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 ....해 마다 바뀌는 나이를 어떻게 알아...."

이쁜준서 2009. 1. 28. 10:43

 

 

화통하신 어른이 계셨다.

연세를 여쭈어 보니, 나이를 모르신다 했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나이를 물었는 젊은 사람의 표정을 보시고는 -" 해마다 바뀌는 나이를 어떻게 알아. 나는 말띠야..."

 

준서할미가 나이를 잊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오십대 후반을 넘기고는 해가 바뀌면서 한살을 더 추가해야 하는 나이가

알록달록 된 때도 있었다.

그랬는데, 예쉰을 넘긴 지금은 정말 나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면 준서외할아버지의 나이도, 친구의 나이도, -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라고 외워 보기도 한다.

친정엄니께서 시어머님보다 두살 위여서 두분의 연세를 두살을 보태거나 빼고 생각했었는데, 친정 엄니가 가신지 4년째 나는데,

시어머님 연세는 금방은 비교 할 때가 없어 - 자, 축, 인, 묘, 진, 사, 오....라고 셀 때도 있다.

준서할미가 더 나이를 먹으면 나 역시 나도 띠로서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동안이나 늙지 않는다라고들 말하지만, 늙는 것은 물물이 늙기에 평생 동안인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우리 시어머님께서 - 묵은 나이가 어디가나...? 라 하신 것이 정확한 말씀이시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서는 한번씩 호되게 감기를 앓고나도 감기 전보다는 기력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면 늙어진다.

 

평소 준서할미가 건강한 사람은 눈이, 코가, 입이, 귀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야 건강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일흔을 넘기면, 눈, 코, 귀, 입, 관절이 여기있소, 여기 있소....라 감기라도 들면 독감이 아닌데도 방에 있어도 밖에 있는 것처럼

몸에서 바람이 일면서 춥고, 독감처럼 온 몸이 아프다고 하신다.

시어머님만 해도 이번 감기로 평생 이렇게 아픈적은 없으시다며 링겔을 맞기까지 하셔도, 이제 겨우 눈을 뜰 정도라 하신다.

 

지금도 섞여서 분위기가 돌아가도록 고스톱을 칠 줄은 모른다.

젊어서는 그리 생각했다.

술 먹는 것도 즐기지는 않고, 고스톱도 즐기지는 않고, 늙으면 경노당도 못간다고 했다.

그러면 경노당 가지 않으면 된다. 나는 혼자 있어도 잘 놀고 책 보고 놀면 된다라 생각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눈이 좋지 않으면 책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친정 숙모님댁, 친정 이모님댁은 다 일흔을 넘기신 분들이다.

TV 소리가 너무 크다. 큰소리에 익으면 또 더 크게 더 크게 볼륨을 올려야 할것 같고, 준서가 있을 때는 준서가 큰소리에 익을가 보아

어떤소리는 명확하게 들리고, 어떤 소리는 덜 명확해도 볼륨을 높이지 않는다.

하마 준서할미도 잘 들리게 볼륨을 높이고 싶은 나이에 와 있는 것이다.

이제 정말 몸을 관리하며 살아야 할 나이인 것 같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 같은 날씨...  (0) 2009.02.01
30대 40대에 아름답기를 원하거든...  (0) 2009.01.30
설날  (0) 2009.01.26
전국이 감기가 강타한셈....  (0) 2009.01.16
연예프로그램을 보고...  (0) 2009.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