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이 추석 대목에 가을비가 추적거리고 온다.

이쁜준서 2014. 9. 3. 10:37

 

어제 밤에 살짝 온 비는, 김장 채소 밭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산소 벌초 하러 가는 것에도 일찍 드는 추석이라 과수원에도 반갑지 않을텐데,

밤 새 비가 오더니, 오늘 아침까지도 오고 있다.

준서할미는 현관 앞은 벌써 해가 돌아가 버려서 하루 중 직접 햇볕이 비취는 그런 햇빛이 없어서 다육이 화분 다 옥상으로 올리자니

일껏 다육이 색을 내어 보았자 겨울 초입에 실내로 들여 놓으면 일주일도 가지 않아 색이 빠져 버리는지라

올 가을은 굳이 다육이를 옥상에 올리지 않기로 했는데,

 

올 해 들인 바위솔들 색이 든 모습이 보고 싶어서 어제 일껏 다육이 화분 11개를 옥탑 가장자리에 얹었는데,

밤에 비가 와서 다시 현관 앞 비가림이 있는 다육이 있던 자리로 내렸다.

예전 한옥에 살 때, 국화를 한 마당 키울 때는,

국화가 개화할 무렵이 미리 예보 하지 않은 비가 밤중에 오면 한 밤중이라도 나가서,

축담 위로 텃마루 위로 대륜국화 화분은 크기도 한데 안고서 쩔쩔 매면서 비 맞지 않게 해 주기도 했었다.

그러느라면, 차거운 가을비는 등 뒤로 떨어지면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웠고,

돌이켜 생각하면 꽃 피는 식물을 키우면서 좋아서 하는 일이라 그렇지 식물 키우는 것을 일 처럼 해 왔었다.

꽃 피는 식물을 키우는 것은 꽃이 피었을 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새 잎이 나고, 새 가지가 나고 자라고 하는 것이

온통 이야기이고, 신비스럼움이라서 일을 일이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가을이면 국화 화분 한개라도 있었으면 싶을 때도 있지만,

진딧물 약 적어도 5번은 쳐야 하고, 애벌레 약도 쳐야 하고 건사하기 버거워서 국화는 키우지 않는다.

 

 

준서외할아버지는 혼자 있을 때 반찬을 해 자실 줄 모른다.

준서네를 갈 때 도망 가는 사람처럼,

쇠고기 국 가득 끓여서 김치냉장고에 넣고 가면, 요즘 김치냉장고 보관기능이 좋아서

한 열흘 정도는 되고, 국이 떨어지면 장아지, 김치등이 있으니 김치찌개도 가끔 끓이기는 해도 맛이 나지 않는다 한다.

딱 일주일이 지나면 혼자 반찬이 없어서 살지 못하겠다 하는 사람이다.

 

나물이 고팠을 준서외할아버지를 생각 해서,

어린 열무 한 봉지 사 와서 아침에 살짝 데쳐서 깔끔한 맛으로 먹으려고 파만 조금 넣고, 깨소금, 들기름에

무쳤더니 나물이 부드러워서 돼지고기 넣고 한 김치찌개는 밀렸다.

내일은 서문시장에 다녀 와야 겠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즈그들 면피용으로 할머니는 모른다고? -인터넷-  (0) 2014.09.06
미구등신  (0) 2014.09.03
예전에 준서할미 어린 시절에,  (0) 2014.08.27
내 어린 시절 검정고무신  (0) 2014.08.26
늦은장마  (0) 201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