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서로가 손님이 되어.....

이쁜준서 2009. 11. 11. 10:44

 

 

10월에 아들을 결혼시키고, 사는 집이 재건축에 들어간 아파트의 입주가 늦어져 새며느리와 함께 사는 친구가 있다.

아들과 3년을 사귀었던 아가씨라 결혼식을 올리기 1년도 더 전부터 아가씨는 왔다 갔다 했고, 장래의 며느리감에게

그 친구는 생일에 옷도 사주기도 했고, 또 사돈댁 어른들께서 멋지게 전원주택을 꾸며 놓고 사시는 곳에 초대 받아

가기도 했던 사이였다.

 

그 새댁이 둘째 아들의 며느리인데, 맞벌이를 하고 있고, 시어머니도 직장을 나가는데, 집에 들어와 저녁을 시어머니가

다 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며느리가 하는 말이

" 저가 시집 온거 맞지요? 시집 왔으니 그래도 설겆이는 해야지요" 라 하면서 설겆이를 한다 했다.

큰 며느리는 수도권에 살고 있고, 친정 가까이 살고 있으니, 친정에서 밥 얻어 먹고 반찬 얻어 먹는다고,

자기들도 농사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쌀 80Kg 한가마니를, 마늘, 고추등도 사돈댁에 사 택배로 보낸다 했었다.

우리 모임 중에서는 제일 막내인 사람인데, 자랄 때 아버지 일찍 여이고 어머니와 참으로 어렵게 살았던 사람이라

며느리들에게 잘 해주는 것이 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동네에 10여년을 살았는데, 시집살이를 아주 호되게 살았던 사람이다.

그런 친구가 둘째며느리와 잠시 잠깐 동거를 하면서도 참으로 잘 해주는 것이다.

 

 

 

남매를 두었던 친구가 딸은 결혼을 한지가 5년차이고, 아들의 결혼식이 11월 21일에 있다면서 청첩장을 가지고 왔었다.

집이 같은 방향이었고, 버스 두정거장을 걸어가면 다른 친구의 집이라 늘 버스 두정거장을 걸어서 타고 오는데,

일행이 더 있어서 우리는 뒤서서 걷은데, 친구가 그랬다.

아들을 뺏기는 심정이라 했다.

소형 아파트를 전세를 얻어라고 준 돈에 신부가 친정 몰래 돈을 더 보태어 두식구가 살기에는 넓은 아파트를 얻고,

살림살이가 들어 오고 여러가지가 신부측 생각대로 진행 되는 것 같다 했다.

준서할미 그랬다.

내 아들이 제 짝 찾아서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 그러니 이젠 아들도 딸자식 시집 보낸것처럼

장가 보냈다고 생각하라 했더니,

내가 저그 집에가면 내가 손님이고, 지가 우리집에 오면 지가 손님이고 그렇게 살거라 했다.

그 친구가 특별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며느리 본 친구들이 거의 다 그렇게 산다.

 

 

 

한 친구는 손주를 며느리 친정 댁에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데, 토요일에는 손주를 데려와 보여 주는데,

아들이 출장이라도 가면 며느리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시댁으로 오지 못한다고 그 주에는 못 본다 했다.

시부모가 찾아 갈려니 며느리 눈치가 보여서 남편은 손주가 보고 싶어 가자하고 그러니 그날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이나 산행을 한다 했다.

 

그럴 것이다.

손님에게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고, 손님 되어 간 집에 또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며느리에게 예전 우리세대들 때 처럼의 생각으로는 대하지 않는다.

같은 시내에 살아도 바뻐서 명절날 아침에 오겠다면 그러냐고 대답하는 시어미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며느리들도 많을테고, 또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이 많으니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잔소리 한다고 그대로 따라 하는 며느리도 드물고, 시어머니 잔소리에 아들 내외간에 사이가 벌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 친구들의 같은 생각이다.

최상의 효도는 저희들끼리 의논있게 잘 사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들 가고 있다.

내 자식에 대한 욕심으로 소리가 나는 것은 어떤 것보다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살건 또 한세대가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 그 자식을 기르면서 살아 갈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살아 왔던 세월보다 더 치열한 경쟁으로 살아 남아야 하는 그런 세월을 살아 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세대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모 세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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