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어느 날의 이야기

이쁜준서 2019. 10. 19. 03:21



을왕리 해변에서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에  오후 무렵에 갔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40여분쯤 걸렸다.

목적한 바닷가 가까운 곳,  카페 2층 데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서 우선 차를 마셨다.

아기가 아장아장 우리 벤취형 의자 근처에서 노는데, 순식간에 흭 지나갔다.

큰 개 2마리였다.

아기를 안아 올리고 잠시 긴장이 되었고, 그 순간 개의 목줄을 풀어 주었던 모양이었다.

아기는 개가 모퉁이로 들어가고도 개를 따라 보러 가고 싶어 했지만, 목줄 풀린 큰개가 겁이나서,

우리는 아기를 안고 큰 개가 들어간 모퉁이를 보고  있었고 사람이 그 모퉁이로 들어갔다.


빨간 불덩이 같은 해는, 구름 옷 입고 살짝 살짝 치마 들어서 보여주다가.

사진을 찍으려면 숨박꼭질을 하고, 바다 속으로 곧 숨어 들 바다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서 있는 세멘트 길 끝은 경사져 있었고, 그곳이 배 접안하는 곳으로 보였다.

좀 위험해 보이는 곳에 앉은 40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서 너무 좋다는 말을 서로 나누고 바다를 바라고 보고 있었다.

웬지 일어서다가 한발만 헛 딛으면... 싶어서 바다 구경을 하면서 그들을 자꾸 보게 되었다.


한 참을 걸어 나와서 식당에 들어 갔는데, 여름 성수기에는 넓은 홀에 손님이 가득 차겠지 싶은 아주 큰 식당이고,

바다 쪽으로 식당문은 다 떼에내어 있었다.

셧터문은 아니였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인지 그 바다를 찾는 손님들은 가을 밤인데도 많았다.

문을 뗀  창가로 테이블은 바짝 붙어 있었고, 두 줄의 문들이 걸리는 알미늄 샷시 문턱은 제법 넓었다.


그곳에 고양이계의 돼지정도로 보이는 누런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 있었다.

우리 쪽은 쳐다도 안 보았다.

조금 있으니 검은색 흰무늬 아직은 어린 고양이가 오더니 서로가 핧고 고개를 부비댄다.

에미는 바다를 보고  작은 고양이는 슬며시 우리 식탁 밑으로 올라 왔다.

식사 중이라 줄수도 없고, 못 본척 했더니 이내 다시 자기들 자리로 내려 갔다.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에 모습으로 꼭 같은 새끼고양이가 한 마리 더 왔다.

일단은 에미에게 부비부비하고 서로가 핧아 주고 한다.

헤어졌다 만나면 그들도 서로가 인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세마리가 있더니 에미와 새끼 한 마리가 가고, 한 마리는 남아서 바다쪽을 보고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고양이를 앞에서 보여 줄려고 아기를 데리고 나갔더니 아기는 고양이가 너무 좋아서 순간 앞으로 몇발자국 나가면서 손을 폈다.


에미와 새끼 한마리도 식당안의 우리에게는 건물 옆으로 가서 보이지 않았지만, 아기는 고양이를 따라 움직여서

생선을 먹고 있는 것도  보았다 했다.

먹다가 남은 한 마리를 데리러 두 마리가 와도 남은 한마리는 따라 가지 않고,그 자리에 그냥 있어서,

남은 고양이에게 새우 튀김 하나 주었더니 맛나게 먹었고, 꽁치구이 반마리 주었더니 입만 대고 만다.

횟집이라 우리들처럼 가족 몇사람 먹는 자리에서는 남겨진 생선도 나오고 배는 고프지 않겠구나 싶었다.

얻어 먹으려고 그 자리에 있었다기보다 바다와 바다와 어울린 사람들을 구경하던 참으로 보였다.

에미고양이가 귀를 긁적이니 아기는 안녕하고 손을 흔들더라 했다.

아마도 고양이가 아기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듯 했나보다.

아기는 그림책에서 고양이를 보고, TV화면에서 고양이를 보았고, 먼발치에서 보았었을뿐이였는데,

가장 가까이서 고양이 세마리를 보았던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119 소방차가 뒤에 보트를 메달고  식당에서는 건너 쪽, 우리가 바다를 구경 했던 곳으로 갔다.

두번째 119  소방차가 보트를 메달고 갔고, 119 구급차가 2대 갔고, 경찰차가 지나 갔다.

바다에서는 환하게 서치라이트를 켜고 배가 움직이고 있었고, 한참을 있다가 차들이 간 순서대로 빠지고,

조금 더 있다가, 남은 119구급차와 경찰차가 빠졌다.

해변의 관광객은 즐기고 있고, 시차를 다투어서 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모양으로 보였다.

해변가는 뻥뻥 불꽃이 밤 하늘을 수 놓고, 식당에 따라서는 모임을 하면서 웃고 술 마시고,

밤바닷가를 보면서 흥이 피어 오르는데, 구급차가 빠지는 것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설마 자꾸 신경이 쓰였던 그들이 아니기만 바랐지만, 지구를 들어 올리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어도,

누구에게나 삶은 무거운 것이구나 싶다.


차를 타고 오면서 아기는 잠들었고, 나도 잠이 왔다.

집에 와 밤 9시도 되기 전, 자고 일어 났더니 01시가 지났을 무렵이고, 잠은 푹 잤고, 컴퓨터와 놀고 있다.

야식이라고 평소에 하지 않는다.

아기를 재워 놓고, 일을 하던 아이가, 걀쭉한 손질한 밤 봉지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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