할터이니,

그냥 개수대에 두라고 두어번 이야기 했더니,

사위가 세척기가 고장났나?

왜 어머니 설겆이 하시게 하나?의 뜻이였을 것이고,

나는 그 말 알면서도 모른척 행구어서 세척기에 넣으려니 설겆이 두번 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냥 한번에 한다고 이야기 했다.

딸아이들 집에 가면 남편은 청소를 해 준다.

내가 하겠으니 나를 도운다고 하는 것이고.

 

위에 한 이야기는 다 따뜻한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맘을 비운다고 노력을 하니 형편대로 다 이해가 된다.

나는 우리 세대들이 다 엄하게 자랐지만, 더 엄하게 자랐고,

우리 아이들은 즈그 세대들보다 더 엄하게 자랐다.

그 때는 내가 하고 있는 훈육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아기 준서를 돌보게 되면서

돌변하게 되었고, 

내 자식 키울 때도 이러 했으면 아이들게게 더 많은 능력을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분명 내가 미안해야 할 일은 아닌데도, 노년의 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따뜻한 이야기

 

 

친구가 내일 잠시 들렸다 간다고 카톡으로 이야기 하더니,

점심 약속이 있어서 옥상 구경만 잠시 하고 간다면서  어제 약밥을 했었다면서

이웃 친구네, 우리것을 은박지에 포장 해서 왔다.

 

또 어제는 시골 친정집이 비어서 들어가 사는지 4년차 친구가 부탁한 들깨와 햅쌀과,

늙은 호박과 푸르딩딩한 호박과,

박스에는 조금씩 몇가지를 조목조목 넣어서 집 앞까지 가져다 주고 갔다.

도시 칫과에 오는 길이라면서.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르고, 지을 필요도 없는데도,

시골에 살게 되니 참깨, 들깨, 건고추는 우리 먹을 것은 짓게 되더라 했다.

시골집 마당이 넓으니 무는 마당에 심었는데도 마치 맞게 자랐다면서

2개를 넣고 박스 포장을 했는데 차에 실으면서 (친구) 남편이  하나 더 뽑아서 차 드렁크에 그대로 넣었다는

무도 있었고,

 

믹스커피라도  집집마다 같은 것을 먹지 않으니,

오늘도 먼 곳에서 온 친구에게 믹스커피 조금 넣어서 주었다.

이웃 친구네도 나하고 믹스커피가 다르면 조금 준다.

아이들 집에 가도 나는 원두커피 기계로 내린 것이 너무 진해서

따근따근한 커피 마시려고 가지고 가는데, 딸아이도 가끔 믹스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한다.

젊은 딸아이들은 미긋커피를 사서 두고 마시지를 않으니,

믹스커피는 이젠 엄마표 커피가 되었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구마 사기  (0) 2021.11.05
대봉감 홍시  (0) 2021.11.05
월동준비  (0) 2021.10.28
사람도, 식물도 한창 때가 있다  (0) 2021.10.24
소통의 방법이다고  (0) 202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