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인간이 그리워

이쁜준서 2006. 12. 26. 20:17

요즘은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세월이라, 연세 드신 분들이 할아버님을, 혹여 할머님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다.

대우를 받든지, 아니든지 같은 지붕 밑에 자식들과 함께 사는 분들은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자식들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겠지만, 자식이 하나든지 아니면 5남매 이상을 둔 사람이라도 객지에 다 가 있을 수도 있고,

같은 도시에 살긴해도 정작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다.

혼자 사시는 분들은 정말 외로워 하신다.

낮에는 문화강좌를 두어개 정도 다니면, 그곳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마치고 점심도 같이하고, 같이 취미대로 놀기도 하지만 저녁에 집에 혼자서 개 한마리와(개가 있다면) TV를 켜 놓고 있으면 먼저간 배우자의

생각에 눈물 흘리는 날이 많을 것이다.

우리 시어머님도 막내 집에 계시지만 내가 전화를 가끔씩 하고, 아기가 있으니 아기 핑계라도 삼아서 놀러

오시라고 해도 "늙은 할마이 전화 반가울 것 없고, 내가 와 봐야 에미 바쁘기만 할테고" 하시고는 내가

하는 전화에 반색을 하시면서도 전화도 안하신다.

올 해 일흔일곱이신데 나는 경로당에는 안 갈 것리라고 하셨었는데, 늦 봄 부터 경로당에 가신다.

회원 중에서는 제일 나이가 적다고,- 가시면 회원들이 드실 음식을 해 드린다고 하신다.

때로는 300원을 내 놓고 국수해달라는 어른도 계시고, 찹쌀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감자삶기, 각종전등 먹고 싶다는 요구를 당당히 하신다고 한다.

전화를 해 보면 어떤 날은 계신다.

경로당에는요? 하면 오늘은 힘이 들어서 쉬고 싶어서 안갔다고 하시기도 한다.

올 해 무릎 관절을 양쪽 다 수술하셔서 방 바닥에서 일어서시려면 많이 힘이 드시는데 그러신데도, 남들은

봉사도 하는데, 연세드신 분들에게 먹는 음식해 드리는 것 괜찮다고 하신다.

사람의 정이 그리워서, 외로워서 저러시나 싶어서 마음이 아프다.

 

하기야 나도 자녀들에게 저희들 생활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묻지를 않는다.

객지에 있으니 집에 왔을 때 "엄마 음식이 먹고 싶어요" 하는 말에 최선을 다해 음식을 해 줄 뿐이다.

세상이 변해서 복잡다난해져서  직장생활에서 사회생활에서 부딛히는 일 들이 얼마나 많으랴 싶어서

자녀들을 배려해야 하는 세태가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시건없는 자식들은(나부터) 정작 부모가 저 세상을 가면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자기들 생활이 바빠서 부모의 마음 챙기지 못하고 사는 세월이 되었다.

 

작년에 어머니가 저 세상에 가셨는데, 아직도 엄마 말만 하면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나오지만, 나 역시

부모의 맘 헤아리지 못한 자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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