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열매인데, 파는 크기가 다양하다.
10년도 더 전에는 친구의 친구 친정곳이 밤 고장이라 이제 밤을 다 수확해서 누구나 밤 밭에서
밤을 주워도 된다는 연락이 왔다면서 경남 내륙지방으로 갔던 적이 있다.
한 때 유실수 나무를 심어 농가 소득을 올린다고, 산지에 대대적으로 심었던 지방중의 한 곳이였다.
산에 들어 갔더니 바닥에 빈 밤송이가 많아서 산에 가면 뱀이 항상 겁이 나는데, 무엇을 몰라서,
이정도 밤 송이가 떨어져 있으면 뱀은 없겠다 싶어서 맘 놓고 밤을 주웠다.
엎어진 밤 송이를 세우면 밤이 쪼르르 몇개 있기도 하고, 그냥 밤 송이 밑에 몇개씩 숨어 있기도 하고,
그냥 눈에 뜨이는 것도 있고, 밤을 아주 많이 주워와서 이웃들과 나누기도 했다.
그곳의 밤은 밤알이 아주 컸고, 벌레가 약간 먹은 것도 잘라 내어도 중밤정도 크기였다.
밤을 주워와서 먹는 것도 즐겁지만 줍는 것이 더 재미가 있어서 세 해쯤 다녔던 것 같다.
4일전 마트에 갔더니 크기가 굵은 밤을 수북하게 부워 놓고, 마을대로 골라서 저울에 다는 것이 아니고,
준비된 비닐 봉지에 요령껏 담아서 1만원을 했다.
밤알이 커서 골라 담는 것이 마치 밤나무 밑에서 밤을 줍는 것과 같은 기분이 이어서 즐거웠다.
친구 집에는 됫박도 있고, 저울도 있어서 달아 보았더니 3Kg저울을 훌쩍 넘고, 됫박에는 고봉으로 2되가
되더라 했다.
첫날은 한번에 15개를 찌고, 그 다음날은 20개를 쪘다.
뜨거울 때부터 까면 밤의 껍질과 부내가 한꺼번에 벗겨 지고 오롯이 알밤 하나의 형태로 입안에서 따뜻하니
달고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밤을 반 잘라서 티스픈으로 파 먹으면 감질나는 것이고, 아이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밤을 까서
식구들은 다 그냥 집어 먹으면 되었다.
남편은 따뜻한 밤 까주는 것만 먹으면 되니 나 스스로 까가면서 먹는 것보다 더 맛날까?
어제 월요장을 들려서 마트에 갔다가 또 한봉지 사 왔다.
올 해는 홍로사과가 굵고 색이 잘 난것이 1개에 1,000원을 했다.
많이 사서 두면 허벅한 맛이 날 것이고, 해서 5개씩 사다 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농사 지으신 분들이 생각나서 미안 했다.
너무 비싼 것도, 너무 헐한 것도 아니고 농사 지으신 분들도 그만하면 되었다 하는 적정 가격이면 좋겠다.
어제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