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노년의 부부

이쁜준서 2013. 1. 15. 15:56

 

강원도의 소나무

 

친구는 농촌 한 마실에서 연애을 해서 결혼 한 사람입니다.

그 때의 연애 장소는 초등학교로 각자 가서 만났다고 합니다.

 

처녀적부터 남편 될 사람의 부친께서는 성질이 급하고 성질이 나면 낫도 던지시는 어른이라 소문이 나신 분이셨답니다.

결혼해서 도시로 나왔기에, 농사일 하면서 한집에서 부딛히는 일이 없어 친구는 시아버님의 호령을 듣지 않았지만,

남편은 8남매 형제인데,

남편의 어머니가 조강지처인데 4남매를 낳으셨고,

재혼 해 오신 분이 또 4남매를 낳으셨는데

 

그 시아버님은 주막거리의 주막집 아지매를 보고 다니셔서

두분이 밭일을 하러 가셨다가,

돌아 올 때는 주막집으로 가셔서 점심을 자시고 쉬다 들에서 다시 만나기도 하셨답니다.

전처 4남매를 키우게 하고, 또 4남매를 낳아 기르게 하면서도 무엇이 그리도 당당 하셨는지?

주막거리 아지매도 보고 지내고,

자기 성질에 맞게 미처 일을 하지 못하면 고함을 치고, 낫도 날아 오고

그렇게 아내를 대 했던 어른이시라 했습니다. 

 

8남매 자식들을 다 결혼시키고, 막내 아들 내외와 같이 사셨는데,

그렇게 사시다가,

그 시어머니가 풍이 왔고, 뇌수술을 해도 완쾌는 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수술을 하고는

3년인가? 사시면서

처음에는 밥도 떠먹여 주어야 했고, 요강을 들여 놓고, 뒤 수발도 해야 했는데,

내가 저 사람에게 죄 많이 지었다면서 그 시아버지가 수발을 다 하셨다 합니다.

군말 한번도 없었고, 수족이 성하지 못한 아내에게 그렇게 잘 하실 수가 없었다 했습니다.

 

그런 세월이 1년이 넘어가니,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나무라는 일도 있게 되고,

그래도 늘 옆에만 있을 수 없고, 농사도 지으시러 나가시니 그 시아버지 참으셨다 합니다.

소를 몇마리 키우는데, 집 뒤에 우사가 있었던 모양이고,

소 울음 소리가 자꾸 들리니, 며느리를 불러서 우사로 가 보라고 하니,( 소 도둑이 설쳐서)

그렇게 답답하면 어무이가 가 보이소라고, 혼자 일어 서지도 못하는 시어머니께 퉁퉁 하는

말 대답을 하기고 하고.....

온 통 살림은 그 며느리에게 권리가 넘어 가서,

명절이나 어른 들 생신에 형제들이 오면,시어머니가 마늘 한접 주라고 하면,

형님이 어디에 메달아 놓았으니 걷어 가이소라 하고, 가 보면 큰 것은 다 치우고 작은 것만 메달아 있고.....

 

큰 고무통에 목욕을 며느리가 시켜 드리고, 옷을 찾아 나오니 목욕통 속에서 그냥 돌아 가셨더랍니다.

 

집으로 점심 시간이 되어 돌아 오시니 집 마당에 동네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 시아버지 내가 없으니 며느리가 총총거려서 혈압이 올라서  풍이 왔다고 생각하시고는

목욕하고 점심드린다고 추어탕 냄비에 떠서 가스불에 얹어 놓았던 것이 있었는데,

며느리에게 냄비 채 던졌는데, 다행히 어느 정도 식어 있어서 그 며느리 화상은 면했다 합니다.

 

그렇게 수족이 성하지 못하고, 말도 온전하지 못해 수발을 들어 주어야 하는 할멈이라도 한방에 있을 때가 좋았지

할멈이 저 세상을 가고 나니 며느리에게 눈치가 보인다고 하시다가 요양원으로 가셨지요.

그렇다고 그 아들 며느리에게 용돈을 받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눈치가 보이시더랍니다.

 

이제 준서할미 세대들은 같은 도시에 산다해도 자식과 함께 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살다 보니 객지로 나가서 한번 오가는 것도 시간의 부담이 되어서 자주 오지 못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처럼 자식들에게 마땅하지 않아서 잔소리도 못 합니다.

실제 잔소리를 해도, 그 자식들이 즈그들 방식으로 살기에 귀담아 듣지도 않습니다.

그저 나중에는 부부만 남게 됩니다.

 

아들이 없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딸이 없어서 맘 하소연 할 데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은 너무 복갑해져서 젊은 자식들도 즈그 자식 키우면서 직장 생활 하면서 살아가기에 여유가 없습니다.

어쩌면 늘 손 닿은데 핸펀이란 전화기가 있어, 필요하면 전화를 하면 되는 세상이라,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하고 믿거니..... 하고 부모이고, 자식이고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현재입니다.

 

준서할미 부부도 앞으로의 세월을 장담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살아가는 날까지 서로 위하면서 건강을 지키면서 잘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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