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차가운 정

이쁜준서 2011. 12. 30. 07:04

아가씨 적 다니던 직장은 사람이 많은 곳이였고, 직원만 해도 100여명이 되던 직장이었다.

심부름 하는 아이가 4명이 있었고, 그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은 준서할미 책임이었다.

관리란 것은 그 아이들이 잘못하면 아가씨 준서할미가 윗사람들에게 꾸지람을 듣는 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에서 하는 일도 있었고, 밖으로 공문들을 가지고 나가는 일도 있었다.

 

3층까지 있는 건물에서 처음에 아이들이 들어 오면 뛰어 다닌다.

이 사람 심부름을 하러 나가다 또 다른 직원의 심부름도 때로는 한번 심부름한다는게 다섯가지도 되는 심부름에

아이들은 지치게 되고 걸음이 느릿해지고, 나중은 정말로 빨리 갔다 와야 하는 심부름이 늦어져 그 결과를 기다리는

직원들에게 꾸지람을 듣게 되고, 준서할미가  시킨 심부름도 결과를 기다려 다음 일을 해야 하니 와서는 꾸지람을 듣게 된다.

 

심부름을 하고 그 보고를 하러 사무실로 들어가면 여기 저기서 또 부르고 또 나가야 하니 아이들이 변할 수 밖에 없었다.

주로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이 였는데, 졸업을 하게 되어 나가는 아이들도 있고, 그 고비를 참지 못하고

나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가씨 준서할미가 꾸지람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즈그들을 챙겨 주는 사람이기도 했었다.

 

친정 엄니가 참 엄하게 길러 주셨다.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도 역시나 준서할미도 엄한 에미였다.

방학이면 조카들도 와 있고, 시댁남매형제간 네 집이 아이들 8명을 데리고 여름 휴가를 같이 가기도 했을 때도

집에서 밥을 잘 않 먹고 즈그엄마 애를 태우는 조카녀석도, 그 중 제일 큰 우리 아이도

밥을 다 먹은 순서대로 나오너라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해 놓으면, 주는 밥을 다 먹고 그릇을 즈그 엄마들에게 보이고는

준서할미에게로 온다.

 

긴 마당에서 놀다가 조금 부딛혀도 꼭 성질을내고 우는 생질녀석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노는데 부딛힐 수는 있으니

너는 그만 놀지 말고, 구경을 하그라 하면, 울지 않겠다고 같이 놀게 되기도,

어찌 되었던 조카이던 생질이던 모아 놓으면 즈그집보다는 잘 해주는 것은 있지만 준서할미 호랑이 같은 방식에

적응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중 말 수가  적은 제일 큰 조카가 학년이 올라 5학년인가?  와서는 큰엄마 보고 싶어서요 라 했다.

큰엄마 무서운데 보고 싶더냐?

무서운 것 다르고 보고 싶은 것 달라요라고.

 

준서할미 밑에 있던 심부름하던 아이들 중에는 나가 직장을 다니다가 전화연락을 하고 만나기도 했었다.

그 아이들 하는 말이- 언니의 차거운 정이 그리웠어요 라고.

 

자기 자식들에게, 형제들 아이들에게,

너무도 아이가 왕자 공주가 되고, 부모들은 하인이나 된듯이 포악을 부리는 아이들을 마트에서,

심지어 길에 눕는 아이들도 보게 된다.

아이들은 영리하다.

즈그들이 왕자로, 공주로 대접 받는다고 만 생각하기에 마음에 차지 않으면 제 맘대로 행동하는 것인지

사랑을 받는 것은  왕자, 공주이겠지만, 하고 싶은 욕심대로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길에서, 마트에서 눕지는 않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되는 훈육은 아니다.

준서할미 세대가 알게 모르게 분위기로 어른들 꾸지람으로 받았던 훈육이라면,

우리 자식세대는 우리 세대보다는 경제적으로 억지로라도 부족하지 않게 해 주었어도,

각 가정에서는 조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서 어른과 아이 대접이 다름은 알고 자랐다.

 

우리 차차 세대인 손주들은 거의가 핵가족으로 살아 가고, 맞벌이라 엄마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감정 교류가 오가는

대화를 할 여유가 없다.

그런가 하면 학교, 학원, 학습지가 잠 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빼면 거의다 싶은게 요즘의 교육환경이다.

그러다보니 그 잠시 잠깐의 만남에서는 훈훈하기만 하다.

 

때로는 차가운 정도 필요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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