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밥을 좋아 한다.
무청시래가 내가 삶았는데 부드러우면 무청시래기 밥도 하고,
콩나물밥, 가지밥도하고, 곤드래나물밥도 하고,취나물밥도 하고,
나물밥 할 때는 무 한칼 썰어 넣습니다.
뽕잎 밥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보드러울 때 훓었다 했습니다.
모르고 먹으면 무슨 나물인지도 모를 나물의 독특한 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부드러워서 양념장을 특별하게 정성껏 했고,
쌀뜨물콩나물 국과 어울려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일전 친구가 준 선물꾸러미 속에 들어 있던 거였습니다.
친구는 나물로 해 먹었다 했습니다.
들깨, 참깨도 사주고, 건고추도 사 주고,
도시로 나오면서 농산물 선물도 간간이 가져다 주고,
코로나 진정되고 나면 시골 집으로 다녀 가라고,
어제는 전화가 왔는데 아카시아 꿀이 필요한가?
소꿉놀이 하듯 한 참 순수한 그런 정으로 지낸 세월 속에서 친구 입니다.
시 집 선 물 받다
1판 1쇄 발행, 1995년
2판 1쇄 발행, 2021년 3월 30일 문학동네
수국이 피는 곳
퇴락한 산사의 마당,
수국이 피지 않는 나라에서 수국을 그리던 맘이
수국이 피는 나라에서 수국을 잊어 버린 맘이
맘이 담담한 사람이 자기 한 구석을 비워
그저 수수하게 기르는 꽃
외로운 맘으로만 볼 수 있는 그 꽃을
수국이 피지 않는 땅에서 다시 기억 합니다.
책은 93p 얇고 시는 한편이 길어서 활자는 작습니다.
컴퓨터도 돋보기를 끼고 보니 활자 작은 것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책을 손안에서 빠르게 넘기는데, 수국이 피는 곳이란 제목의 시가 있었고,
저가 간략하게 시 끝부분만 정리 한 것입니다.
시에는 ' 맘이 담담한 사람이 자기 한 구석을 비워 그저 수수하게 기르는 꽃'
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가 옥상정원을 가꾸는 맘 같았습니다.
오랜 블로그 벗님께서 정원에 앉아 쉴 때 읽으라면서 보내 주셨습니다.
저가 옥상정원을 가꾸는 것도,
내 한구석을 비워서 꽃으로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 싶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이 내가 가꾼 꽃 보기를 즐겨 한다는 것입니다.
부부가 같은 곳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시간도 있다는 것입니다.
뽕잎 밥은 세월을 온 몸으로 살아 오면서 그 세월동안의 친한 친구의 선물이었다면,
이 시집은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오랜 블로그 친구의 맘의 선물이어서
생뚱하지만도 또 같은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