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나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이쁜준서 2018. 4. 15. 04:15


봄비에 바람까지 있는 날이 잦다.

농촌 살림이라면, 아니 단독주택인 내 옥상 정원이나 현관 앞이나 비설거지를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예전 내 어린아이 시절,

시골에서는 비가 오면 요즘처럼 덮어 놓을 갑바나 비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보리 가을이나 벼 농사 가을이나 수확해서 집에 들였던 보릿단, 볏단을 들여 놓기에는 한참을 모자란

처마 밑으로, 디딜방아가 있는 곳으로등 빗소리에 밤 중에 일어나 그야말로 마당을 뛰어 다니듯 어른들은

비설거지를 하셨다. 보리 가을에는 얇은 삼베 적삼은 다 젖고 이마에는 물이 떨어지고, 타올수건이 있던 것도 아니고,

얼굴에 물 찍어 바르듯 세수한 것을 무명베 수건으로 닦고 살던 그 시절에 빗물을 제대로 닦지도 못하고,

자다 밤에 비를 맞았으니 추워서 이불 속으로 들어 갔을 뿐이였다.

그렇다고 이불이라 해 보았자 넓기나 했나? 자는 사람 수에 비해 넉넉하기나 했나?

그 시절은 모든 것이 궁핍하고 옹색했지 요즈음처럼 넘쳐 나지 않았다.

어째 도시 형제들집에 갔다가 깡통하나 구해 오면 우물에 두레박을 요긴하게 만들어 썼다.

지금이사 시골이나 도시나 먹고 사는 것,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것이나, 주방이란 개념은 비슷한 세월인 것이다.


잠은 정해 진 것처럼 밤에 조금 일찍 자면 새벽 3시 이전에 일어 난다.

늦게 자도 새벽 4시경이면 일어 난다.

다시 잠들어 지지 않으니 컴퓨터를 열고, 마실도 다니고, 블로그를 열어 글도 적고 한다.

처음 컴퓨터를 열 때는 맑은 정신이 아니니 답글도 달고, 마실가서 댓글도 달고, 읽기만 하기도 하고,

차츰차츰 정신이 맑아지면 작은 다관에 우엉차를 준비한다.

잎으로 만든 차도 딸이 사 놓은 것들이 여러가지 있더만, 어떤것은 너무 진하고, 어떤 것은 잎이다보니

맑은 면에서 모자라고,

우엉차는 뿌리를 찌고 말리고 볶고 내 손으로 해서 보내 주었던 것을 냉동실에 두고 보관 했던 것이라,

차 자체도 은근하게 숙성이 되었고, 맑다.

맑으면서 차 맛도 있어서 즐겨 마신다.

따뜻한 차가 넘어가면서 머리도, 가슴도 맑아지고, 글을 적기도 해 진다.





4월 초순 갔을 때 올 해도

이 때처럼 꽃몽오리가 많이 온 모습의 큰꽃으아리

강아지풀 대구이처럼 가느다란 한 줄기에서 꽃 한송이 피고 난 뒤인 것을

화훼단지에서 사 온것이 10여년도 넘었다.

우리 토종의 야생화인데, 꽃송이가 크고 아름다워서,

엔간한 원예용 꽃은 견주지도 못할 아름다움과 귀품을 가진 꽃이다.


오래 식물을 가꾸다 보니 강전지를 해서 키웠지만 옥상의 나무꽃들은 심겨진 것은 아주 큰 통에 심어져 있다.

나무들도 늘어나고, 일년으로 마무리가 되는 풀꽃들도, 다년생들도, 지기를 받지 못하는 구근들은

큰 통에 심어 놓고, 겨울에는 얇은 이불로 밤에는 물론 덮어 주지만, 아주 추운 때는 몇몇일을 그대로 덮어 주고,

겨울비야 잘 오지 않지만, 겨울이나 이른 봄날 비가 오면 이불 위에 비닐까지 덮어서 물이 들어 가지 않게

덮어 주었다.

그래야 영하로 내려 가는 날 구근이 얼지 않으니까.

나무이던 구근이던 풀꽃이던 그 성질에 맞게 가꾸게 되었고, 비록 옥상이라도 정원화가 되었다.

3월에는 2박3일을, 4월에는 1박2일을 다녀 왔다.

구근은 거의 전멸이고, 나무꽃들도 나무자체가 동해를 입어 고사한 것들도 있고, 작년에 산 것인데,

새싹은 손가락 두어마디 정도 올라 왔는데, 그 이름도 모르겠고,

드러 내 놓고, 걱정 한번 하지 못하고, 나는 옥상에 손을 놓았던 것이다.

챙기지 못할 현실에서 드러 내 놓고, 걱정을 한다면 가족들이 불편해 지는 것이라.

이 나이에도 한 순간에 소중한 것도 손을 놓게 되는구나라 싶어졌다.

그렇게 삐친 맘이 봄도 반갑지 않았고, 공원에 피는 꽃들에게도 관심이 없어졌다.

얼마전부터 그 맘이 조금씩 풀려서 공원에 핀 꽃들은 폰에 담기도 하고 있다.

내가 다시 식물들을 사 들일까?



친구에게 작년에 사 들였던 것들을 가지고 가라고 했다.

이웃이라 가서 볼 수도 있고 혹여 내가 다시 꽃 피는 식물들을 챙길 형편이 되면 삽목이나 뿌리 나누기로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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