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친구네 개 복실이...

이쁜준서 2008. 9. 8. 11:38

친구네 개 복실이가 재작년 추석날 성묘갔다 데려온 유기견이었다.

산소에서 내려 오는데 작고 하얀강아지가 친구 아들의 바지가랭이를 물면서 따라 왔다 한다.

쫓아 보내어도, 다시 오고, 또 쫓아 보내어도 따라 오고, 그래서 차를 세워둔 곳까지 따라 왔다 한다.

그냥 도로에 두면 차에 치일 것 같아 그 강아지를 데리고 왔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2개월정도 된

강아지라 했다 한다.'

 

그 후 예방접종도 하고, 새끼를 못 낳은 수술도 했고, 그렇게 키우다 산책을 나가서 차에추돌해서 공중으로

붕~ 떴다 떨어져 잠깐 멈추었다. 정신을 채리고 쏜살같이 집쪽으로 달려 갔는데, 늘 산책을 가는 산을

찾아보아도 없고, 그러다 3일만에 그 주인집 바로 옆집 옥상에 웅크리고 누운것을 찾았다.

아마도 집을 향해 왔는데, 집 대문은 잠겨 있고, 열려진 옆집 대문을 통해 옥상으로 가 기진맥진으로 그렇게 있었던 모양이다.

복실이의 집은 옥상 창고 안이다.

 

그 후 복실이는 죽었다 생각했던 개가 살아 왔는 것이라 더 사랑을 받았다.

복실이가 어렸을 때 준서와는 동무였다.

준서도 별 겁이 없이 다가 갔고, 복실이도 준서를 많이 좋아했다.

다 큰사람들 속에 살면서, 준서는 아기여서 복실이 자신보다 더 어린아기라 생각했던지,

다른집 아기들이나, 길가다 아기들을 만나도, 마구 짖었는데, 준서에겐 준서가 아무리 만져도 가만이 있었다.

복실이가 크면서 펄쩍 뛰어 오르면 준서 어깨위까지 올라가 혀를 날름 날름하니, 뽀뽀하지마...뽀뽀하지마... 하면서도 준서가 복실이와 잘 놀았다.

 

준서가 가고, 복실이가 준서할미가 가도 그렇게 반가워 했다.

준서할미는 개를 싫어해서 개를 만지면 돌아서서 손을 씻어야 하는 사람이라, 짐승이 반기니 어쩔수 없이

만져 주기는 해도 그냥 지나칠 때가 한 두번 있게 되니 마지막 계단에 납작 누워버렸다.

저를 쓰다듬어 달라는 몸짓이고, 그런 몸짓에는 어쩔수 없이 만져 주었고.

 

그런데 그 집에 들어가 손을 씻을 시간은 없고, 시장이나, 어디로 가는 길에 몇번 만져 주지 않았더니,

하루는 준서할미 반바지에 주둥이를 넣고, 고개를 움직이는 것이다.

만져 주고 가라는 표시였던 것이다.

또 어쩔수 없이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턱도 만져주고, 옆으로 누우면 배도 쓰다듬어 준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남은 뼈를 모아다 주기도 한다.

 

이제 만 2년 2개월쯤 된 복실이는 털에 윤기도 나고, 인물도 난다.

풀어 놓고 키우기에, 3층집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집도 잘 본다.

대문이 열려 있어도 주인이 없으면,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옥상이 시원할 때는 옥상에서 지내고, 3층 현관앞이 시원하면 3층현관에서 지내고, 아주 아주 더워

에어컨을 켜고 있으면, 현관문을 열어 달라고 긁으면 현관안으로 들어와 지낸다.

 

어디에 있던 준서할미 소리가 나면 반갑다고 나온다.

내가 키우지 않아도 정을 줄 수 밖에 없는 개 흔하디 흔한 잡종견 복실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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