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연날리기 2 / 연만들기

이쁜준서 2008. 12. 23. 10:28
  • 山上
  • 2008.12.23 10:02

 

저는 어렸을 때 사촌 형이 연을 잘 만들어 띄웠기 때문에 조수 노룻을 하며 즐거워했었습니다.
사촌형을 즐겨 따라다녔는데 그 형은 솜씨가 좋아서 연 뿐만이 아니라 두꺼운 나무 판자를 오려내고 거기에 쇠우산의 파이프와 철사를 가지고 화약을 폭발시키는 장난감 수준이지만 사제 권총을 만들기도 했었지요.

우리집이나 사촌형네 집에는 연을 만들 때 사용되는 굵은 조릿대(우리 고향에서는 시누대라 부름)가 없었고 마을에도 일반 대나무는 많았지만   연을 만들 때 쓰는 마디가 엷은 그 시누대가 귀해서 많지 않은 남의 집 울타리용 시누대를 살금살금 기어가 몰래 베어다가 연을 만들었습니다.

형은 중부님께서 생전에 잎담배 썰어 피우시기 위해 사용하시던 조그맣고 예리한 칼로 그 시누대를 쪼개고 엷고 가볍게 깎아서 연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댓가지는 방패연의 경우 가운데 수직용 하나와 X자형으로 대는 대각선용 두개 그리고 가로로 상부에 하나 중간에 하나 그래서 길고 짧은 댓가지가 모두 다섯개가 필요했습니다.

그 시절은 창호지도 귀했고 요즘 문구점에서 파는 흔한 딱풀도 없어서 풀은 보리가 썩인 밥에서 쌀밥 알맹이만을 골라내서 헝겁에 쌓서 손아귀에 쥐고 깎은 대를 문질러서 풀을 발랐었습니다. 창호지를 가로로 한번 세로로 한번 다시 한번을 접어서 지름 10cm정도 되도록 반지름 5cm정도를 잘라 내어 펼치면 직경 10cm의 국화무늬의 구멍이 뚫리는데 이 구멍이 통풍구 입니다.중요한 것은 오려낸 국화 무늬의 종이에 풀을 발라서 맨 나중에 연의 중앙 상부에 반으로 접어서 앞뒤로 절반씩 되게 붙이는 일입니다, 그 종이에 사전에 예쁜 물감을 칠해서 바르면 멋이 있었지요, 그 중심 상부에 종이를 붙이는 것은 연이 멋도 있지만 그 부분이 상부의 횡 가재와 수직재가 남나는 지점인데 연결이 약하기 때문에 보강을 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연을 만들 때 중요한 또 한가지 작업은 연이 약간 뒷면으로 휘어지도록 상부 횡가재와 중간 부분의 횡가재에 뒷쪽으로 실을 팽팽하게 매어서 연이 방패처럼 뒤로 휘어지게 하는 것과 상부 좌우 하부(중앙 통풍구와 하부의 중간 지점)에 그리고 통풍구 중앙에는 중간 횡가재와 중앙 횡가재 그리고 X자 가세재가 겹치는 부분이므로 그 가재에 묶으면 되었지요. 아래 두곳은 창호지를 성냥개피에 불을 붙여서 끄면 성냥개피가 타면서 숯처럼 불이 빨갛게 달아 있으므로 그 것으로 구멍을 뚫으면 쉽게 구멍을 뚫을 수 있었습니다.
상부 좌우 하부 좌우 그리고 센타인 통풍구에 하나 그래서 다섯가닥의 실을 각도를 잘 맞추어 한데 묽으면 연이 완성 되는데 여기에 또 한가지 창호지를 5cm 폭으로 길이는 10cm정도로 네겹정도로 접어서 아래 끝 부분을 잘게 가위로 잘라서 수술을 만들어 연 하부 모서리에 45도 각도로 또는 수직으로 붙였습니다 연이 균형이 잘 잡히도록하고 멋도 있게 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창호지를 4cm정도로 길게 잘라 반으로 접어 톱니처럼 오려서 가운데 통풍구 뒷편 횡가재를 휘어지게 팽팽하게 맨 실에 붙이면 이 종이가 바람에 떨려서 부르릉 부르릉 소리를 내는데 연이 높이 올라가 있어서 직접 들리지는 않고 연줄을 귀에다 대면 전화선 처럼 떨리는 소리가 전달이 되었습니다.

사금팔이나 유리 쪼각을 빻아서 풀이나 아교에 버물려서 연줄에 발라서 연싸움을 할 때 상대방의 연줄을 쉽게 끊어지게 하였고 겨우네 즐겨 띄우던 연은 정월 대보름날 밤에 연줄에 불을 붙여 멀리 날려 버림으로서 한 해의 액운을 날려버리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젊어서 홍콩에 근무할 때 성탄절에 베트남 하롱베이와 같은 베이에(지명이 기억나지 않네요) 놀러갔었는데 홍콩 아이들이 연을 얼마나 많이 날렸는지 연줄이 무수히 많이 널려 있어서 저 연줄을 모두 연결하면 내 고국인 한국에 까지도 닫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집이 그리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연에 대한 추억이 많아 장황한 글이 되었네요.

내일이 성탄전야입니다.
준서 외할머님댁에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시어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기 바라며 준서외할아버님과 더불어 두분 그리고 예쁜 준서와 그밖에 가족 모두가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연말연시 즐겁게 보내세요.

저는 당분간(1월 말까지) 뵙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요즘 건설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회사인 제가 감리를 하고 있는 현장의 시공사가 추워서 일도 안되고 하니까 1월달은 공사를 모두 중단하여 관리비라도 절감을 하겠다고 하네요.
컴퓨터를 집으로 옮길 수도 없고 집에 있는 컴퓨터는 애들이 쓰니까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윗글은 -산상님-의 댓글을 본글에 올렸습니다.

여자인 저도 중학교 3년동안 겨울이면 보았던 풍경이라, 다 생각이 납니다.

산상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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