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늘 풍족한 것은 아닐진데.....(2011년 7월 31일의 단상)

이쁜준서 2011. 7. 31. 11:01

하늘은 울고 싶은 아이 울음을 참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

아침도 못 자신 예전 시어머니 심통스런 맘 같기도 하다.

이것은 이번 폭우에 피해가 없는 내가 살고 있는 남부지방의 하늘이다.

그런데 중부권과 서울쪽은 다른 것이다.

물폭탄에 사상자도 났고,산사태가 났고, 자동차는 물에 떠 있고,.... 사람의 심통이 아니고 하늘이 화를 낸 것이다.

 

 

하기야 며느리 뒷굼치 갈라지지 않고, 고우면 달걀 같다고 흉보던 옛 시어머니야

아침 일찍 일어 나셔서 담뱃대에 담배 한대부터 불 당겨 물고는 놋재털이 탕탕 두들겨서 며느리에게 울림장 놓기도했지.

며느리야 시어머니 일어 나시기 전 더 일찍 일어나서 집안에 샘이 없으면 부엌 조앙신에게 올릴 물부터 한 옹가지 길어다

부엌에 생수 떠 놓았던 그리 예전도 아닌 준서할미 초등학생이던 시절 고향에서는 그랬다.

 

 

그 때는 장마도 지금보다 빨리 왔지 싶다.

보리타작을 할려고 보리를 베어다 놓았는데, 장마라도 시작되면 그냥 축담으로 보리 단을 세우기도, 단 위에 단을 얹기도 해 두면

그 보리단에서 보리 싹이 나오기라도 하면 애가 다 타는 것이다.

 

보리 수확을 한 보리짚으로 부엌에 불을 때었는데,

보리짚이 바짝 말라 있으면 마디 마디가 타는 소리도 탁 타닥.... 경쾌 했지만, 미처 덜 마른 보리짚을 때면 불은 제대로 타지 않고,

정지간(부엌)에 연기만 자욱하고 불은 자꾸 꺼지고, 눈물 한바가지 흘려야 했다.

그런데 그 연기자욱하던 정지간도 그립다.

어쩌다 생솔을 때게 되면 처음에는 불이 잘 당겨지지 않아 눈물 꽤나 흘려도 불이 붙으면 화력이 얼마나 쎈지....

 

그런 시절이 시골을 표준으로 잡으면 불과 50여년 전인데,

세상은 하늘이 몇번을 개벽한 듯이 변했다.

그러다보니 편하게, 즐기려고 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또 얼마인가?

그 에너지를 사다 쓰는 우리나라도 참으로 풍족하다.

초등학생까지 핸펀을 가지고 있고, 영상통화가 되는 세상이고,

불경기라, 우유가 모자란다 하기도 하고, 2010년 산 쌀이 아니고 묵은쌀이지만, 20,000원 정도에 쌀 20Kg을 살 수 있기도 하고,

재래 시장에서는 덜 한데, 대형 마트에는 각층으로 먹는것, 입는 것, 쓰는 집기류들을 쌓아 놓은 것을 보면

겁이 덜컥 숨 몰아 쉬듯이 날 때도 있다.

 

 

불경기, 불경기 그러다가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나서 저 물건들을 저렇게 쌓아두고 팔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온통 지옥 같은 세상일 것이라 싶어서.....

예전 50년대, 60년대,같으면야 굶주리고, 불편한대로 살아서 엔간해서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동요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한끼 죽도 못 먹는 집을 이웃들이 챙겼고, 육이오 동란 뒤 부산에서는 아침이면 -목소리를 뽑아 밥 좀 주이소~오 하는

사람들을 밥 한숟가락 덜 먹고 기다렸다 주기도 할 수 있는 인심이 우리네 인심이었다.

 

70년대 우리들 살림살이가 조금 펴기 시작했어도, 70년대 초에도 배급쌀이 나왔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생산공장들이 가동 되어 일자리가 늘어나고, 허리 졸라메고 열심히 일하자는 새마을 운동 덕분인지는 몰라도

만불시대를 꿈꾸다 그도 넘어 선지 오래 전이고, 

이젠 우리들 아이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도 다반사가 되었고, 일반인들도 외국여행을 하는 것도 다반사가 되었다.

준서할미까지 외국여행을 두번씩이나 다녀 왔으니....

 

좀 느려도 좋다.

세상은 이렇게 발전 했더라도, 사람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사람 스스로의 몸으로 해 가면서 살았으면 한다.

지난 해엔 오래 된 친구들이 2박3일 여행을 갈려고 하니, 손주들 보아 주고 있어 1박2일 밖에 몸 빠져 나올 여유가 없다는 사람이 있어

무궁화호를 타고( 기차 타고 가는 것도 즐길려고) 서울역에 내려서 광화문광장을 거쳐 궁으로 갔고,

몇시까지 관람하라는 사람도 깃대를 들고 앞서는 가이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궁을 살피 살피 구경하고는

버스도 타고, 전철도 타고 1박을 하고 인천까지 구경을 하고는 다시 무궁화호를 타고 내려 왔다.

 

그런데 그 재미가 비행기 쓔~웅 타고 제주도 가서 12인승에 사람 5명을 태우고 2박3일 가이드가 살피살피 구경 시켜 주는

것에 못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을에는 도보 여행을 한번 해야 겠다.

친구가 있으면 좋고, 친구가 없으면 나 혼자라도 하고 싶다.

우리나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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