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밀도

이쁜준서 2020. 1. 5. 09:07


살아 온 세월을 돌아보면 까마득 합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 왔구나 싶은데, 어제는 수년간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지내다 다시 신년 인사정도 하고

지낸지 몇년이 된 친구 1에게 새해 들어서 3번째 전화를 했습니다.

몇번 전화 했던데 그 때는 받을 수 없었고, 전화 한다는 것이 하지 못했다 했지요.

우스개다 하고서는 너보다 내가 부지런한 것이다 하고는 웃었습니다.

그 말에 수년을 만나지 않았던 사이에 훈풍이 불어서 나누는 대화가 풀려 나갔습니다.


신년 인사 전화를 하면 전라도, 서울, 대구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함께 만나자는 허공중에 흩어질 밀도 없는

말 인사를 해 왔습니다.

무엇이던 절실해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절실한 것은 없었던 거지요.

서울에 사는 친구들끼리는 그들의30대에는 우연하게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서 만나게 되고, 그렇게 졸업하고 소식도

몰랐던 친구들을 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이 서울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신기하더라 했습니다.

그래서 몇몇이 만나게 되고, 살아오면서 가끔 여럿이 만나게 되더라 했습니다.

서울에 입성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각자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서 나이를 먹고 그러면서

첫아이들 결혼식에 하객으로 가서 만나고 만남이 뜸해지고 그랬던 모양이었습니다.


친구 2하고는 새해가 되면 1~2회 전화 연락을 하고 지냈고, 우리 한번 만나자란 말만 했지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언제고 만나지겠지란 생각으로 그렇게 지내 왔습니다.

친구 1이 친구 2에게 몇년 전 전화를 했더니 늙어가는 모습 보여 주기 싫다면서 만나지 않겠다 하더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로 그 친구(친구2)가 보고 싶은데 만나지 않으려 하고 전화도 받지 않고, 카톡을 보내도 소식이

없더라 했습니다.


작년 여름 친구 2와 통화를 했는데, 휴대폰 번호가 바꾸어지게 되면 서로간 연락을 해 주기도 약속을 했지요.

저하고는 저도 몸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해서 그런지 한번 만나자는 말을 하기는 했습니다.

친구 2가 늙어가는 모습 보여 주기 싫다란 말을 한 것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올 해가 지나가면 정말로 만날 기회가 없겠구나라 싶어서요.

절실해지니 지나가는 말이 아니고, 밀도 있게 꼭 만나자는 약속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만난지 20여년이 된 친구 3명과의 2달만에 만나는 날이였습니다.

이 친구들과는 1살 차이, 6살차이, 8살 차이로 같이 밥 먹고 그동안의 자기들 이야기를 하고,

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챙기니 정의 밀도가 높아서 같이 있는 시간들이 찰집니다.

한 친구는 아기 둘을 데리고 사위와 딸이 독일로 박사학위 공부하러 유학을 갔는데, 큰 딸하고 가서 있다 오겠다 했습니다.

큰 딸이사 휴가를 내어 엄마 모시고 가는 것이고, 가면 엄마표 밥 해주고 오래 있다 올 것이라 했습니다.

아들만 둘이 고등학생일 때, 하던 사업을 다 접고, 자기 한 몸만 우리 지방으로 와서 낮에도 일을 하고, 밤에는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렇게 아들들 대학, 대학원 바라지를 했고, 결혼들을 해서 손주도 넷이나 본 사람이 있습니다.

큰아들이 장모님은 집 사람이 챙겨 드리는 것도  다르고, 우리 집에도 자주 오시는데, 엄마는 혼자서 외롭겠다 싶다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했습니다.

며느리 모르게 옷 사입으시라고 큰 돈을 주니 동생이 그 돈으로 좋은 옷 사기에는 모자란다 하는 말을 듣고,

가서는 다시 첫번째 준 돈보다 1,5배 되는 돈을 송금해 왔더라 했습니다.

아들도 아들나름이고, 딸도 딸 나름이지만, 품안의 자식이지 내 품 떠난 자식들은 결혼해서 자기 가족이 있고,

그 가족 품고 직장생활 하기도 힘이드는데, 가끔 그립고 죄송하고 그렇지 더 이상 맘까지 오고 간다는 것은

맘을 접어야 합니다.

우리 세대도 우리 엄니에게 그런 자식이었습니다.


어제는 강낭콩, 땅콩, 옥수수 낱알, 팥은 다시 삶고, 쌀가루는 물에 몇시간 불려 놓았다가 방앗간에서 갈아 오고,

호박을 삶고, 다시 호박범벅을 끓였습니다.

호박을 삶을 때 미리 적당하게 물을 부어서 다 삶고나서는 갱물을 더 붓지 않고, 호박도 주걱으로 툭툭 쳐서

덩이지지 않게 깨고, 호박범벅을 끓였습니다.

호박범벅은 죽 중에서도 들어가는 것이 많고, 다 끓여서 식어도 갱물기가 그릇가에 돌지 않게 밀도 있게 끓여야 합니다.

끓을 때는 용암처럼 북덕북덕 끓으면서 튀기에 면장갑을 끼고 고무장갑을 끼고 해야 합니다.

맘 먹은대로 잘 끓여 졌습니다.

아래 사진의 저렇게 큰 호박으로 죽을 두번 끓였고, 한번에 12그릇쯤 나오게 끓였으니 호박향과 맛이 나는

아주 맛있는 호박범벅이 끓여 진 것입니다.


저 호박을 살 때 농협로컬푸드에서 15,000원을 주고 샀습니다.

그 날 파는 것중에서 제일 큰 것이였고, 늙은 호박으로 익히는 것중에서도 저렇게 크게 자라고 잘 익고 할려면,

올 호박이라 상품중에서 최상품이다 싶었습니다.

친구는 한덩이에 5,0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사지 호박을 어떻게 15,000원씩이나 주고 사느냐고 몇번을 말렸지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농사 짓지 않아도 최상품 늙은 호박을 사서 먹을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싶었지요.



  


   호박은 망에 넣지 않고는 혼자서 들어 올리기 버거웠고,

2019년산 팥은 색갈이 곱고 깨끗했습니다.

무엇이든 잘 익었다는 것은 그 것을 부드럽게 합니다.

호박도 너무도 잘 익어서 푹 삶으니 주걱으로도 덩어리가 깨어지고,

팥도 빨리 익었습니다.



인구 밀도란 말을 초등학생인 때 처음 교과서에서 나오고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하면서,

밀도란 말이 아주 중요한 것이구나 생각 했습니다.

인구 밀도가 떨어져서 참말로 걱정입니다.


밀도란 것은 나 혼자의 삶에서도 있어야 하지만, 서로가 상생하면서의 밀도도 높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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