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풋고추의 변신

이쁜준서 2018. 10. 17. 06:00



이 고추대궁이 좀 보세요.

친구가 펑 퍼질고 앉은 것이 아니고,

무릎 세우고 앉아서 고추대를 잡았는데,


고추대궁이가 일단 길고,

풍성해서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고추와 잎까지 훌터 담던 자루도 열려 있고,

고추대를  낫으로 벨려 했는데,

낫은 고추대를 싸악 베어내지 못하고,

너무 많이 달려서 비스듬하게 한 쪽으로 줄지어 기울어져 있던 고추대는

뿌리채 뽑혔습니다.


달린 풋고추가 싱싱하면서도 쭉쭉빵빵합니다.

기후가 가져 온 것이지 사람이 늦고추를 이렇게 싱싱하게

달리게 해 지지 않습니다.


친구의 해석은

고추대도 한 해 살이하면서 달릴 양이 있는데,

긴 가뭄에 심기 전 넣었던 밑거름과 한번 준 웃거름이

땅 속으로 제대로 들어 가지 못하다가,

9월에 자주 온 비에 고추대가 깨어 나더니,

태풍이 지나가면서 바람은 없고 비가 그렇게 많이 왔으니,

해갈 되어서 비료가 땅 속까지 들어가서

긴 가뭄에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제대로 열리지도 못했던 것이 제 열릴만큼을 미루어졌던

풋고추가 마침 햇살은 멀고 시원한 바람도 건들건들 불어서,

한 해 살이를 제대로 한 것이다고  했습니다.




이 고추대와 3일간을 재미나게 놀았습니다.

첫번 째 날은  이슬이 있으니 이슬이 말라야 한다고, 우리들은 생수를 뜨러  갔다 왔습니다.

밭에 도착하니 11시경이 되었고, 06시경 아침을 앉아서 먹기는 했으나 서서 먹은 듯 해서

시장기가 일어 일단 휴대용 가스버너에 라면을 끓이고, 밥을 약간 가져 간것으로 점심을 먹었지요.

단감을 따서 식후 과일로 먹고,

들에서 먹는 커피를 우리는 산소 커피라 부르는데, 그 산소커피가 따근따근 한것을 입김으로 식히면서

마시면 믹서 커피 한 잔은 커피 숍의 어떤 커피보다 맛납니다.

잘 익어 가는 가을 풍경을 돌아 보면서 마시니 엎 된 기분으로 마시니....  밭은 700여평이고,

감나무, 이팝나무가 있고, 채소 경작은 200여평이니 구경할 거리가 먼산까지 합해서 좋습니다.

그 산소커피까지 마셨으니 일단 종일 일을 계속할 무장을 한 셈입니다.


친구 남편은 들깨를 베고,

친구는 고춧대를 뽑고,

준서할미는 앉을뱅이 의자를 옮기면서 쌀자루에 고추와 고추 잎을 훌터 담기 시작 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간 20Kg 쌀자루는 어느새 한 자루 차고, 그러면 외바퀴 수레로 옮기기 좋은 장소 놓고 와서

또, 또, 그렇게 4자루를 담았고,

친구 내외는 40Kg, 80Kg, 쌀자루에 도합 6자루를 훌터 담았습니다.

처음 갈 때는 친구도 한동안 텃밭에 가지 않아서 그 상태를 몰랐는데, 들에 뚜겅 닫은 고무통에

넣어 두었던 쌀자루가 있었고, 가지고 간 쌀자루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훌터 오면 나누어 줄 것이니 내가 가서 도와주고 얼마간도 가져 올려고 갔던 것이

풋고추 풍작을 만나 저가 일한 것은 다 제몫이 되었습니다.

첫날은 오후 5시경에 집에 도착했기에 일단 한 봉지를 부어서 고추와 고추잎을 분리하고,

고춧잎의 자잘한 가지들을 골라 내어서 저녁밥상에 고추잎 나물로 변신 했고, 가지고 온 오이로  무침을 했지요.


둘째 날은 한 포대기를 큰 다라이에 부어서 고추를 가려 내고 고추잎을 다듬었지요.

가려 낸 풋고추를 고추부각 거리와.

삭혀서 고추지로 담을 거리와,

담금주에 담글거리, 썰어서 냉동실에 넣을 매운것으로, 골랐지요.


셋째날은 고춧잎을 일부를 1:10( 소금:물) 삭히고,

고추의 일부도 소금물에 삭히고,

손가락 한마디 길이로 썰어서, 담금주용 술 10리터를 사와서 나중 맛술대용으로 쓸려고 담았고,

부각거리 고추 반으로 갈라서  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입혀서 쪄서 옥상에 널었다가

건조기에  돌려 2일만에 완성을 했습니다.


4일째 되는 날은 옥상에서 큰 그릇들이 동원 된 뒤라,

씻고 건조기 선반도 씻고 남은 고추를 씻고 등등으로

식전 일을 끝내고는 마트에 다녀 왔습니다.


오후 일몰 무렵에서야 냉동실에 넣을 것을 썰고,

남은 것으로는 채로 썰었습니다.

말려서 두었다가 육고기 볶음을 할 때 매콤한 맛을 낼 때 쓰일거리 입니다.

굳이 풋고추 사서 하지는 않습니다.

매운 고추가 넉넉해서 한 것입니다.


가을바람의 풋고추라 해도 풋고추 잎이 제철처럼 녹색이고 부드러워서 바로 삶아서 우려 내지 않고,

나물이 가능해서

소금물에 삭히기도 하고, 일부는 무 오그락지 담을 때 넣으려고 씻어서 데쳐서 말리고,

그대로 데쳐서 말리고,

데쳐서 씻어서 나물로 냉동실에 두번 정도 먹을 것으로 넣고,


고추부각 한 줌 반찬으로 만들었더니 참 맛이 있었습니다.

먹거리 부족한 시절에 가을바람의 애기고추  부각용으로 손질 했던 것을,

겨울 밥상에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식 올라 오면 바삭하고 고소하고 어느 것을 입에 넣으면, 매운듯 한 고추부각의 맛,

삭힌 고추로 육젓갈과 쪽파 잎 부분 뭉떵 잘라내고 넣고 갖은 양념에 담고,

단풍 든 노란 콩잎 소금물에 삭힌 것, 육젓갈 넣고, 갖은 양념에 담은 콩잎지,

알 들지 않은 푸른 배추로 소금물에 눌러 두었던것  쌈으로 올리고,

그런 반찬이 한꺼번에 올라 오는 날은, 어느 반찬을 먹을까 싶을 만큼 반찬은 다 맛이 있었지요.

굳이 김장김치까지 올리지 않고, 씨래기 된장국을 올렸지요.

생선 두어 토막 연탄불에 구어서 올리면 금상첨화가 되었지요.

창호지 문으로 들어 온 햇빛은 아침 밥상에 누웠고, 그 밥상에서는 김이 모락모락나고,

준서할미가 어려서도 그리 먹었고,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도, 대학생 때도 그런 밥상을 먹었지요.


글 시작은 3일 놀았다 했는데 글을 적고보니 4일간이였네요.

올 해 농약을 한번도 치지 않았다 합니다.

물에 사과식초와 매실발효액을 희석한 것을 세번 뿌려 주었을 뿐이라고,

그래서 귀한 것이라고 준서할미가 3일간 일 뜸질을 하고 하루는 쉬었다 저녁 때 3시간 정도 풋고추

마지막 갈무리 까지 했습니다.


몇년 전부터 일기 (날씨)를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해는 콩이 흉작인 해도,

작년처럼 전국적으로 탄저병으로 건고추를 제대로 수확하지 못하는 해도,

올 해도 긴 가뭄에 폭염에 건고추가 금값이 되겠다 했는데 긴 가뭄은 물을 줄 수 있는 곳에서는

물부족을 해결되고 폭염은 홍고추가 익기에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듯 했습니다.

긴 장마가 있었다면 건고추는 전국적으로 수확이 더 나빠 졌을 겁니다.


놀았다고 이야기 한 것은,

풋고추를 너는 어떤 옷을 입으라 하고,

각각 다른 모습이 되게 하는 그 일이 재미가 있었던 거지요.


아무리 현실을 부정해도 이젠 노년이고, 몇년이 훌쩍 지나가면 노인이 되겠지요.

아직은 제 생활 제 맘대로 하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도 해 줄수 있는 살림 가모 역활을 할 수 있으니

노년입니다.

그러나 이젠 변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 나이대가 섞인 곳에서는 50대들도 자기들 나이가 많다고 뒤돌아서 한탄을 할지 몰라도

준서할미가 보는 그들은 젊었습니다.

그 젊은이들에게 굳이 섞이려 하지 않습니다.


노년은 그렇습니다.

잔 고장 난 것은 오래 된 한옥 기와지붕 같습니다.

변신 할 수 있는 풋고추와 고춧잎은 그래도 청춘이었습니다.

청춘의 색갈 녹색이었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굳이 끝까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준서할미 생각의 흐름을 그 흐름대로 정리 한 것일 뿐이고,

녹색 글만 읽어도 그 속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어 있습니다.


본 문장에서도 단락 단위로만으로 끝까지 연계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이야기가 됩니다.

언제 저가 또 이런 경험을 다시 하겠나? 싶어서 길게 쓰여 졌습니다.


글 쓰다 이런 글 상자로 설명한 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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