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쑥을 뜯어 온 곳은 산 밑의 밭인데,
몇년을 풀밭으로 그냥 묵히는 밭입니다.
아마도 고라니나 멧돼지 등살에 농사를 짓지 못하는 땅이지 싶습니다.
밭은 참 참하지요.
밭 가쪽으로는 큰 뽕나무가 몇그루 있는데, 관리 하지 않은 나무라 작년에 보니
오디는 열려 있어도, 나무 전체가 병이 와서 그 열매마저 한알이라도 입에 넣기 싫고,
바람이 불면 나무에서 하얀 명주실을 같은 것이 바람결에 춤을 추었고,
올해는 봄비가 잦아서 쑥도 잘 자랐고, 참쑥이라는 좋은 쑥이였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이제 잎이 자라기 시작하는 뽕나무의 연녹색과,
소나무 숲은 짙은 녹색과, 각종 잡목의 잎새가 펴지는 시기라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도,
쑥을 뜯다가 도시락을 준비해간 것으로 점심도 먹고,
방울토마토로 후식도 하고,
또 한순배 뜯다가는 따뜻한 커피도 먹고,
일상에서 봄 소풍이었습니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진딧물이 생기고 쑥도 억세지고,
한번쯤 더 가도 되는데,
속 맘으로는 그만이다 하고 왔지요.
사실 몇일 전 갔다 온 것으로도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퍼서,
그만 가야 하기도 합니다.
들판에 앉았으니,
그랑이 깊어 아기를 업고, 짐을 이고는 않되어서
아기를 먼저 그랑 저쪽으로 가 물과 멀리 떨어지게 내려 놓고,
다시 짐을 이고 그랑을 건너면 혹여? 싶어 그랑 건너 두고 온 아기가 걱정되는
23살 그 아기 엄마였던,
세상 소풍길 마치시고 가신 엄니 생각도 나고,
교통사고로 고관절 수술을 하시고도 혼자서는 출입이 않되시는 외숙모님도 생각나고,
(중학교 3년을 외갓집에서 다녔기에)
어머니 여형제간 중에서 한 분 살아 계시는 가신 엄니 보듯 해 지는 이모님 생각도 나고,
엄니가 잠시 고향 큰집에 맡긴 세살 아기가
큰엄마 들에 가시면서 집에있거라 하고 가시면
집 앞 돌절구 속으로 쏘옥 들어가 집 본다고
앞집 친척 할머니 아무리 우리 집에 오라 해도, 돌절구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준서할미 고향 산천도 생각나고,
지난 시절은 다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인데,
그 추억을 떠 올리면
가신 엄니 생각에 눈물도 주르르 흐르고......
온 겨울 잎 하나 없이 가시만 있었던 가지에
물 올려 새 순 키우고 있는 찔래덤불에는
어린 시절 생각이 나,
찔래순 하나 꺾어 먹어 볼려 했더니
아직은 어려서 새순하나 꺾을 것이 없고,
정말로 노랫말처럼
진달래도 먹고, 찔래순도 먹고,
야산으로 올라 소나무 물오른 새가지 뚝 분질러 송기도 먹었고,
생칡을 얇게 썰어서 씹어 먹기도 했었지요.
우리 엄니 젊으시고,
제 어린 아이적 고향으로 가 보고 싶습니다.
각자의 고향도 다르고, 각자의 엄니는 달라도
엄니 그리웁고, 고향 그리는 맘은
곱고, 아름답지만 눈에 눈물 가득 고이다
주르르 흐르는 것은 같을 겁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봄소풍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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