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마치고, 서문시장을 갔었다.
오는데, 버스 정류장의 의자에 짐만 놓아두고 서 있으니 짐옆으로 한사람 앉을 자리를 띄워두고,
칠순은 출쩍 넘기신 듯한 할아버지 한분이 자리에 앉으시면서 나를 힐끔힐끔 보신다.
그런참에 할머니 한분이 짐과, 그 할아버지와 사이에 빈자리에 앉으셨다.
그 칠순을 넘기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쳐다보고, 서로 아는 사람이 서문시장에서 만나신양, 그렇게
반가운 웃음을 약간 소리내어 웃으신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자기를 쳐다보고 그렇게 웃으시니, 할머니가 "와 웃소? 늙은이가 우습게 보이요? "라
까칠하게 말씀을 하신다.
그 할아버지가 "그냥 웃었심더,"하니,
할머니가 "많이 먹었소, 팔십네살인기라" 하신다.
한 팔순정도의 깨끗하신 분이신가? 했는데 연세에 비해서
젊어 셨다.
"그만한 나이에 혼자 어디를 다니요. 집에 있지" 하시니,
"그럼 혼자 다녀야지 둘이 다니능교, 홍보관에 치료 받고 집에 가니더" 하신다.
"맞소 맞소 아아들한테 폐 끼치지 않고, 혼자 다닐수만 있다면 암요 다녀야 하고 말고요" 하고는 말문이 끊어졌다.
여든넷이신 할머니가 더 이상 말을 받아 주시지 않으셔서 그렇게 되었다.
그 말씀하시는 중간 중간 할머니께선 나를 쳐다보시고 웃으셨다.
여든넷이신 할머니보다야 한참 �은 나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모양인데, 옆에 할아버지도 거들것 같아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분들에게도 보석처럼 빛나는 세월이 분명 있어셨는데.....
아직 우리 나이야 그렇지 않지만, 칠순이 넘고, 팔순이 넘으면, 타인에게 말 걸기가 쉽지가 않다.
할머니가 그 옆자리에 앉으시기전, 그 할아버지는 나를 힐끔힐끔 보셨을 때는 말이 걸고 싶어서였지 싶다.
집에 가나, 어디를 가나 말을 조근 조근 상대할 사람이 없는 노년이셨으니까 말이다.
그 분들의 속내을 알면서도, 낯선 노할아버지와 이야기 하기 싫고, 동년배 남자분들과도 이야기 하기 싫은것이다.
연세드신 안노인분들과는 이야길 하고, 도와 드릴 일이 있으면 도와 드린다.
분명 나도 초록은 아닌데도, 낯선 바깥 분들은 애써 눈길도 피한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말걸기도 어려운 분들이신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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