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넘어 간다.

이쁜준서 2013. 3. 27. 06:30

 

 

준서할미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조림에 동원 되었었다.

아카시아 씨를 받아 학교에 내어야 했고,

조림과는 먼 이야기이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크리스마스를 앞 두고 일선의 군병사들에게

선물주머니를 만든다고 생필품을 학교에 내어야 했고,

고아원에 보낸다고 사과도 학교에 내어야 했고,

 

초등학교 때는 보리 이삭을 줍고, 벼 이삭을 주워서 학교에 내었다.

고아원을 돕는다고 했었다.

 

봄이면 나무심기에 동원 되었는데, 그 때 소나무를 심었고,

그 소나무가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는 모른다.

이 야산에는 적송은 거의 없고, 키가 훌쭉하니 큰 소나무가 아니고,

빵빵하게 자랐고, 솔방울이 이렇게 일부러 메달아 놓은 듯 많이 달려 있었다.

몇십년 전 조림을 하면서 이런 종류의 소나무를 심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인근 산으로 송충이 잡으러 동원 되기도 했었다.

 

 

 

준서할미가 제일 좋아 하는 음식은 쌈밥이었다.

한쌈 싸서 입속에 넣으면 제대로 씹을 사이도 없이 꿀덕 넘어 가버리고,어느새 손에는 쌈을 싸고 있고.

맛이 있으니 밥 숟가락이 크지고, 그러니 한공기 밥을 먹고 더 먹게 되고.....

 

친정 간다고 미리 약속을 하고 가면 친정 엄니께서는

여러가지 쌈을 해 놓으셨는데,

상추 쌈, 미역이나 곤피의 해조류 쌈, 머구 삶아 약간 쌉스레한 맛의 머구 잎 쌈, 우엉 쌈에다,

얼갈이 삶은 쌈,양배추 삶은 쌈, 호박 잎 쪄낸 쌈,

된장을 빠듯하게 끓인 쌈장,

멸치 진액에 양념 강하게 한  쌈 장,

어머니가 직접 멸치 젖갈 끓여서 염도 낮게 뺀 액젖갈에 식초 넣어 각종 양념 듬뿍 넣은 쌈 장,

각 각의 쌈은 더 맛나게 하는 쌈장이 따로 있어서.

쌈 좋아하는 시집 간 딸래미 친정에 와서 제 손으로 밥 하지 않아도 차려 주는 밥상 맛나게 먹으라고

그렇게 친정엄니의 사랑의 밥상이었다.

 

준서에미가 하는 말이,

이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엄마가 맛있다 하고 드셨던 것은 쌈밥 뿐이였어요라 한 것도 몇년 전이다.

이젠 쌈 밥도 그렇게 맛이 있는 음식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아침이나 점심은 특별하게 밥 먹다 떠 온 밥도 덜 먹은 날은 중간에 과일 등을 먹게 되는데,

저녁 식사를 평소보다 적게 하면, 이렇게  11시가 넘어까지 잠을 자지 않으면 배가 고프다.

그렇다고 잘 밤에 과일이라도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 시간 되었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아침 일찍 일어나 걷기 운동을 나갈려면 아직은 날씨가 차거우니 나서기 싫어서

요즈음은 점심을 먹고, 걷기 운동을 나간다.

오늘은 강정,고령보 다리를 건너서 낙동강 둑으로 갔다.

걷다 낙동강 둔치로 내려가서 쑥을 조금 뜯어서 왔다.

쑥국은 한번 끓여 먹었으니, 내일은 맵쌀 한되 가루로 내어 와서 쑥버무리를 해야 겠다.

 

강변에는 겨울에는 보이지 않았던 왜가리가 몇마리 보였고,

그렇게 많았던 오리떼는 먼 나라로 날아 가버리고, 몇십마리 남아 있는 것은 먼 여행을 할 수 없어 처진 듯 보였다.

금호강도, 낙동강도 강물이 많이 줄었다.

봄비가 좀 풍족하게 내려 주어야 할텐데....

 

점심에는 미나리에 옥상에 초벌정구지 함께 넣어 생저리기를 했고,

걷기운동에서 돌아 오면서 생닭과 감자를 사 와서,

조림장 심심하게 해 둔것이 있어, 찜닭을 했더니, 준서외할아버지 맛나게 자셨다.

조림장이 있어 저녁 준비가 다 되어 있어야 할 시간에 시작한 찜닭을 시간을 절약 할 수 있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넘어 간다.

세상 소풍 끝나고 가신 엄니가 그리우면, 엄니가 해 주셨던 음식들이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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