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문시장으로 텃밭친구 임신한 딸래미와 함께 셋이서 갔었다.
손에 든 짐이 없을 때 임신복부터 먼저 살려고 동신상가로 가서 해결하고는 건어물상회를 갔더니 복작복작 거려서
한참을 기다렸다.
우리는 제수 건어물도 사고, 지리멸치도 사고, 오징어도 축으로 사고(준서네 줄려고), 김도 사고 살 품목이 많으니
우리들처럼 기다린 손님 물건을 맞추다가 지나가면서 단일 품목 하나를 사는 사람은 먼저 봐 주어야 하고,
쥔장 혼자서 바쁘니 오래 된 단골인 우리는 아무래도 더 기다리게 된다.
건어물도 얼마나 올랐는지 국산 문어다리 별로 크지도 않은 것을 8,000원이나 하니 쥔장이 바쁜 중에 국산으로 드릴까요?라 묻는다.
지금껏 국산 아닌것을 가져 온 적이 없어도 크기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니 그런 모양이었다.
건오징어도 비싸고, 햇김은 나오긴 해도 아직 맛이 없어서 들이지 않았다 했다.
맛나는 김을 맛나는 철에 사 두고, 기름을 바르지 않고 김향으로 먹는 것을 좋아해서 기름 발라 구워 놓은 김은 사지 않는데,
아이들이 오면 싶어서 구운김도 5봉지 사고, 가미하지 않은 오징어채 1근에 12,000원을 하는 것을 두 근을 사고,
건어물 도소매 상가이다 보니 유렴해 두고 먹을려고 어제 날씨가 조금 풀려서 손님들이 각 상점마다 많았다.
어물전으로 갔더니, 날씨가 그동안 쌀쌀 했으니, 굴도, 깐홍합, 꼬막, 말린 생선, 소금간 한 생선등 물량은 많았는데,
한사람이 와 각종 어물을 90만원어치 사 가서 오늘 동태포뜰 동태가 없다고, 구정 전에 한번 더 나와 달라 했다.
속으로 별일도 다 많다 한 집에서 어물을 90만원어치나 사 갔을까? 싶어도 묻지는 않았다.
생선골목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은 한두어발만 자리 옮기면 옆 가게이다 보니 깍자하면 조금이라도 깍아 주는데,
조금 들어간 자리에 옆 가게는 청과물 가게이고 생선가게는 혼자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사기보다는
시장 상인들이나 준서할미 같은 단골이 찾아 가는데, 불렀다 하면 500원도 깎는 법이 없고, 단돈500원, 1,000원 때문에
실랭이를 하다 물건을 사지 않고 가버려도 잡는 법이 없다.
그 사람이 우덕도 지녔을 것이고, 일단 생선은 헐하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은데, 맛이 다른 집과는 달리 맛이 있다.
그것이 상술이다면 상술일 것이다.
냉동실에 칼치한 토막이라도 들어 있고, 반찬조기 정도 들어 있다면 밥상이 서글프다 싶으면 그 생선 한토막으로
다른 반찬도 맛이 있는 듯 한것이다.
이젠 꼭 필요한 것 말고는 사지 않으려 한다.
준서할미는 호사를 부리는 것이 딱 한가지 커피잔이였다.
본차이나로 준서할미가 살 때 최신제품으로 사서 쓰다 잔이 깨어지고, 바침이 깨어지고 그러다 다시 사게 되면
또 그렇게 샀고, 또 이쁜 그릇이 있으면 가끔 사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그런 호사도 접었다.
원두커피가 맛있으라고 본차이나 잔이 있는데도 유리잔을 샀고, 그럭저럭 본차이나 잔 하나마저 깨어져 버리고
유리잔만 남았는데도, 그 유리잔만 쓰고 있다.
보온성이 떨어진다.
이제 커피잔을 사면 날렵한 본차이나 최신 커피잔으로 사지 않고, 본차이나 머그잔으로 살려고 한다.
이제 우리들은 우리 자식세대, 손주들 세대의 자연까지 개발과 경제적 번영이란 미명하에 다 꾸어다 써버렸다.
조금 무미건조 하긴 해도, 무엇이던 아껴 쓰야 할 나이가 되었다.
물론 젊은이들은 영화도, 연극도, 분위기 있는 커피전문점의 기분 엎 시켜 주는 커피도 즐기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아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듯 하다.
어제는 방학중인 준서가 희망자에 한해서 선생님 인솔하에 연극도 보고, 점심도 사 먹고, 재래시장 구경도 하고 장보기도 하고,
준서가 사온 것은 딸기가 4,000원이라 한팩을 사고, 굴을 사 왔다 한다.
굴전을 해 먹으려 사왔다 한다.
자라 나는 아이들은 고정이 아니다.
바람 같아서 늘 변화한다.
많이 보여 줄려고, 또 이쁜 것을 보고 머리에 꽂으라고 절약을 해 살고 있는 준서할미는 도매시장의 악세사리 점으로 가
준서에게 머리 장식하는 핀, 머리띠, 목걸이, 팔찌등을 준서가 고르게 하고 사 준다.
재래시장의 여러 상가들을 구경을 시켜 준다.
아마도 한정 없이 준서할미가 사 주는 머리 장식들을 많다고 딱 하나나 두점을 사 갖고 오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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