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들어서 아침을 죽을 먹기 시작 했습니다.
찹쌀로 죽을 쑤는데, 죽을 끓여 놓고, 일주일 정도 김치냉장고에 두고, 아침이면 데워서 먹었습니다.
첫번째 죽으로는 삼계탕을 하듯 각종 약재를 넣은 물로 닭 백숙을 하고 그 닭 국물로 죽을 끓이면서 야채 몇가지를 넣고 끓였습니다.
김치냉장고 넣어 두고, 다시 먹을 때는 닭 국물을 첨가해서 바글바글 다시 끓여서 먹었습니다.
두번째 죽을 끓일 때는 북어, 다시마, 건표고를 넣고 육수를 만들어, 그 육수에 각종 야채를 넣고, 죽이 식어도 그대로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을 정도로 국물을 잡았습니다.
육수라 말 하지만, 닭고기 국물과는 비교가 않되는 시원하고 맛의 진하기가 덜 해서 죽을 끓인 육수를 더 넣는다 해도
맛이 싱거워 질 것이라 그리 했습니다.
야채는 마침 연뿌리가 있어 아주 얇게 썰고, 다지듯 썰고, 당근, 시금치, 파 등을 넣었습니다.
세번째는 단호박과 팥을 삶아서 도깨비 방망이로 싹 갈고, 찹쌀, 맵쌀 반반으로 한 쌀가루를 넣고 끓였습니다.
네번째 죽은 오늘 아침 끓였는데, 북어머리, 다시마, 건표고를 넣고 육수를 내고,
그 국물에 찹쌀을 넣고, 표고, 당근, 파를 넣어서 죽을 끓이다가 굴을 넣고, 다 끓여진 죽에 매생이를 넣고, 한 소끔 끓여서
간은 천일염으로 심심하게 잡았습니다.
상에서 싱거운대로 먹어도 되고, 식탁소금을 먹을 때 조금 더 넣어도 될 정도의 간을 끓이면서 했었지요.
해물이 들어 간지라, 생강술도 한 큰술 넣었지요.
죽 맛은 순순하게 속을 편안하게 하는 그런 맛이였습니다.
다섯번째 죽은 흠임자 죽을 끓일 생각입니다.
죽을 끓이면서 가끔식 사이 사이에 누가 준 싸래기 죽을 끓여 먹습니다. 아침에 밥을 먹을 때 쌀 뜨물에 싸래기를 넣고,
끓인 슝늉이지요.구수합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입 맛이 변하더라구요.
50대가 되기 전까지는 상추쌈이나, 호박잎, 연한 콩잎, 우엉잎등을 찌거나 삶아서 쌈으로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습니다.
중학생 때까지는 미역귀 위에 밥을 놓고, 고추장을 놓고 그렇게 쌈으로 먹기도 했고,
대궁이가 발가스럼한 머구(머위) 어린 싹을 데쳐서, 산나물 데치기고 하고, 무청 씨래기 등등 쌈으로 먹을 수 있는 야채쌈을 좋아 해서,
결혼 해 와서 살다가 친정 엄니께 출발 하면서 연락하고 가도, 여러가지 쌈을 준비 해 놓으셨었습니다.
이제 봄이면 제철 나물을 쌈으로도, 나물로 무치기도 해서 먹지만, 예전처럼 씹을 사이도 없이 넘어가는 그런 맛은 없습니다.
입맛이 변한 것이 제일 큰 이유입니다.
시아버님 3형제분 차사를 큰집부터 차례로 돌아 가면서 모십니다.
3집 형제와 그 밑의 아랫대까지 모이기에 언제나 안부모님들만 생존 해 계신데,
우리 종방간의 아이들이 첫돐 전 아기부터 그 아기가 자라고 다시 아기가 태어나고 하니 3대 셋집이 모이니 사람이 많았습니다.
우리들 아이들이 자라고, 큰 조카들은 결혼을 차례 차례로 하니 다시 갓난쟁이 아기도 있고, 그 갓난쟁이 아기들이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고,
우리 집에 오면 김치도 맛나고, 나물도 차사 나물이야 그기서 그기인데도 나물이 맛나다고 했었지요.
나물이 특별하게 맛난 것이 아니고, 우리 집은 분위기가 훈훈해서 그랬을 겁니다.
우리들 종방간이 젊었고, 아기들이 어릴 때는 큰집에서 간단하게 음복을 하고 왔는데도, 우리집에서는 다시 밥상을 받아서
쇠도 녹일 듯이 모두들 자셨지요.
종방간 중에 자기 집에 차사 음식을 하지 않는 집은 자기 집에 돌아가서 시동생들 술 안주 하라고 봉성을 사 주기도 하고,
김치가 맛나다고 하면 김치도 넣어 주기도 했었지요.
1번 아즈버님이 팔순이 넘으셨고, 그 밑으로 두분이 세상 소풍길 마치셨고, 혼사에서 만나도 이제는 차사에 모여도,
음식 맛도 예전 만 못하고, 흥도 나질 않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변해 오다, 준서할미 언제까지 아침을 죽으로 할지는 몰라도 예까지 왔습니다.
사실 아침에 죽을 먹으려면 재료에 손이 많이 갑니다.
어제는 이웃 친구가
tv프로그램 저가 않보기에 [내 고향....] 이란 프로그램에서 인터넷으로 들어 오면 토종상추씨를 무료로 준다 했다면서
신청을 해 보라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때 무거운 것을 들었다 놓았다 하던 참이라 고단하기도 했고, 상추씨 1봉지 1,000원주고 흑치마상추나 조선상추씨 한봉 사면
맛나게 먹는다 싶기고 하고, 토종씨를 구 해서 심고 싶은 그런 맘도 없어져서 일 하는 중이라고 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TV에서 주말 추위가 올 겨울 들어 최고로 춥다고 합니다.
눈도 올거라고 합니다.
참 좋은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 오래전도 아닌 20여년 전만 해도 한 옥에는 마당보다 깊은 정지간에서 연탄불에 밥을 했었고,
아침이면 수도가 얼어서 시어머님 수도 물 나오게 녹여 주셨지요.
거실과 통하는 주방에 바로 들어가면 수도꼭지 틀면 따신 물도 나오고, 찬물도 나오고, 손에는 면장갑 끼고 고무장갑 끼고.....
예전에는 식구 중 생일이 오면, 육숫간 가서 쇠고기 반근 사고, 미역사고, 찹쌀 반되 사고, 했는데,
미역도, 찹쌀도, 콩이나 팥의 콩류 잡곡,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냉동실에는 쇠고기 조금 들어 있을 때가 있고,
춥다고 파 서너단 사다 두었고, 건멸치, 다시마, 건표고, 고추가루, 엔간한 식재료를 사다 두고 먹고,
젓갈류 준비 되어 있고, 참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고 있습니다.
사회 환경이 작두 타듯해서 불안 불안 하지만요.
어제는 사촌언니와 우리들이 자랄 때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으로 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가 지나 온 길의 이야기를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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