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예전에는 정식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쁜준서 2013. 2. 27. 06:30

 

 

 

세상이 참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턱도 없는 발상이겠지만, 그 때는 밤 12시가 되면 통금이란 것이 있어,

아주 극소수의 통행증을 가진 사람만 자정 넘어서 다닐 수 있었고, 전국민이 통금이 있었지요.

그러니 어찌 되었던 자정 전에는 집으로 식구들이 돌아 왔었지요.

 

지금처럼 TV, 전화기, 게임기,등이 없던 시절이라, 일찍 저녁을 먹고, 또 밤 9시경 쯤이면 잠을 자고,

대신 아침에는 일찍 일어 났었지요.

요즘은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은 키를 키울려면 늦어도 밤 9시30분까지는 잠을 자야 한다는데,

그 시절은 대개가 그 때 잠을 잤습니다.

통금이 해제 되고도 요즘처럼 TV가 자정을 넘어서까지 하지 않았기에,

학교나 직장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밤 늦게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었지요.

사람이 맘을 다스릴 생각을 할 수 있는 - 정식입니다.

 

밖에서 술을 먹다가도 통금 전에 집으로 돌아 와야 했고, 혹여 2차를 자기 집으로 꽤나 취했기에

늦은 밤에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 오고, 또 따라 왔었기에, 앉아 있다 보면 남의 집에서 술상도 받았고,

통금이라 잠도 자고, 아침에 해장국까지 얻어 먹기까지 했었지요.

출근하는 내 남편이나 남편의 친구도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혀 차지 않고,

해장국 끓여서 뜨신 밥 대접 했었지요.

인정이라는 - 정식입니다.

 

 

오늘은 친척과 자라는 아이들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의 손자는 올 해 중학교를 입학하고,

딸의 외손녀딸은 올 해 중학교 2학년이 된다고 했습니다.

 

친손자는 영어학원을 다니고, 수학학원을 다니고, 주말에 축구교실에 참석한다고 했고,

그렇게 공부를 하라고 하지 않는데, 제 스스로 할만큼 하는데, 지자체에서 뽑는 영재교실 10명에 뽑혔다고 하고,

올 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외손녀는 만들기도, 그리기도, 글짓기도 다방면에 소질이 있고, 공부도 공부에만

메달리지 않아도 공부를 잘 한다고  합니다.

교우 관계도 참 좋다는데,

그런데 외손녀딸이 왜 공부 공부하면서 공부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해서 그 아이 엄마가 걱정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 준서와 통화를 했습니다.

준서할미 전화를 받는 준서 목소리 톤이 아주 밝습니다.

준서야! 방가 방가라 했더니 까르르 까르르 웃습니다.

뿌잉뿌잉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또 까르르 까르르......

준서에미 장기출장이 있어 겨울방학에 가 있는 동안에, 숙제가 없니? 했더니

구구단을 외워야 한다 했습니다.

물론 차례대로 2단부터 9단까지는 줄줄 외우지만, 들쑥날쑥으로 계산 중에 나오면 막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늦게서야 알아서 3일간만 하고,

준서할미가 잘 외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왔습니다.

 

구구단은 얼추 외웠니?

까르르 웃으면서 얼추 할 수 있다고 했고, 문제 풀다 5번만 틀리면 더 이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했더니

또 까르르 웃었습니다.

자신이 있다는 것인지? 외웠니? 못외웠니?라 닥달 하듯 묻지 않아서 좋아서 그런것인지?

 

3학년이 되니 좋으니? 걱정도 되니? 했더니

좋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데,

친구들과 헤어지는것이 걱정되고, 엄마가 공부를 많이 시키지 싶은데 과목수가 많아요라고.

괜찮다.느그 엄마 너무 바뻐서 공부 시키지도 못한다. 했더니 까르르 또 밝게 웃습니다.

 

작년에도 늘 했던 말

학교가서 공부 잘 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재미 있게 놀다 오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했더니

또 까르르 밝고 톤 높은 웃음을 웃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 공부도 습관이 되어야 하지만,

올 한해는 공부에 스트래스를 받지 않았던 1,2학년처럼 보낼 것입니다.

준서할미 생각에는

저학년 때는 자유롭게 친구들과 잘 지내고, 학교 생활이 즐거운 것이 되고,

공부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 정식이다 싶은 겁니다.

 

다행스럽게 준서에미 생각도 준서할미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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