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해야 하는 모임 날자에 수목원으로 가기로 했었다.
그 때 수목원에 가면 꽃무릇이 한창 필 때였다.
그 날 태풍이 올라 온다고 해서 어느 식당으로 모임을 잡았다면 그대로 했겠지만, 수목원이라
새로 잡은 날자가 어제 였다.
회원이라 하기에도 적은 인원 네 사람이 다 모였다.
그간 살아 온 이야기들에는 어느 한 사람은 시어머님께서 양력 8월에 돌아 가셨다 하고,
어느 한 사람은 남편이 혈관이 막혀서 다시 시술을 했다 하고,
준서할미 보고는 좀 맘도 내려 놓고, 식사도 잘 하라고 애틋해 하고,
찻집으로 옮기자고 하는 것을 미장원에 들리기로 이웃 친구와 이야기 한 것이 있어서
내가 요즘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핑계로 식당에서 무료 커피 뽑아서 마시고 같이 있는 시간을 줄였다.
그 중 두사람은 일을 하는 사람인데, 자기들 일 하는 것 이야기도 좀 하고,
미장원은 다음 주 금요일에 가기로 친구와 약속을 잡아 놓았는데,
갑작스럽게 둘째가 월요일에 좀 와 주실 수 있나고? 전화가 왔다.
강의 듣는 것들도 있고 해서 내 사정만으로는 어디 가지 못하는데, 필요하다면서 말을 하면,
언제든지 즉답으로 간다고 한다.
사정을 대면 부탁할 때 망서려진다 싶어서,
미장원 걸음은 한주 쯤 더 늦어도 되는데, 이웃 친구는 약속 잡았던 날이 지나고 일주일 열흘이 지나간다면
맘이 개운하지 못할 듯해서 모임을 끝내고 택시를 타고 갔다.
오후 3시무렵이었는데, 마치고 나올 때는 오후 7시가 되었다.
그러니 날은 저물고 있었고,
그곳은 원체 기다리는 것은 당연지사인 곳이고, 앉아 있으면 층층의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인생 강의가
이어 지는 곳이고, 간식에 점심까지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어제는 원장의 육촌동생이 준비 해 온,아직도 따뜻한 호박범벅죽을 저녁으로 얻어 먹었다.
우리가 중화제를 바르고 있는데 이웃 재개발 공사장에서 일하고 집으로 가는 남자분이 컷트를 하러
들어 왔다.
그 때는 중화제 발라 놓고, 미장원 가족들이 호박 범벅을 먹으려고 하는 참이여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하니
내일 오시라고 하는데도 이 머리로 집에 갈 수 없으니 기다린다고 버티고 앉았다.
그 머리 모습으로 다닌지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면서도 우기니 어쩔 수 없이 미장원 가족들은 저녁 식사가 늦어졌고,
친구와 나는 제일 먼저 호박범벅을 먹고 나온 뒤였다.
아직 재개발 현장은 토지 정리 공사를 하니 머리에 먼지가 많아서 원장은 연방 기침을 했다.
아파트로 짓는 공사여서 아직 토지 기반 동사만 해도 오래 할 것이라,
그 손님 다시 받기 싫으니 머리를 하러 가서 첫번에 맘에 드는 곳으로 단골을 정해서 다니시라고 했다.
그런 곳은 지금까지 한 곳도 없었고, 이 미장원이 처음이라고 누가 낮에 머리를 잘 한다고 들었다 했다.
저는 잘 하지는 못하고, 관상과 두상을 보고 머리 모양은 잡습니다.
앉아서 기다려 보면 사람 각자가 머리 모양이 다 다르다.
20여년, 10여년 단골들이라 머리를 하고 나서 뒷머리 거울에 비쳐 보는 사람도 없다.
수정을 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점심시간에 미장원에 있는 사람은 모두 따뜻한 밥하고 국하고 나물하고 때로는 졸임 반찬까지
수 없는 세월을 점심을 주어 온 원장이다.
자기 철학이 있는 사람이다.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림은 참 좋은 것이다.
미사려구 필요 없는 그저 샘물 같은 참 좋은 물인 듯이.
집에서 나와서 어제처럼 몇시간을 더 늦게 돌아 오게 되면 카톡으라도 연락을 하는데,
몸이 고단하니 그런것도 하기 싫었다.
돌아 오는 전철안에서 이제 전철 안이라고 카톡으로 연락을 했을 뿐인데, 식사를 준비하는 중에
건네는 말에 대답이 부드러웠다.
아마도 월요일 아이들 집에 가면 아이들도 보고, 아기도 볼 수 있어서 봄날 같아 졌던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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