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재색 개량 한복을 입으신 분이 이 보따리의 주인장이십니다.
개량한복은 새옷처럼 보였고, 입을 일이 없어 늘 넣어 두었다 입었다 하셨지요.
자식들이 해 주었다 하면서 바지 주머니의 깊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등산복처럼 저런 옷에도 짚을 달아 놓았으면....
아무리 나이를 많게 보아도 아직은 일흔 다섯은 넘게는 보이지 않는 어느 할머니의 짐입니다.
등집가방을 다시 보자기로 사서 보따리로 만드신 겁니다.
그러나 가방끈은 밖으로 내어 놓았으니 움직일 때는 어깨 끈으로 등에 짊어 지겠지요.
가방 자크가 고장이 났어요?라 물었더니 아니라 했습니다.
왜? 이렇게 하셨어요? 라 했더니
그냥 맨가방보다는 보따리로 꽁꽁 묵었다 했습니다.
아마도 짚을 누가 열수도 있다 싶어 그리 하신 모양입니다.
그러시면서
역사 맞이방에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 있던 만원권을 내어서 간추리는데
30여만원은 되지 싶었는데,
많은 사람이 있는 역사에서 돈을 그렇게 간추려서 작은 손지갑에 넣어
잘못 앉고 서다 지갑채로 주머니에서 빠져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걱정스러웠습니다.
기장 대변항에서 택시를 타고 나오셨다면서
택시에서 내려서는 차도에 1,000원권을 여러장 흘리고 엎드려 줍고 계시기도 했지요.
김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시기를 바랬습니다.
이 보따리와 가방은
경북 성주에서 참외농사 100미터 하우스 10동 농사를 하신다는
예쉰 일곱이신 분의 짐입니다.
이번에는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했습니다.
농촌에서는 예쉰을 넘으신 여자분들도 필요하니 손수 운전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참외 농사를 그 정도 하시면,
현금이 도는 부농이십니다.
오늘부터 첫 출하 할 참외를 따는 날이어서
맞벌이 하는 딸네 집에 외손주 보아 주러 왔다 갔다 했는데,
이젠 참외 출하기가 되어서 집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왜 이렇게 무겁게 들고 다니세요?
딸이 방울토마토를 두 상자 사게 되었다면서 다 못 먹는다고 들고 가라했고,
줄넘기처럼 보이는 것은 무슨 운동기구인데 제법 무게가 나가는 것이라고
딸네집에서는 사용하지 않아서 가지고 간다고,
준서할미는 1박 2일이어서 역시나 등짐 가방을 메고 있었지만,
하룻 밤 남의 집에서 잘 준비를 해 간 정도였기에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자식들은 엔간하면 승용차로 움직이고,
기차등을 타고 움직일 때는 바퀴달린 여행가방을 들고 다니고,
저렇게 무겁게도,가지고 다니지 않지요.
준서할미는 1박이상 여행을 가면 등짐가방을 메고
어깨끈 있는 작은 가방에 돈도 넣고, 필요한 작은 소지품을 넣고 다니지요.
그렇게 어깨끈 작은 가방을 메고 다니면
등짐가방에는 신경을 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바퀴달린 여행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은 것은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의 여행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준서외할아버지 어깨끈 작은 가방을 왜 보기 싫게 가져 가는냐고?
보기 싫다고 합니다.
준서할미도 할미세대라 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이나 지갑을
손에서 놓을 일이 있다가는 매번 챙긴다는 자신감이 없어
어깨끈 핸드백을 어깨에 걸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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