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초가 지붕위의 박꽃

이쁜준서 2025. 10. 29. 01:56

초등학교  시절  집은  넓지도 않았는데,
본채는 큰방, 마루방, 겨울 고구마.
등등을 넣어  두는 내방이 있었고.
마루방은 제사를 모실 때.
셰우는 제사상을 차리고.
큰아버지께서는 도포에 두건 같은
것을 쓰시고,
제문을 읽으시고.
마당에 덥석 깔고 아버지 사촌들께서
광목으로 만든  두루막을  입으셨고, 마당 덥석 에 서셨고,
큰아버지는 사촌들  중에서도 맏형이셨다.
큰아버지께서는  8.15 해방 전에는
일본에 사셨고,
내가 초등학생인 때도 부산에 사셨다.

사랑채라 부르는 따로 한 채는 소 외양간이 있고,
방이 한 칸 있었는데,
꼴머슴방이었고,  자기 집이 동네에 있어 추수하고 세경을 받고 나서는 겨울에는 자기 집으로 갔고.

겨울 저녁밥 먹고 나면,
쇠죽 끓인  방은 따뜻했고,
동네야제들이 짚단 하나씩 가지고 와서 새끼  꼬고 노는 방이었고.
가끔 후랫시 불 비추고  참새 잡아
쌀 넣고 밥국 끓여 자시기도 한 동네 사랑방이었고,

디딜방아가 있고,
옆에는 측간이  있는 또 한 채의 초가가 있었다.
그 지붕에 여름이면 밤에 하얀 박꽃이 피었다.
참 깨끗한 흰색의 꽃이었고.
박이 둥글둥글  열렸고,
그 박이 익으면 반으로 쪼개어서
속을 파내고  바가지로 만들어 요긴하게 사용했다.

그 박꽃은 사람으로 치면  용한 사람이다.
용한 사람은 여운이 남는 사람이다.
오늘 답글에서  어느 동화 작가님을
용한 사람.
박꽃 같은 사람이란  표현을
해주셔서 나 또한  몇 십 년 전의
그 세월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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