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항아리 이야기

이쁜준서 2017. 2. 27. 09:23


1층 마당에 항아리가 있다면 건사하기도 편할텐데, 우리집은  3층집 옥상에 있습니다.

장 항아리가 비게 되면, 첫번째 씻은 염도가 있는 물은 적당한 통에 담아서 주방으로 들고 내려 와서 개수대에서 버리고,

우수관 가까이로 항아리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옮겨서 맑은 물이 나오도록 씻어서 물을 가득 채워서 서너번을 우려 냅니다.

비 오는 날이면 더 더욱 좋구요.

20여일 전에 된장 손보고 비게 된 항아리는 겨울 중이라 옥상 바닥에 물을 버릴 수도 없고, 된장을 퍼 내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막장을 담았습니다.

지금 항아리에 담아 보았자 길어야 15일~30일 동안만, 항아리에 둘 수 있는 것을 발효에 햇빛과 바람 소통이  잘 되는 곳이 도움이

되지 싶어서 항아리에 담았습니다. 막장은 염도가 된장보다 낮아서 상온에 두고 먹을 수가 없습니다.

콩을 삶아서 청국장을 만들어 말려서, 막장을 담는 것을 언제까지 할 수 있겠나 싶습니다.

충북 시골마을에 사는 지인이, 마을에는 할머니들이 혼자 계시는 분이 많으셔서 읍내 병원, 오일장, 미장원으로 모시고

가고, 잔 심부름도 해 드렸다 합니다.

돌아 가시기도 하고, 요양원으로 자식들이 모시게 되고(그것도 모신다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고향을 떠나시면서

남은 물건에 애착을 가지시는 것은 항아리라 했습니다.

예전 시골에서 필요하다 해서 떡 하니 장날 지게나 소구르마를 가지고 가서 척척 돈 세어서 주고는 사지 못했습니다.

항아리 하나 살려면 푼돈을 모으고 모으고 해서 샀고, 쌀 한가마니, 두가마니 들어 가는 큰 항아리는 반듯한 것으로 샀지만,

고추장, 된장 항아리는 약간 험이 있으면, 헐하니 장고방에 보면 험이 있는 항아리들도 있었습니다.

그 안어르신들께서, 장을 담아서 간장과 된장으로 가르고, 고추장 담고, 젊었던 시절 농사 지으면서 그 많은 가족들과 먹고 살았던

것의 이야기가 또 얼마이겠습니까?

떠나시면서 자식들이 빨리 차에 타라고 재촉을 하고 항아리를 발길 멈추어 보시고 간다 했습니다.

살아서 고향 하직이지만, 그 길이 얼마 가지 않아서  세상 하직 걸음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마 그 전에 항아리는 이주사가 알아서 해라  하신다 했습니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덩치 큰 개 두마리를 밭에 비닐 하우스에 메어 두었고, 아침 저녁 밥을 주러 매일 가는 곳이고, 항아리들을 비닐

하우스를 의지한양 두었다 했습니다.

너무 많아서 장삿군이 들어 와 사자해서 정리 했다면서,경주가 고향이셨고, 고향 가시는 길에 항아리 2개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한 개는 고추장 4근 담으면 딱 맞은 것이고, 한개는 더 크서 된장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아리를 가져다 주시면서 하시는 말이 오래도록 흙 위에 엎어 둔 것이고( 잡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누가 항아리를 쓰던

항아리에는 나쁜 것을 담지 않으니 괜찮다 했으나, 소금 위에 쑥의 연기를 내고 사용 하고 있습니다.

아주 큰 항아리는 건채나 표고버섯이나 등을 넣고 시어머님께 물려 받은 것은 된장을 넣고, 그 항아리들이 너무 커서

내가 산 것도 4개나 됩니다.

낯 모른는 충청도 어느 어르신께서 쓰시던 것이 경상도 3층집 옥상에 자리 잡고, 된장, 고추장을 품고 있습니다.

장을 담는 역활, 장을 보관하는 역활, 단독주택의 옥상이라 햇빛이 맑은 날은 장 항아리의 유리뚜겅을 열어 놓습니다.

항아리를 오랫동안 쓰지 않고, 빈  독으로 두면, 항아리가 삭는 듯 했습니다.



그 항아리에 오늘 아침 막장을 담고, 김을 얹고, 김 위에 소금을 얹어 놓은 것입니다.

위에 올이 고운 천으로 봉을 하기에 벌레 들어 갈 걱정은 없는데,

일교차로 뚜겅에서  물이 맺혀 떨어지면

물방울을 소금이 받고  그 소금은 한 낮이면 마르고,

김과 막장은 밀착되고 그뚜겅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도 들어가지 않게

맛이 들어라고 김으로 봉을  그 위 소금을 얹어 놓는 것입니다.



미련곰탱이짓 하나 더

소금을 씻어서 볶아서 아로니아를 갈아서 즙을 짜서

소금에 물들였습니다.

주방에서 고은 소금은 준비 되어 있으나 거의 천일염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소금포를 사와서 몇년 묵혀서 사용 합니다.


자색 소금을 만들고 싶어서 오랫만에  소금을 볶았습니다.

사촌언니는 소금 볶을 때 각종 유해물질이 많이 나온다고 그냥 마트에서 볶은 소금을 사 먹어라 합니다.

햇빛에 바짝 건조해서 유리병에 넣고 먹을 것이고,

아이들에게도 보내 줄 것입니다.


아이들도 간장, 된장, 액젓갈, 천일염은 가져다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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