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대밭

이쁜준서 2013. 3. 2. 06:30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묵혀 놓는 밭이라 집터 자리에는 고추라도 심어 먹었는데,

점점 대나무가 번지고, 으슥한 곳이라  휴경지가 되고 대나무 숲이 자꾸 번진 곳이다.

어찌 아랫 논 쪽으로는 대나무가 번지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새벽 4시무렵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아침까지는 뒷베란다 지붕에서 빗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오전 중에 비는 그치고 햇살은 화창한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늘 뭔 일만 있으면 네일, 내일의 구분이 없이 같이 하는 이웃 친구네 공장 신축한 현장에

녹지 꾸미는 것이 준공검사의 항목이기도 한데, 그동안은 땅이 얼어서 개나리를 심으러 갔다 못 심고 왔었는데,

오늘 다시 심으러 간다 해서 따라 나섰습니다.

오다 들판으로 나가서 냉이라도 한 줌 캐자고 하면서요.

 

달리는 차 안에서 스쳐 지나치는 밖의 경치는 아주 따뜻한 봄날 같았는데,

막상 개나리를 심으러 했더니 봄바람이 제법 싸늘 했습니다.

오는 길에 친구네 작은 대밭이 있는데, 야산 밑에 있고, 친구네 대밭 아래로 작은 밭데기가 묵혀져 있고,

풀이 자라고 긴짐승이 나오는 철에는 들어 갈 수 없는 곳이지요.

 

 

 

지목상에는 대지라 나온다는데, 우리 고향에도 집집마다 뒤란이나 사랑채 옆으로 대밭이 있었다.

국도에서 난 길로 마을을 지나 제법 안쪽으로 들어 갔는데, 마을에 대밭이 많이 보였다.

멀리서 보이는 대밭은 바람에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려 녹색 물결 같았다.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풍경이었고, 내 고향의 풍경이었다.

 

 

우리 동네에와는 차를 타고 가도 한참 달려 가야 하는 곳이다 보니,

막상 대나무가 필요하다 싶으면 풀들이 자란 뒤이고,

몇년을 벼루다 오늘은 대밭으로 가서 대나무 2개를 베어 왔습니다.

대밭은 대나무를 베어 내는 사람이 없고, 가꾸는 사람도 없어 우거지고, 대나무가 저절로 넘어져서 썩어 가는 것도 있어

우거진 곳에는 들어 가기가 힘들었고, 가 쪽에서 대나무를 베어 왔습니다.

야산 두개가 만나는 골짜기 아랫쪽이고, 대밭 아래쪽에는 논이 있고, 대밭 옆 쪽으로는 그랑이 있는,정말로 청청의 지역이었습니다.

 

대나무도 수분기가 마르지 않을 때 잘라야 톱질이 쉽지 싶습니다.

간장을 담을 때, 메주 뜨지 말라고 하는 것은 장독에 맞춤한 길이로 잘라서 칼로 쪼개어야 할 것이고,

통으로 잘라도 두고, 내일 준서외할아버지 일과가 바뻐 지겠습니다.

 

긴대나무를 화물차에 싣기 좋을 정도로 길게 잘라 왔기에, 현관 앞으로 올리면서도 대나무를 만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예전 시골에서는 지금처럼 고추농사, 마늘농사등등을 해서 대량으로 팔지는 않았습니다.

돈을 살 수 있는 것은 벼농사를 해서 매상을 대는 것,

하천부지에 버드나무를 심어 성냥공장이나 나무젓가락 공장에 팔아서,

집 사랑채 옆이나, 뒤란에 대밭이 있어, 대나무를 사러 들어 오면 팔아서,

그렇게 몫돈이 들어 왔습니다.

 

대나무 밭에 대나무 잎이 녹색이 진해야 하는데, 간혹 대나무가 병이 드는지는 몰라도 대잎이 누렇게 변하고

그러다 대나무밭이 망가져 버리면 집안에 큰 우환이 올것이라고 긴장을 많이 하고,

대밭 관리에 신경을 썼었습니다.

 

대밭의 봄날 죽순은 모내기철에 반찬을 만들 수 있었지요.

대 밭에 죽순 따러 들어가면 어두침침하고, 또 긴 짐승이라도 나오면 어쩌나..... 로 늘 긴장 되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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