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같이 늙어 가는 노년들

이쁜준서 2024. 1. 18. 06:14



남편이 폰이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 했다.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통신사에도 또 가라고 했고, 서비스센터에서 또 통신사에 가라고 하고,
고쳐 왔다.
 
그런데 뭐가 또 않된다 하더니 혼자서 끙끙대어서 다시 서비스센터에 가면 1층에서
기기 고장이 아닌 것은 고쳐 주는 곳이 있다 하고  가 보라 했다.
갔더니  간단하게 고쳐 왔는데  전화번호가 다 날아 가버렸다고, 
내 폰의 주소록을 내어 옮겨 저장 하더니 자기 남자 사촌이 11명인데 남편이 5번, 6번 
동생의 전화번호가 없다고 한다.
서로 만나지는 않아도 카톡으로 연락을 하고 지냈다 했다.
나도 그 동서랑만 연락하고 살았고, 시동생의 전화는 없다고 하니  전화해서 알아 달라고 했다.
 
경조사 때만 만나고  만나지 않은지가 10여년은 되었지 싶었다.
그 동서가 시집 오던날 나는 옆에서 불편하지 않게 챙겨 주는 역활을 했는데,
예전부터 대반이라고 불렀다.
절 수건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제법 떨어진 우리 집으로 와 가져다 주기도 했고,
긴장을 해서 인지 생리대도 사다 주었고,
서로 집이 멀어서 나이도 비슷비슷한 아이들을 키워도 아이들간 친함은 없었지만,
나하고는 친동서처럼 정을 내고 살았다.
큰 집 형제는 여섯분이셨고,  큰 동서님 말에 의하면 시아버님도 안 계신 집에
시집 와서  먹고 살기도 어려웠고, 시동생 5명을 내 손으로 결혼도 시켰다면서,
동서들간에 우애가 없었다.
 
기제사 때나 명절에 우리집에 오시는 사촌들 가실 때 봉성을 사 드렸는데,
그 시절은 요즘처럼 음식과 돈이 흔하지 않던  때라,
그 동서네는 시동생 술 안주도 하고,아이들도 있고 해서 더 넉넉하게 사 주었고,
시동생이 큰 수술 해서 병원 생활 할 때,   아이들만 집에 있어서 반찬을 해다 주기도 하고,
간장, 된장, 고추장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친척들 중 초상이 나서 갔더니 그 동서가 교통사고가 크게 났었다고 했다.
차에 받혀서 붕 떴다가 떨어졌었다고.
이제 겨우 목발 짚고 다닌다고.

와서 그 다음 날 김장 김치 해 두었던 것을  한 통 들고 찾아 갔던 때도 있었다.
전화를 받으면서 반가워 하면서 형님한테는 고맙고 미안하고,
형님하고는 만나면 배울 점도 많았었다고 했다.
내가 살아 오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남도 아니고 시댁의 사촌지간인데
그렇게 나를 기억할거라고는 생각 밖의 말이였다.
나도 지금 세월에 와 그렇게 고맙게 이야기 해 주는 동서가 고마웠다.
 
(내 맘 속으로 더 늙기 전에)  새 봄에 한번 만나자 했더니
형님이 연락 주시면 저가 맞추겠습니다라 한다.
내 친구들 50년지기 중에는 3살 아래 친구가 2명이 있는데 이 동서도 3살 아래이다.
수도권의 내 바로 아래 동서가 나하고는 네 살 아래 인데 안부를 물었다.
우리 동서는 허리가 너무 아퍼서 자기 말로 복수박도 하나 들지 못한다 했다.
우리 둘이가 만나다 보면 또 서울 가서 만날 수도 있겠지 했다.
 
아직은 내가 노인은 아니니 코로나로 오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몇달에 한 번씩을
만나고 있다.
친구들이 다들 나보다 나이차가 있다.
그러나 같이 늙어 가는 노년들이다.
한 모임은 새 봄에 1박여행을 가자 했지만 아직도 손주들을 키워 주는 사람이 둘이나 되고
나보다 열살이나 적은 사람들이니. 
아기들 키우는 사람은 토요일, 일요일이 자유이고, 또 한 친구는 남편이 주말에 혼자
있지 않으려 한다 하고,
그런데 1박씩이나 외출이 될까?
하늘에 흰구름 같은 약속이었을 뿐이지만 그냥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만 
나갔다 와도 된다.
기차타고 부산을 가서도 하루만에 돌아 올 수도 있고,
 
시골 친구가  시골 집에는 왔다 갔다 하고 얼마 전 도시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가전제품도 사고, 장농은 딸이 사두고 쓰지 않는다고 가져다 주었다 하고,
형님 전화하면 버스 타고 오세요라고, 구르마 가지고 오면 내리면 나갈께라고,
언제일지도 모르는데 배추, 무 좀 주고 싶어서라고,
무도 넉넉하게 사 두었다고 하니 그거는 형님 말이고 내 말은 다르지라고,
50년지기 중에 한 사람에게 내가 갈 때 같이 갈래? 했더니
혼자 갔다 오라고.
 
조용한 시간에 전화를 다시 해서 그 친구도 나하고는 우리가 신혼 때 살던 동네에서
앞 뒷집으로 살아서 친했고,
당신도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그리 멀지 않아서 다른 친구보다는 나하고 친하지 않느냐고
이 겨울에 이사 왔다고 오라 하기 미안해서 나한테만 오라고 했지만,
봄 되면 다 같이 만나자 했다.
 
이웃 친구가 내가 춥다고 하면 오늘은 영상 2도인데 또는 영상 8도라 정말로 따뜻하다고
춥지 않다 한다.
그러면 나는 체온이 36,5도인데 2도가, 8도가 어째 춥지 않느냐고, 나는 올 겨울이 춥다
나는 보온 쇼파에 있을 때만 춥지 않다고,
그래 놓고는 깔깔 웃으면서 길을 걷는데 꼭 필요한 일이 있으면 패딩 중에 도톰한 것을
입고 얇은 목도리 안에 하고 겉에도 또 목도리 하고 장갑끼고  모자 쓰고  나가면 
꼭 필요한 일로는
외출 하는데 집에 있으면 춥다.

감기 드는 것보다 낫다 하고는 난방도 따뜻하게 하고 지낸다.

집에 있으면 보온쇼파에 들어 앉아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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