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월동준비

이쁜준서 2021. 10. 28. 07:10

 

 

강원도에서는 옥수수 밥도 한다고 들었지만 아마도 옥수수를 멧돌에 두르르 갈아서

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막연한 생각이고,

옥수수 밥을 직접 본적도 없다.

시골 생활 4년차 친구가 9월에 이런저런 농산물 조금 가지고 왔다고 해서 나가 받아 

온 것 중에 옥수수알이 한 봉지 들어 있었다.

밤새 물에 담가 두었다가 직화 압력밥솥에 익힌다고 하기는 해도 불을 꺼도 잔열도

뜸이 든다 싶어서 아직 두었지만, 밤새 담구어 두었던 것을 건지니 촉감으로는 하나도 불은 것은

없다 싶었다.

평소는 콩5~6가지에 보리쌀 조금을 불렸다 함께 직화압력솥에 삶아 두고 찹쌀 1, 맵쌀 1,

귀리 1/2을 넣고 씼어서 잠시 불렸다가 콩류, 보리쌀 삶은 것이랑 같이 밥을 전기 압력솥

잡곡에서 밥을 지었다.

밥은 진기가 없다.

백미 밥 생각이 나지만 남편이 다행히 백미밥은 싱겁다하면서 좋아하니 다행이다.

 

 

오늘은 본적이 없는 옥수수알 삶은 것과 귀리를 섞은 쌀과,

구지뽕 잎을 갈아서 조금 넣어서 밥을 지어 볼 생각이다.

자연인이란 프로그램에서 산에 사는 사람이 구지뽕을 콩콩 찧어 가루를 내어서 냄비밥을

했는데 밥이 찰밥처럼 윤기가 자르르 하고 맛이 있다 했지만,

산 속에서 먹는 밥과 도시 상에서 먹는 것이 과연 같을지는 먹어 보아야 안다.

물을 끓어 먹으려고 산 구지뽕잎 중에서 골라서 믹스기에 갈아서 고운 망에 놓고 물을 흘려 보내두었다.

콩나물 밥은 기본이고, 무밥, 근대나물밥, 무청시기 밥, 가지밥 등을 가끔 해 먹는다.

양념장을 맛나게 해서 비벼 먹으면 없던 밥맛이 살아난다.

 

 

농사 지으시는 분들 거두미를 하는 철이지만,

도시살림도 유렴을 하는 철이다.

건고추도 사 두었고, 보내 주신 분도 있었고, 참깨, 들깨, 

김장무렵 건표고를 1년 먹을 것으로 사는데 오늘 주문을 할 것이고,

마늘은 친구가 씨 마늘 쪼개고 남은 작은 것을 싸이트에서 아주 헐하게 샀다면서

까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넉넉하게 준비 되었고,

건멸치도 3박스, 북어도 10마리, 

그날 김장에 넣을 청각도 건어물 상회에서 사 왔고,

겨울에 추울 때 사러 나가지 않을 정도로 약차거리도 사 두었고,

11월 말경이면 쌀과 찹쌀을 농가에 주문해 먹는 곳에서 가져다 줄 것이고,

생필품도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일 없이 사 두고 쓴다.

 

눈새우다 싶게 아주 작은 새우로 담은 추젓이 면역력에 좋다 해서 먹어 볼려고

기장의 단골상회에 부탁을 해서 오늘이나 내일 택배가 올 것이고,

 

 

실은 요즘 무릎이 많이 좋지 않아서 자잘한 반찬거리는 친구가 사다 준다.

그나마 친구와 장보러 다녔는데 갑작스럽게 더 아퍼져서 정말 이러다 고질병 되면 않되겠다 

싶어서 연골 주사 1차 맞고 조심을 하는 것이다.

남편에게 식용유, 당근, 소주 장아지용 사다 달라고 했는데, 친구가 간다면서

사다 주었다.

 

구지뽕 잎은 둘째가 사 보냈고,

오메가 3는 첫째가 사 보냈다고 하고,

 

이 모든 일들이 나 혼자서 다 해 온 말하자면 내 생활의 일부의 일이였는데,

아이들이 객지로 가고는 아이들이 집으로 와 다 같이 식사를 해도 쾌활하게 하하거리고 웃던

웃음은 엷어져 있었고,

준서를 데리고 있으면서 다시 찾은 웃음은 준서를 보내고 더 엷어졌고,

 

 

자식들이 다 집에 있을 때는

드라마에 슬픈 장면이 나오면 식구들은 내 얼굴을 볼 정도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는데,

이젠 여간해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맘을 비우고 또 비우고, 또 차고 다시 비우고를 하면서 내 정서감도 딱딱해져서,

눈물도 말랐다.

 

 

자식들에게 너희들이 보고 싶다거나,

준서가, 둘째의 아기가 보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이 늘 바쁘더라 싶어서 긴한 것이 아니면 전화도 하지 않고,

카톡으로 넣어 놓으면 즈그들 시간 날때 보고는 대답을 하는 것이고,

 

월동준비는 해마다 하는 것이고,

맘의 월동준비는 수년을 해 왔더니 비우고 차고 다시 비워도,

맘은 다져 지는 것 같다.

 

그 중 연한 것은 그래도 꽃을 가꾸는 것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갑작스럽게 길 걷다 연골이 찢어 지는 일도 생기는데,

내가 내 힘으로 꽃 가꾸는 것은 언제고 끝날 일이란 것은 오래 전부터 생각 해 왔던 것이다.

실제의 꽃밭으로도, 또 내 맘의 꽃밭이기도 한 것이다.

 

이 사진들은 올 해의 5월의 꽃들이다.

5월은 햇살이 초록잎에 살픗이 내려 앉고, 갖가지 꽃들이 햇살을 받아 피고,

5월은 녹색이 빛을 더 해 가는 참 좋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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