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첫날!
무게의 균형을 잡지 않으면 들어 올리다 놓치게 될 만큼 큰 늙은 호박을 잡았습니다.
이 호박 남은 것으로, 호박 버무리를(떡) 해 먹고 싶은데, 차라리 남은 호박을 호박고지로 말려야 할 듯 합니다.
호박죽을 끓인다고 동지 때 남겨 두었던 쌀가루도 있고, 새알도 있고,
팥, 땅콩, 강낭콩, 옥수수알 등은 네가지나 되니 한번에 가스불에 두개씩 삶고 있고,
호박도 껍질을 까서 썰어 놓았습니다.
3중바닥 스덴 찜통에 삶아서 잘 익은 호박은 푹 익혀서 큰 주걱으로 툭툭 치면서 으깨는데, 상태 보아가면서
도깨비(전기 방망이)가 나서야 할지 모릅니다.
예전 겨울이면 콩나물을 키워서 저녁에 콩나물 죽을 끓이거나, 시래기 푹 삶아서 시래기 경죽을 자주 끓이니,
우리들이 저녁에도 밥을 먹자고 하면, 할머니께서 괜찮다.
매일 죽을 끓이는 것도 아니고, 아침밥 저녁죽이라 했다.
아침에 밥을 해 먹을 수 있으면 부자 부럽지 않다고 하셨지요.
제 어린 시절에는, 늙은 호박으로 호박 범벅을 하는 것은 겨울에 하지 않았습니다.
추석이 지나고 일찍 열렸던 호박이 익으면 그 때 강낭콩도, 팥도 넣고 디딜방아에 쌀 콩콩 빻아서 그렇게 호박 범벅을
해 주셨지요.
호박죽이라 하지 않고 호박범벅이라 했습니다.
학교 다녀 오면 호박범벅을 끓일 준비를 하면 얼마나 신이 났던지요.
저가 호박 범벅을 끓이는 것은 호박을 익혀 덩어리를 깨고 삶아 놓았던 팥, 콩류, 땅콩, 오늘 같으면 옥수수알
등을 넣고 버글버글 끓이다가 쌀가루를 위에 솔솔 뿌립니다.
뿌리면서 쌀가루에 구멍을 내어서 뚜겅을 닫고, 김이 오르게 해서 익었다 싶으면 아래까지 저으면 쌀덩이가 쪼개지면서
먹을 때 작고, 약간 큰 덩어리가 맛납니다.
경상도 식이고, 요즈음 새알도 넣던데, 동지 때 팥죽을 끓이고 남은 새알도 있으니 가루가 모자라면 넣을 겁니다.
호박만 하면 색이 연하고, 단호박 한덩이 넣으면 색이 짙은데, 오늘은 단호박이 없습니다.
새 하얀 쌀가루는 흰 눈처럼 순수 하고 깨끗하다.
이 쌀가루에 김이 올라서 익히기도 하고, 그 익힌
것은 우리가 바로 먹을 수도 있고 등으로,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 질 것이다.
잘 익히게 하기 위해서 물을 약간 넣고, 버무려서
채에 내리는 화합으로 그 1장을 연다.
골고루 익는 것은 화합이고,
익히게 하기 위해서 물반을 하고,
체에 2번을 내리면서 공기층을 주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되지 못하거나,
솥에서 익히는 과정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한 것은
불화합이 된다.
새 해 첫날 호박범벅은
솥 밑에 누른 것도 없고,
단맛, 짠맛도 다 적당했고,
이웃 친구네도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손 많이 가는 음식을 평소에 잘 하지 않아졌다.
아이들이 오면,
하는데,
잘 될까? 하는
의문부터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시골을 토지 개발해서 아파트를 짓고, 시골 동네가 있었 던 곳이기에 단독주택지도
분양을 해서 단독주택이 지여졌습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새 집을 짓고 입주를 했기에 동네 토박이가 없었기에 처음와서 소방도로를 끼고
마주한 집들에서 5명이 가끔 저녁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하면서 지냈는데, 상다보니 3사람은 이사를 가고,
이웃한 친구와 둘이서만 남았습니다.
학원에 등록해서 공부 하던 중이였는데,
입맛이 까칠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때에 일요일 저녁 때였는데 가스불에 양쪽에 놓고 호박범벅을
끓였다면서 친구가 큰냄비채로 호박죽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끓여서 한 양푼 주지 누가 아예 처음부터 큰 냄비에 호박죽을 끓여서 줄 생각을 할까 싶어서,
너무도 고마웠고, 그 뒤로 둘은 단짝이 되었습니다.
마트를 가게 되면 우리 집에서 한 집 지나면 친구 집이라 친구가 3층에서 내려 오지 않았으면
핸드카트를 찾아서 대문밖에 내어 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마트에서 한 집 짐이 더 많으면, 적은 카트에
옮겨 담기도 하고, 저가 짐이 많으면 친구가 제 핸드카트에 짐을 차곡차곡 담아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 집에 가면 보통 열흘이 좀 넘게 있다 오면, 옥상 정원에 물도 이웃 친구가 다 줍니다.
우리집에는 새로운 식물이 자주 들어 오기에 나눕니다.
새 식물이 들어 오면 퇴출되는 것들도 생기기에 그 퇴출되는 식물도 친구가 가져다 몇년 지나면,
가져 가라고 뿌리 나누기등을 해 놓았다 주기도 합니다.
김장배추도 같이 사러가고, 같이 절이고, 같이 씻고, 양념도 같이 합니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한 사람은 배추를 자르면 한 사람은 소금을 치고, 큰 다라이 3개를 놓고 둘이서 씻으면,
금방 일이 끝납니다.
새해 첫날 호박 범벅을 끓이면서, 예전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그리운 분들 생각도 하고,
호박범벅으로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 우정으로 지내는 저보다 여섯살 적은 이웃친구를 새삼 생각합니다.
새 해 첫날이라고 무엇을 계획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 하루를 잘 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