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칼 가는 소리

이쁜준서 2013. 3. 24. 12:59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 한 것에 기특하게 보이고 또 늘 주변에서 보는 자연 현상인데도 신기하기도 하다.

준서할미는 감동을 잘 하는 사람이어서, 젊은 아기 엄마들이 즈그 아기에게 잘 하는 것만 보아도

어쩌면 요즘 사람이 저렇게 자식에게 정성으로 잘 할까? 하고 감동을 한다.

 

준서외할아버지는 도시에서 태어 낳고, 쭈욱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인데,

칼을 숫돌에 갈면 참 잘 든다.

칼은 잘 갈아 놓으면 오래도록 날이 서 있어 잘 들고, 못 가는 사람이 간 칼은 이내 칼날이 무디어 지는데,

준서외할아버지가 간 칼은 오래 날이 서 있다.

 

어제 쑥 캐러 간다고 쑥 캐는 칼을 내어 보았더니 작년 봄에 쓰고는 갈지 않아서 가지고 갈 수가 없었다.

어제는 날을 무디어지면 분질러 내고 쓰는 문구용 칼을 가지고 같더니, 땅 속에 칼을 넣으면 휘청거리고,

캔 쑥 뿌리를 손질할려 하면,손가락에 상처가 날까 보아 조심을 해야 했고,

 

좀처럼 칼 갈아 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데,

칼을 갈아 달라 했다.

어제 들에서 캐 온 나물로 나물들을 하고, 쑥국도 끓여서 점심을 먹었다.

아주 맛나게.

욕실에서 정말로 쓱삭쓱삭 하는 칼 가는 소리가 난다.

 

칼 가는 소리는 도시에서는 자주 듣지 못하는 소리이다.

칼 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서 갈아 보아도 준서할미가 배워지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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