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엄니 맘으로 보내준 택배꾸러미를 받고,

이쁜준서 2017. 3. 4. 13:49


어제도, 오늘도 정으로 포장 된 택배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방금 받았는데, 사촌언니에게서 왔습니다.

사촌언니와 언니 여동생은 17살차이가 나고, 제 동생과 저는 12살 차이가 납니다.

사촌언니는 남동생 공부 시킨다고 도시로 보낼 때 함께가서 밥을 해 준다고 나갔고,

저도 중학생부터 집에서 나와서 살았고,  언니나 저는 친동생들이라도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심중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내 동생이니 보면 반갑고, 집밥을 먹지 않고, 밖에서 밥을 먹게 되면 밥 한끼니라도 내가 사 주고 싶습니다.

우리들이사 맏이라 동생들에 대한 맘이 끈끈하지만 나이차 많이 나고 즈그들과 함께 산 세월도 적어서 그 끈끈함이 다르지 싶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동생 밥 해주고 자취를 하는 때에 저가 고등학생인 때에 함께 1년정도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저와 언니는 네살 차이 입니다.


서로가 자식 키우면서 살 때엔 경사나 상사 일이 생기면 참석해서 얼굴 보았지 전화 한 통화 하지 않고 몇 십년을 보내었습니다.

전화를 일주일에도 서너번 하게 된 것은 3년차가 되었습니다.

자기 동생들과는 깊은 맘의 이야기를 하지 못해도 나이도 비슷하고, 이제는 우리들도 부부끼리만 살고 있어서 사촌이라는 생각이 없이

친 자매처럼 잘 지냅니다.

언니는 재작년에는 눈길에 넘어져서 두 팔목을 깁스 한채 보냈고,  깁스를 풀고도 무거운 냄비를 한 손으로 들지는 못한다 합니다.

작년에는 마주 오는 자전거를 피하다가 주저 앉게 되고 고관절 수술을 하게도 되었습니다.

아직 다치기 전의 건강을 못 찾아서 집안 일을 조금만 해도 식은 땀이 난다고 할 정도라 합니다.

작년에 하룻밥을 자면서 만나기는 했습니다.


2일 전에는 예전 주소가 맞나라고 전화로 물었습니다.

내가 쓰고 있는 것도 한참을 쓸것이고, 너를 만날 때 하나 가져 나갈려 했던 것인데, 이제는 들고 나갈 정도도 않되고 택배로 보내 주께라

했습니다. 주고 싶어서 하는 말에 두고 언니 쓰지 괜찮다는 말을 하면 산통 깨는 것 같아서 고맙다는 말만 했습니다.

오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고급냄비이던데  적당한 크기로 2개와 후라이팬 1개, 캔햄, 참치캔, 식용유등등 아까우면 줄수 없을만큼 어린아이 때 빵개이 살듯이

차곡차곡 많이도 챙겨서 보냈습니다.어린시절 사금파리를 돌로 동글동글하게 만들어 착착 포개어 놓고, 부엌 살림이라 했었지요.

아마도 자기 집에는 몇번 먹을 것 남기고 다 보냈지 싶었습니다.


수도권의 아이들 집에 가도, 시외버스를 타고 가도 너무 멀다고 제날에 오기는 무리하게 멀다고 해서, 집으로 내려 올 때

서울역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한참 놀다 오기는 합니다.


사촌간에 정이 있으면 친한 친구들과는 달리, 각자의 엄니가 서로에게 인척이 되는 관계라서 아주 친한 친구와도 또 다릅니다.

또 연배가 우리들처럼 비슷하면 우리가 어렸을 적 같이 지냈던 이야기도 하게 되고 한 쪽이 아프면 정말로 가슴이 아픕니다.


현재 쓰고 있는 냄비가 있어도 새 냄비 내어서 사용 해도 되는데, 여자들은 쓰던것이 낡을 때까지 쓰고 새 냄비는 아껴두게 됩니다.

언니도 냄비 2개를 그렇게 아껴 두었던 것일겁니다.

그렇게 훗날 쓸려고 챙겨 두었던 것을, 사촌동생인 저를 주게 되는 것은 아깝지 않아서 찾아 내고, 두고 먹을 수 있는

캔들을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서 거의 챙겨 보냈지 싶을 만큼 많았습니다.

지금은 언니가 몸이 시원치 않아서 서울역까지도 나오지 못하는데, 봄이 되면 장류 챙겨서 한번 찾아 가야 되겠습니다.

서울역에 내려서 버스 타는 곳을 알아서 가서  점심 같이 먹고 전해 주고 와야 겠습니다.

세상 소풍길 마치고 가신지 10여년이 지났는데 사촌언니가 챙겨서 보내 준 것은 꼭 엄니가 보내 주신 것처럼 맘이 찡 합니다.

이 맘을 정리 해 두려고 택배 꾸러미 헐어서 보고 잘 받았다고 전화하고는 바로 글을 적습니다.

아마도 저가 세월이 한참 뒤에 보게 되면 맘을 따뜻하게 할 이야기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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